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의 역사>를 읽고-3

by 주민수 posted Jun 1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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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피타고라스의 지침
1. 피타고라스의 자연관
? 피타고라스의 지침은 과학사에 있어서 자연을 보는 매우 영향력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이 지침을 신봉하는 과학자들은 '실재적'인 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학적 조화라고 믿는다. 피타고라스를 따르는 사람들은 이 수학적 조화에 관한 지식이 우주의 기본 구조에 대한 통찰이라고 확신한다.
? 이 관점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갈릴레이의 신념을 들 수 있다.
“철학은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거대한 책 ― 즉 우주 ― 속에 씌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먼저 그 언어를 이해하고, 그 언어에 쓰이는 문자를 해독하는 것을 배우지 않는 한 이해할 수 없다. 그 책은 수학의 언어로 씌어 있고, 그 문자는 삼각형, 원, 그 밖의 기하학 도형이며, 이러한 것들이 없이는 인간의 힘으로 그것에 관한 단 한마디 말도 이해할 수 없다.”

2. 플라톤과 피타고라스의 지침
? 플라톤은 과학의 진보를 저해하는 철학적 지침을 제시했다고 비난받아 왔다. 문제가 되는 지침은 추상적인 관념을 사색하기 위해서 감각 경험 속에 나타나는 세계에 대한 탐구를 무시하라는 것이다. 플라톤이 현상의 연속 및 공존에 관한 '단순한 경험적' 지식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동의한다.
? 플라톤의 해석자들 사이의 분기점은 감각 경험 안에 주어진 것에서 벗어나 좀더 심오한 진리를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못한가의 차이에서 온다. '보다 심오한 지식'은 현상의 '내부에 감추어져 있는' 패턴을 드러냄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
? 자연철학자의 임무는 우주를 질서 정연하게 만드는 수학적 패턴을 밝히는 일이다.?

3. '현상을 구하려는' 전통
? 피타고라스학파의 자연철학자는 현상과 일치하는 수학적 설명은 왜 사물들이 그렇게 되어 있는가를 설명한다고 믿었다. 이에 경합하는 관점은, 수학적 가설은 우주의 구조에 대한 이론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합적 관점에 서면, 수학적 관계를 현상에 갖다 붙임으로써 '현상을 구하려는' 것과 현상이 왜 그렇게 되어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 천문학에 있어서 천문학자는 행성의 '실재 운동'에 대한 이론을 세워서는 안 되며, 다만 현상에 맞는 수학적 모델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전통이 생겨났다. 이 전통은 행성 운동에 대한 프톨레마이오스의 업적에서 비롯되었다.
? 현상을 구하려는 것에 천문학을 제한했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옹색함이 5세기 신플라톤주의자인 프로클루스에 의해서 지적되었다. 프로클루스는 천문학자들이 자명한 공리들로부터 결론을 연역하는 대신에, 기하학 모델에 기초하여 단지 현상에 들어맞도록 가설을 조립한다고 비난했다.?

제3장 연역적 체계화의 이상
? 고대 저술가 사이에 널리 퍼졌던 논제는 완성된 과학의 구조가 명제의 연역적 체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클리드나 아르키메데스가 정식화한 정의-공리-정리로 구성되는 언명의 체계는, 정리의 진리성이 곧 공리의 가정된 진리성으로부터 도출되도록 조직되어 있다.
(1) 공리와 정리는 연역적으로 관계되어 있다.
(2) 공리 그 자체는 자명한 진리다.
(3) 정리는 관찰과 일치한다.
? 연역적 체계의 공리가 자명한 진리여야 한다는 요청은 자연철학에 대한 피타고라스의 접근 방식과 일치한다. 피타고라스의 제자들은 자연계에서 이성에 의해 발견 가능한 수학적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 현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공리의 연역적 귀결들이 관찰과 일치한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공리들 그 자체가 그럴듯하지 않거나, 설령 거짓이라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 아르키메데스의 정리들은 원리적으로 경험계에서는 실현되지 않는, 즉 무한히 딱딱하여 휘어지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질량이 없는 막대자를 가진 '이상화된 지레'에 대해서만 엄격하게 적용된다.
? 아르키메데스가 이 '이상화된 지레'에 적용 가능한 법칙에 전념했던 것은 어떤 하나의 철학적 전통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그 철학적 전통에서는 현상의 불규칙적인 복잡성과 형식적 관계를 갖는 무시간적 순수성 사이의 대조가 분명하다. 이 전통은 종종 현상계가 '참의 세계'의 '모방' 혹은 '반영'에 불과하다는 존재론적 주장에 의해서 보강되었다.
? 이 관점이 만연하게 된 주된 책임은 플라톤과 그의 해석자들에게 있다. 이 2원론은 갈릴레이나 데카르트의 사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