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조회 수 2427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얼마 전 <불의 날개>를 선물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에게도 이 책을 주었다며 꼭 읽어보기를 권했다. 인도 로켓 개발의 핵심을 이끈 기술자이자 지난 5년간 인도를 통치한 압둘 칼람의 자서전이다. 시장에 나오고 있는 숱한 자서전 중에 내가 읽어본 것은 몇 권에 불과하지만, 난 이 책 한권이야말로 ‘진짜’이며 ‘정수’라고 확신했다.





자서전은 시선이 일방통로와 같기 때문에 저자에게 유리한 관점을 취하기 쉽다. 비판과 다양한 해석이 들어갈 여지가 적으며 과대 해석과 변명이 포함될 수 있다. 난 이 책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대한 과학자라고는 하나, 어쨌든 최고 권력을 가지지 않았던가?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난 확신할 수 있었다. 말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나 글은 다르다. 그의 뜨거운 목소리가 책장 사이사이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압둘 칼람의 삶은 아주 단순했지만 그는 최고의 과학자이자 기술자였으며, 탁월한 프로젝트 관리자, 행정가, 지도자였다. 동시에 그는 구도와 금욕의 길을 걸은 성직자이자 시인이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단칸방에서 살았다. 대통령직을 떠날 때에도 달랑 가방 두 개 뿐이었다고 한다.


그가 꿈꾼 것은 오직 인도의 과학기술 발전뿐이었다. 가족도,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이 단 하나의 목표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칼람의 삶은 최고의 기술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위대한 스승의 모습에 가까웠다.





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한 국제회의에서 만난 인도 기자가 뜬금없이 자기 나라의 대통령에 대해 들어봤냐고 하면서 자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나에게 자랑하고 싶은 대통령. 이 책이 인도에서 베스트셀러 1위가 된 이유가 그의 권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칼람은 그들에게 대통령이 아니라 스승인 것이다.





“당신은 당신 내면으로부터 들려오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있는가? 당신은 그 신호를 믿는가? 당신은 당신의 삶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가? 장담하건대, 끊임없이 당신을 조정하고 무력화시키려는 외부의 압력을 뿌리치는 결정을 거듭하면 할수록, 당신의 삶은 나아질 것이고, 당신이 속한 사회도 좋아질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시민, 스스로를 알고 신뢰하는 국민을 가진 나라는 비도덕적인 권위나 기득권을 행사하려는 세력에 조정당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과 나, 이 행성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우리 안의 창조적인 잠재력을 일깨우고, 저마다의 양심을 따라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신이 주신 자유를 타고났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선택을 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인생은 힘든 게임이다. 당신은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지켜나갈 때에만 이 어려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 p. 226-227





책을 읽고서 인터넷에서 압둘 칼람을 검색하다가 사진 한 장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 이명박 당선자가 서울 시장 시절에 압둘 칼람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는 사진이다. 사진 한 장이 보여주는 극적인 대립과 아이러니. 두 사람은 이 순간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을까. 알았다면 서로가 쉽게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선거는 끝났지만,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앞으로의 길을 밝혀줄 불빛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면, 경영과 프로젝트 관리의 핵심을 알고 싶다면, 나를 이끌고 지탱해 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길을 똑바로 가리키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나는 구한 바도, 지은 바도 없으며, 가진 것도 없다. 나에게는 가족도, 아들도 딸도 없다. 나는 세상의 모범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몇몇 영혼만이라도 나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영적인 생활 속에서만 궁극적인 만족을 얻고 조화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우치기를 바란다.“ - p. 229







  • ?
    이재우 2007.12.25 07:56
    목차가 참 독특하네요. 1. 준비(1931-1963) 2. 창조(1963-1980) 3. 화해(1981-1991) 4. 묵상(1991- ). 목차에 따르면 32년간 준비를 했네요.. 책을 사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 ?
    김미순 2007.12.25 07:56
    꼭 읽어보고 싶네요..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8 공지 공감의 심리학 -요아힘 바우어- 1 이재우 2008.01.08 2586
1077 공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이병록 2008.01.07 2674
1076 공지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이석현 2008.01.06 2421
1075 공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2008-01 1 조동환 2008.01.04 2919
1074 공지 지식 e –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2 이명의 2008.01.04 2468
1073 공지 생각의 탄생 이재우 2008.01.04 2543
1072 공지 표해록 - 최부 저, 김찬순 역 2 양경화 2008.01.03 2657
1071 공지 20세기 포토다큐 세계사1- 중국의 세기 1 양경화 2008.01.02 2459
1070 공지 유전자가 말하는 생명의 모습 -혼죠 다스쿠- 1 이재우 2008.01.01 2549
» 공지 불의 날개 - APJ 압둘 칼람, 아룬 티와리 2 양경화 2007.12.25 2427
1068 공지 "생각의 오류"를 읽고 1 엄준호 2007.12.24 2971
1067 공지 [32] 황선미, '마당을 나온 암탉' 1 이동훤 2007.12.23 3083
1066 공지 천개의 공감 1 김미순 2007.12.18 2870
1065 공지 절망에서 살아남기 김미순 2007.12.18 2787
1064 공지 두바이 단상 3 임석희 2007.12.13 2670
1063 공지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1 이찬욱 2007.12.09 2602
1062 공지 "이보디보"를 읽고 2 엄준호 2007.12.08 2819
1061 공지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이재우 2007.12.08 2701
1060 공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2 조동환 2007.12.07 2497
1059 공지 집으로 가는 길 - 이스마엘 베아 2 양경화 2007.12.05 333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58 Next
/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