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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7 23:38

뇌, 생각의 출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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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박문호 박사님을 처음 뵌 건 2004년이었습니다.

자연과학 책 읽는 것이 너무 재밌고, 이것으로 무엇인가를 꿈꾸고 있던

박문호 박사님은 어느 날 우연히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고미숙 지음)를 읽게 되었나 봐요.

“아! 내가 생각만하고 있던 것을 이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고 실천하고 있구나!”

바로 연락해서 직접 만났다고 하네요.

이 만남을 계기로 2004년에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고 선생님에게서 ‘대덕의 인디언 머털 도사’라는 애칭을 받은 박문호 박사의 첫 강의 주제는 ‘양자역학과 인문과학!’이었습니다.

“양자역학의 내용과 어려운 공식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열린 소통 공간을 창출”하고자 한 강연이었는데, 저는 호기롭게 이 강의를 들었는데, ‘소 귀에 경읽기’였죠. 그래도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죽 때리기’ ‘끝까지 버티기’라서 그냥 아무말 없이, 모범생으로 위장하여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후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는 ‘뇌, 세계의 열림과 접힘’, ‘뇌와 생각의 출현’으로 이어졌고, 그의 막힘없는 사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여러 인연이 교차하면서 불교 TV의 28회 강좌가 마련되면서 ‘책의 탄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강좌를 모두 녹취했는데요. 여전히 쉽지 않았습니다만, 틀은 잡혔다고 생각했지요. 이것이 초고였는데, 이때부터 12개월 동안 쉼 없이 달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책임 편집을 맡은 이원숙 편집장이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저는 앞으로 항상 이원숙 편집장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의 국제적인 금융 위기로 찬바람을 맞은 서점가와 출판가에 정가 25,000원의 완독하기 쉽지 않은 《뇌, 생각의 출현》이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의 과학 분야와 인문 분야를 단기간 내에 석권한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입니다.


 

2000년 이후 우리 출판가와 서점가에서 불기 시작한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소통’ 흐름을 생각하게 합니다. 2005년 도정일, 최재천 교수의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가 언론과 TV는 물론 학계, 교육계,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주목과 반향을 일으켜 인문 분야의 새로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흐름을 이끌었습니다. 이후 이와 관련된 서적들이 하나의 붐으로 이어졌고 대부분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최재천 교수는 이른바 학문의 ‘통섭’을 기본 방향으로 새로운 학계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역사, 사회과학, 철학 중심의 인문 출판의 흐름에서 이제까지 주변에 머물렀던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의 대중적으로 부상하는 흐름입니다. 10여 년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새로운 인문학(the New Humanities)의 한국적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 언어학, 정신분석학, 현재는 경제학 등이 인문학과 결합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거나 집필된 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책들이 최근 2, 3년 간 국내 인문 분야의 지형을 새롭게 바꾸었고,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뇌, 생각의 출현》은 이 흐름의 중심에 서 있는 책입니다.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두 분야의 물꼬를 텄다면, 《뇌, 생각의 출현》은 두 분야의 통합 그 자체입니다. 아울러 심리학, 정신분석학(한때 프로이트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지요. 그리 오래되지 않은 98년 말의 이야기입니다)의 인문학 바람에 이어 언어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자연과학, 인문학 전 분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뇌’에 대한 흐름은 이제 시작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세계적인 이야기꾼이 있지요. 《아버지들의 아버지》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문제를 고민했던 그는 《뇌》라는 작품에서 '우리는 누구인가'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2003년 8월에 출간되어 일거에 30만 명을 매료시킨 《나무》에 대해서  베르베르가 한 말, “이 책은 단편도 에세이도 아닌 나의 뇌를 살짝 보여준 것뿐”이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이 작가 역시 과학적 지식을 인간의 본능과 상상의 세계로 펼치는 효과적인 재료로 사용할 줄 아는 새로운 흐름에 있는 소설가였던 것 같습니다. 그는 과학 전문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아마도 과학적 사실과 내용에서 많은 영감을 많은 얻은 것이 확실해보입니다.


 

몇년 전 우리 사회에 통섭(통섭)이란 화두를 던지며 등장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선생님이 《뇌, 생각의 출현》과 박문호 박사를 우리 사회에서 ‘통섭’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최초의 연구자이자 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 선생님이 ‘통섭의 시대’라는 큰 윤곽을 그려냈다면, 박문호 박사는 천문학, 생물학, 물리학 등의 자연과학 학문을 뇌라는 영역으로 통섭한 최초의 연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문호 박사는 공학자입니다. 엔지니어이지요. 그는 30년 동안 집요한 독서를 통해 통섭을 준비한 사람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사회의 리더들의 다양성을 다른 차원으로 옮기는 데 기여한다고 생가하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인문 사회적 사유로 세계관을 형성한 리더들이 한국 사회를 이끌어왔습니만, 이제 우리 앞에 나타나야 할 새로운 시대의 인재들은 과학적 세계관으로 인문학을 통섭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함을 역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합적 안목으로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것.

 

이것은 한 권의 저술이나 트랜드가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박문호 박사님께서 이런 맥락을 이해하고 의도하고 이 책을 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박문호 박사님과 저는 2년 전부터 새로운 흐름의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집필과 편집에 대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막상 책을 내놓고 그 반응이 예사롭지 않아 새로운 기대감도 있습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물꼬트기를 넘어선 통합적 흐름, 정신분석학 심리학에 이은 뇌 과학의 새로운 주목과 그 현상,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 대중적 교양 읽기의 새로운 흐름과 활성화는 출판의 새로운 흐름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뇌, 생각의 출현으로 인해 저 역시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과학, 과학적 사유가 20, 21세기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무척 중요한 고리라는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에전에도 공부했지만, 앞으로는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속에서 제 삶이 확장되고, 새로운 질로 증폭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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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갑중 2008.11.07 23:38
    이번 백북스의 경사를 겪으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선생님 태스크 팀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지요.
    역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거구나 공동체의 힘이야말로 센것 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통합적 안목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것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단순한 지적인 호기심 차원이 아닌 심각한 당면 문제 해결의 열쇠로써 이지요.
    2000년 노벨상 수상자인 Eric Kandel은 21세기는 새로운 지적체계를 갖춘 Biology of mind의 세기가 될것으로 근거있는 예언을 합니다.
    21세기 정신의학계가 압장서고 모든 사회가 시급히 풀어내야 할 심각한 문제가 바로 중독의 문제라는 생각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질 중독을 비롯한 수많은 행위중독의 문제야말로 통섭적이고 융합적인 총체적 접근으로 이해되고 접근이 가능한 거대 담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감히 해보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여러해 동안 이 문제에 매달리면서 온몸으로 느낀 깨달음이기도 하구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씀이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고 큰 안목으로 흐름을 읽고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지적 성과물을 상품으로 만들어내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다시 놀랐습니다.

    앞으로 저의 공동체 지켜봐주시고 많은 잠재적 인재에 대한 관심을 주십시요.
    또한 박문호 박사님의 다음 작업이 더욱 깊고 창조적인 성과물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한 사람의 운영위원 자격으로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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