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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5 18:42

'불편한 진실'을 읽고

조회 수 3731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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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엘 고어, 2006




휴가 중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이다.




지구 온난화나 환경오염과 관련된 사실과 논쟁들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솔직히 책 속의 그림들과 그래프들이 마음에 들어 책을 샀다. 역시 예상했던 데로 책 속의 그림과 그래프들은 저자의 주장과 생각을 전하는데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으며 그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고 설득력이 있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아르헨티나, 페루, 스위스, 이탈리아, 티베트 등에 있는 빙하들의 현재 모습과 몇 십년 전의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을 보면 지구 온난화와 관련하여 더 이상 무슨 논란이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와 인간의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과학계에서는 거의 이견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어가 소개한 한 연구 논문의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롭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작위 선택으로 분석한 이 논문의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과학 저널에 발표된 논문 중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간 활동)에 대해 의심을 드러낸 논문의 비율은 ‘0%’ 다. 그런데 지난 14년 동안 대중 매체에 발표된 글 중에서 지구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 의심을 드러낸 글의 비율은 놀랍게도 ‘53%’ 다. 논란은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언론을 통한 논란의 확대의 배후에는 거대 석유 및 석탄 회사들의 숨은 계략이 있음을 고어는 지적하고 있다. 

그 밖에도 고어는 기후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게 되는 몇 가지 설득력있는 이유를 제시한다. 1) 서서히 끊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지구 온난화는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느린 변화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함, 2) 건강한 경제와 건강한 환경 중 반드시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통념, 3)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 괜히 속 썩일 필요가 없다는 무책임한 포기 등이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고어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고 그가 더욱 좋아졌다. 누구의 말처럼 고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졌을 것 같다. 그렇지만 고어의 환경 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의 활동이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좀 지난 이야기지만 어떤 신문에서 미국의 한 국회의원이 고어가 미국 평균 가정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보다 몇 배나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한마디로 ‘너나 잘해라’하고 비판했다고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그가 말하는 진실을 가리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이 책에는 고어 자신의 개인적인 가족사가 간간이 등장하는데 그 글을 보면 그의 환경 운동의 진실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고어가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에 왜 그토록 열정을 다 바치는지 그 이유를 비로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환경 운동의 계기는 가족과 아이들에 있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에 그의 행동에는 더욱 진실함이 베어 있다.

고어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게 한 사건은 1989년 여섯 살짜리 아들이 당한 교통사고였다고 한다. 그 사고를 통해 고어는 자신의 인생 전반을 되돌아보면서 이렇게 자문해 보았다고 한다.



“이 땅에서 주어진 시간을 정말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진정 중요한 일들은 무엇인가?” p69



그의 첫 번째 답은 가족이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최우선에 놓기 위해 모든 일정을 다시 짰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 국민을 섬긴다는 표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전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 중 하나로 여겼던 환경 문제를 모든 것의 최우선에 놓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환경 문제를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속의 이유는 ‘아이들’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래에 사랑하는 자신의 아이들이 오염된 지구에서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감사의 글’ 맨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가족은 끊임없이 나를 자극하는 존재다. 그리고 내가 미래와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렇다. 그가 옳다. 나도 내가 죽은 후라도 내 아이들과 그 후손들이 오염된 지구에서 힘겹게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 마음은 모두 똑같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음이 바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또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인류는 우주라는 망망대해에 작은 돗단배를 함께 탄 동료이며 컴컴한 우주 속에 흔들리고 있는 ‘창백한 푸른 점’과 같은 지구는 인류의 하나뿐인 고향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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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07.08.05 18:42
    엄박사님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인생의 가치를 구분할 때, 남에게 해를 입히는 인생이 가장 저질이라면, 남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고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통급의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급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 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엘 고어는 그의 인생 후기를 남을 위해 살아가는 고급 인생길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찬가지로 독서의 목적도 자신을 위하여 책을 읽는 수준을 뛰어넘어 남을 위해 책을 읽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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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화 2007.08.05 18:42
    휴가 중에 좋은 책을 읽으셨군요. 앞뒤 살펴보지 않고 내뱉는 '너나 잘하라'는 비판의식은 정말 답답합니다. 고어의 환경운동이 정치적이라는 말에 대해 그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좋은 뜻도 정치 없이는 제대로 펼쳐질 수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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