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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1 05:08

[59] 자오선 여행 (쳇 레이모)

조회 수 3676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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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밤하늘"의 저자 쳇 레이모가 안내하는 본초 자오선의 산책로 시간과 공간의 기준선을 따라가는 여정!

위의 문장은 이 책을 한 마디로 소개하는 겉 표지에 실린 문구이다.
영문 제목은 "Walking Zero"...
본초자오선 즉, 경도 0도를 따라 도보 여행을 하였다는 것을 단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제목이다.
나에게는 제목과 저자 모두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저자 쳇 레이모 박사는 "아름다운 밤하늘"이란 책을 읽어 본 이는 모두가 인정할 만한 글을 아주 잘 쓰는 천문학자이다.
그리고 데이바 소벨의 "경도(또는 해상시계, 현재 모두 절판)"를 재밌게 읽은 이들에게 이 책의 제목은 반가움을 줄만하다. 




..

위의 지도는 본초자오선과 그 선을 중심으로 이 책에서 저자가 도보 여행을 한 도시 설명을 보여주고 있다.
피치헤이븐에서 여행을 시작하여 베로온험버까지 본초자오선을 따라 걸은 약 320km의 여정이다.
우연찮게도 이 본초자오선 주변의 도시는 모두 과학적 사건 또는 주요 인물들과 연관이 있음을 또한 알 수 있다.

고전역학의 창시자이자 뉴턴의 3대 법칙으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의 방이 있는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
자연 선택론에 근거한 진화론의 찰스 다윈이 살았던 다운 하우스...
경도 문제를 해결해준 해상 시계 발명가 존 해리슨이 살았던 배로온험버...
퇴적 암반과 각 층과 화석과의 관계를 발견한 최초 지질도 작성자 윌리엄 스미스가 일했던 서머싯 북부지역 탄광...
화석전문가 맨텔과 애닝에게 중요한 발견을 가져다 준 커크필드와 라임리지스...
인간의 두개골에 유인원 턱뼈를 갖춘 인류의 조상을 발견하였다는 사기극의 무대가 되었던 필트다운..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가 위치한 런던 그리니치...

어렸을때 왜 영국의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서경 동경을 나누게 됐을까 하고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나뉘는 선을 중심으로 내가 한발은 서경쪽에 한발은 동경쪽에 놓아두면 재밌겠구나 라고..

1884년, 미국 대통령 체스터 A. 아서의 초청으로 25개국에서 온 41명의 대표단이 세계 지도를 통일할 경도 0도의 본초 자오선을 결정하기 위해 워싱턴 D.C에 모였다.
이 회의에서 본초 자오선이 합의만 된다면 그 선을 기준으로 15도 간격으로 경도를 나누어 지구를 24개의 시간대로 나누고, 모든 시계는 본초 자오선으로 정해진 곳에서 시간대별로 떨어진 거리에 따라 지역 시간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목소리가 가장 큰 두 나라중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제국을 가지고 있었고 전 세계 선박의 72퍼센트가 이미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하는 지도와 시계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미국 철도도 표준시로 그리니치 자오선을 적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 지도에 "그리니치 기준 동경 서경"을 표시하는게 용납이 되지 않는 프랑스 대표가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정확히 지구를 반바퀴 돌아간 곳을 경도 0도로 하자고 반대 의견을 냈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구 반대편 자오선은 시계를 태양의 움직임과 일치시킬 수 있는 최고의 천문대와는 무관한 대부분이 태평양에 걸쳐 있었다.
결국 25개 참가국 중 22개국이 그리니치에 동의하여 지금의 본초 자오선이 설정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지명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보니 문득 한가지 충동심이 생긴다.
영국은 의외로 도보 여행자들에게 편하도록 대부분의 길이 산책로처럼 되어 있고 길 표시도 자세히 되어 있다고 한다.
320km...비록 저자처럼 모두 도보로 여행하긴 힘들겠지만, 한번 이 여정을 직접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천문학, 지질학, 생물학, 진화론 모두를 아우르는 과학사 산책로가 될듯 싶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처럼 경도 0도 선에 한발씩 걸쳐 서서는 사진도 찍어보고 싶다. 

그만큼 이 책은 지난 1주일간 내게 자연과학사와 여행의 즐거움을 모두 선사해준 즐거운 책이었다.

아쉽다...책장으로 돌려보내자니...

어떤 하루살이는 운이 좋으면 태어난 뒤 1시간 동안 살 수 있다. 인간의 생애와 우주의 나이를 비유해 보자면, 하루살이가 그 여름밤의 그 짧은 순간에, 2만 5000년 전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낸 셈이다!

우리는 고대 우주의 알에서 아주 멀리 유쾌한 길을 걸어왔다 (226쪽, 쳇 레이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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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종훈 2008.12.21 05:08
    『해상시계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고 일러스트판도 결국 구입했었죠. ^^; 움베르토 에코의 『전날의 섬』도 재밌었구요. 경도 0을 따라서 여행한 이야기라길래 남반구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짧군요(?) ^^; 그 경로에 저렇게 많은 역사적 명소가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면서도 볼게 참 많긴 했지만.. 영국에 가서도 한 번 해봐야겠네요. (가보고 싶은 곳이 스코틀랜드랑 웨일즈까지 분포되어있는지라 좀 힘들 것 같긴 합니다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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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석범 2008.12.21 05:08
    이 책에 대한 review를 보고, 2006년 5월에 런던 경유할 일이 있어 Greenwich meridian을 직접보고 싶어 Royal observatory를 방문했었어요. 체 레이모의 글은 저는 thougtful하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낌니다.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니 꼭 읽어 보고 싶네요. 예전에 [Scinetific Traveler]란 책을 읽으면서 런던/캠브리지/옥스포드 등을 걸었던 기억도 나네요. 우리나라도 이런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유홍준의 문화유적답사기 처럼 우리의 과학사를 시공간적으로 풀어내는 책이 그리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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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경 2008.12.21 05:08
    역시 세상엔 고수분들이 참 많습니다.
    원서로써 이 책을 알아보셨고 저자인 레이모 박사 글의 독특한 느낌을 아시는 고석범 회원님과 저보다는 확실히 먼저 영국을 둘러보실 것 같은 장종훈 회원님 모두 존경스럽습니다. 오다가다 좋은 책 소개받을 수 있길 조심스래 바래봅니다. 덧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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