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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삶과 죽음', '공생자 행성', '기후의 반란'

by 고원용 posted Dec 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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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삶과 죽음',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 '기후의 반란' 3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지구를 다른 관점과 다른 시간 단위에서 다룬 책입니다.

'지구의 삶과 죽음'에서는 동물과 식물의 시대가 앞으로 끝나고 두번째 미생물의 시대를 지난 후 생명과 지구과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변해서 지구를 삼키기 훨씬 전에 이산화탄소가 감소하고 바다가 말라붙어서 동물과 식물의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두 저자는 우주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이 상당히 드물다는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지구의 생명이 다른 항성계로 옮겨가서 살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습니다.

1998년에 출간되었던 '공생자 행성'이 한국에는 작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습니다. '연속 세포 내 공생 이론'과 함께 20살도 되기 전에 칼 세이건을 만나 결혼한 린 마굴리스의 개인적인 삶도 이 책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공생자 생성'을 읽고 나서 '지구의 삶과 죽음'을 읽어서 그런지 '지구의 삶과 죽음'은 생명을 다세포 동물의 관점에서만 보고 단세포 생물들의 관점을 무시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구의 생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단세포 생물들인데도 말입니다.

'지구의 삶과 죽음'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어두웠습니다. 지구같은 행성이 드물어서 우주에 지적생명체가 인류뿐인데 10억년쯤 지나면 동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지구에 미생물만 남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 우울한 이야기입니다. '공생자 행성'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밝았습니다. 지구에 태어난 생명이 하나씩 연합해서 공생하며 지구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 결과 그 역사를 이해하는 생명도 탄생했다는 것은 성공담으로 읽힙니다.

지구과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의 삶과 죽음'에 쓰인 것 중에 고쳐지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심별에서 금성보다는 멀고 화성보다는 가까운 안성마춤 영역에서만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에 온 우주에 우리뿐만이 아닐 가능성이 이 저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높을 것입니다. 과학이 무엇이라고 직접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 지식을 얻고 나서 미래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는 것은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인듯합니다.

'기후의 반란'은 프랑스의 기자가 쓴 책입니다. 앞의 두 책에 비하면 지구에 관해 훨씬 짧은 기간, 지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적힌대로 최근 잦아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기후 이변이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를 확실히 결론을 내리려면 수십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기간을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언제 행동하기 시작할지 합의를 하는 것이 지금 어렵습니다. 인류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1~2년 사이에야 지구 온난화 문제를 그 자체로 다루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더 잘 먹고 더 잘 입게된다고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고 전세계 10위권의 무역국, 에너지소비국으로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선진국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수준의 책을 쓸 수 있는 과학기자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고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