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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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모임에서 함께 읽었던 『관광인류학의 이해』(야마시타 신지 엮음, 황달기 옮김, 일신사, 1997년)의 일부를 발췌해서 올립니다. 요시미 ㅤㅅㅠㄴ야가 쓴 '관광의 탄생'이란 글입니다.


2장. 관광의 탄생 (요시미 ㅤㅅㅠㄴ야)

1. 유사이벤트로서의 관광
관광은 어떤 사물이나 광경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이 탄생이었다. 관광은 중세까지의 순례나 장인과 성직자의 편력, 17~18세기에
귀족의 자제들이 교양을 쌓기 위해 각지를 둘러보는 그랜드 투어를 계승하면서도 19세기에 들어와 이들과는 다른 근대적인 현상으로서
대중화되고 산업적으로 조직화되었다. (46쪽)

부어스틴은 이러한 유사이벤트 관광이 19세기 중반부터 유럽과 미국에
출현했으며, 20세기 중반에는 전세계로 확대되어 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변화를 한마디로 말하면, ‘여행자’에서 ‘관광객’으로의
전환이었다. 부어스틴은 여행을 의미하는 ‘travel’이 원래는 고생이나 노동, 고통 등을 의미하는  ‘travail’과 같은
말이었음을 지적하였다. 여행은 아주 힘들과 귀찮은 일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전반 세계여행의 새로운 성격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말이 영어에 나타났다. 바로 ‘즐기기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관광객’(tourist)이라는 단어이다.
같은 무렵 관광의 동의어로서 ‘구경(sightseeing)이라는 단어도 영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부어스틴은 이와 같은 말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19세기 구미에서 능동적이며 생산적인 ‘여행’에서 수동적이고 소비적인 ‘관광’으로 구조적 전환이 일어났다고
주장하였다. (47쪽)

맥켄널은 ‘관광객이 표층적으로 짜여진 관광경험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부어스틴의 주장은 아무런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부어스틴은 ‘여행자’와 ‘관광객’을 구별하고, 이 구별을 지식인과 대중의 구별에 대응시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광객들도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보게 되는 알맹이 없는 경험에 만족하는 ‘단순한 관광객’과 스스로를 다르게 생각하며,
나름대로 ‘진짜’에 가까이 가려고 한다. 부어스틴의 ‘진짜’에 대한 집착은 이러한 관광객 스스로가 보이는 태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맥켄널은 이와 같이 부어스틴을 비판하고, ‘관광 = 유사이벤트’론 대신에 고프먼의 공연모델을 기초로 무대의 앞뒤가 몇
겹으로 연결된 속을 관광객이 통과하는 과정으로서 관광현상을 파악했다. (48쪽)

그(부어스틴)는 19세기 중반 이후에 관광을
이러한 찬란한 발견의 역사에서 타락한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15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의 ‘발견시대’와 19세기 후반 이후의
‘관광시대’는 단절이 아니라 실제로는 연속선 위에 있는 것이 아닐까? 부어스틴이 지적한 것처럼 관광이 널리 대중화된 것은
유럽에서는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이다. 그러나 이 시기는 결코 ‘발견시대’의 끝이 아니라 그때까지 줄곧 준비해
온 관광(발견)의 자본주의적 산업화로 파악해야 한다. (49쪽)


철도여행과 시선의 조직화
『철도여행의
역사』에서 시벨부슈는 19세기 후반에 시작된 철도여행이 단순히 여행의 불편이나 위험의 제거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의 풍경의 지각
자체를 구조적으로 변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한 마디로 깊이와 음영의 소실, 여행 풍경으로부터 공간성이 사라져 가는
과정이었다. 시벨부슈는 “산업혁명 이전까지 사람이 지각할 수 있었던 풍경이 열차속도에 의해 멀리 날아가 버리고 없어졌다”고 했다.
이것은 “산업혁명 이전까지 여행의 본질적인 체험을 구성하고 있던 전경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 전경 너머로 옛날 여행자는 그냥
지나가 버리는 풍경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이 전경의 일부라는 것을 자각하고있었으며, 그러한 의식이 그들을
풍경과 결합시켰고, 그 풍경이 아득히 먼 곳까지 펼쳐져 있어도 그들의 의식은 항상 풍경 안에 있었다.” 하지만 철도는 이러한
여행자와 풍경 사이의 서로 끼워 넣는 관계를 단절시켰다. 열차를 탄 여행자는 먼 것과 가까운 것, 보는 자와 보이는 자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던 풍경의 자장으로부터 빠져나가게 되며 그는 있는 장소와 보는 풍경 사이에는 ‘실체가 거의 없는 경계’가 비집고
들어오게 된다. (50쪽)

시벨부슈가 강조한 것처럼, 교통기술은 여행하는 신체가 주의의 시간이나 공간과 관련되는 지각의
물질적 기반이다. 그리고 철도는 마차와 거리의 관계처럼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그러한 풍경의 한 가운데를 뚫고
나가는 것이다. 이 질주하는 스피드 속에서 풍경은 단편화되며 기호화 된다. (51쪽)


관광의 시선과 오락의 변화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여행대리점이나 관광지의 발전을 상징하는 여행체계의 변화를 부어스틴처럼 ‘진짜’ 경험에서
‘가짜’ 경험으로의 타락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신체나 현실감의 변화문제로서 깊이 있게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이라는 테마를 ‘여행’이나 ‘관광’의 실체적 현상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관광이 대중화되어 간 19세기 후반에
같이 대중화되어간 많은 유상한 현상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맥켄널이 꿰뚫어 본 것처럼 근대인은 본질적으로
관광객(tourist)이며, 근대사회는 그 밑바닥에 ‘관광’과 일맥상통하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관광과 아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발전한 것이 있는데, 바로 박람회와 백화점이다. 시벨부슈도 철도 여행에 의한
경험의 변화를 1851년의 ‘런던 만국박람회’에 나타난 크리스털 펠리스에 모인 구경꾼들의 경험에 대비시킨다. 철도가 여행자의 풍경
중에서 빼앗아 버린 것이 전경이었다고 한다면, 이 거대한 유리로 된 건축물이 내방자들로부터 빼앗은 것은 공간의 음영이었다.
(54쪽)

이른바 박람회를 상설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는 19세기 후반의 백화점도 따지고 보면 박람회와 같은 것이다. 이미
시벨부슈도 백화점은 고객에게 철도여행과 같은 파노라마적 시각을 갖게 하며, “구식 소매점에서 신식 백화점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상점에 대한 손님의 지각도 마차에서 철도로 이동한 시기의 여행자와 마찬가지로 파리의 오스만화에 의한 주민의 지각과 동일하게
변화”한 것이라는 점에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19세기 도시에서 시작된 이러한 새로운 소비세계를 부어스틴의 말처럼 ‘가짜’와 ‘진짜’의 이항대립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55쪽)

관광여행이나 박람회, 백화점, 파노라마적 오락, 박물관, 동물원, 유원지 등의 광간에 대한 경험은 19세기부터 시민계급에 의해
재편되어 갔다. 이러한 변화는 이보다 1세기 전부터 진행되었던 생산현장의 엄격한 통제시스템의 발달에 대응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로젝은 1830년대부터 영국에서 진행된 노동자의 오락을 개량하고 시민계급의 취향에 맞는 오락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푸코가 미친 사람이나 범죄자의 순화교육 시스템의 문제로 파악한 근대적 변용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같은 19세기에 의료나 학교,
복지나 빈곤, 비행 등의 여러 장면에서 일어났던 변화와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빅토리아시대(1837-1901) 이후
국가의 도덕적 규율은 민중의 즐거움을 부정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을 부추기고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56~57쪽)

따라서 관광을 연구할 때의 초점은 단순한 여행형태의 변화보다는 근대 민중의 신체감각이나 오락의 구조적 변용에 두어야 한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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