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우리 몸(Momm)의 홀아키 구조

by 미선 posted Mar 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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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앞서 엄준호님과의 논의에 있어 약간의 보론이자 연장선상에 있는 글임..)


 [몸학 그림] 발췌 인용



이미 <홀아키>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몇몇 식자들도 있겠지만, 이 용어 자체는 헝가리 출신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아서 케슬러(A. Koestler)를 통해 비롯된 개념으로 전체(holos)와 부분(-on)을 함께 뜻하는 ‘holon(홀론)’과 위계를 의미하는 ‘-archy’의 합성어를 뜻하는데(Koestler, 1967), 오늘날에는 통합사상가인 켄 윌버(Ken Wilber)가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좀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결국 <홀아키>라는 개념은 존재가 전체이면서 부분이 되고 있는 홀론적 성격이 진화하는 자연의 모든 계층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 기인한다(BHE, 24-5 ; MSS 역, 118-119). 이는 진화하는 생명의 구조가 이전의 하위 구조를 포함하면서 이후의 상위 구조로 초월하려는 그러한 포월적 전개의 과정적 구조라는 점을 함의해주고 있다. 이는 일종의 <내포 위계>nested hierarchy를 의미한다. 이것은 저명한 물리학자인 리 스몰린(Lee Smolin)이 『우주의 생명』the Life of the Cosmos에서도 언급했던 “자기조직화된 계의 차례로 포개어진 위계”라는 개념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바로 이러한 내포 위계, 곧 홀아키로서의 몸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인간의 몸도 예외 없이 홀아키 구조를 지닌다. 

앞서 말했듯이 현재 인류의 몸은 137억 년 동안 진화한 이 우주의 구조와 패턴들이 함께 녹아 있으면서, 동시에 다음 세대의 새로운 몸을 향하여 그 밑거름이 되고 있는 과정상의 몸이기도 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몸은 이전 생물과는 달리 결코 단조롭지 않은 복잡다양성과 경험의 강도가 깊은 면면들까지 보여준다. 인간의 몸이 다른 동식물의 몸보다 고등한 질적인 차이를 갖는 이유도 바로 이 점에서다. 동시에 인간의 몸에는 137억 년 우주 진화의 과정 없이는 성립될 수가 없는 몸의 구조가 내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서 편입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사회가 형성하는 문화와 문명은 자연의 그것과는 또 다르기에 자연을 포월하는 <제2의 자연>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137억 년 전, 우리의 우주시대가 태동된 빅뱅의 순간에 곧바로 DNA가 생겨난 것도 아니며, 진공 상태에서 별안간 유인원이 창조되어 나온 것도 아니다. 137억 년 동안 진화해 온 이 우주는 크게 물리학적 지평에서 생물학적 지평으로 그리고 심리학적 지평으로 더 나아가 세계 문화적 지평으로 나아갈 때마다 이전의 단계를 포함하면서 이후의 단계로도 끊임없이 초월하고 있는, 너무도 장대한 시간의 긴긴 여행을 계속적으로 해왔던 것이며, 그럼으로써 이전으로 환원될 수 없는 그 포월적 양상의 <새로움>novelty 역시 지속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자연세계의 이러한 특성을 가리켜 흔히 <창발성>emergence이라고도 애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과거적 사실을 껴안지만 과거적 사실만으로 설명되어질 수 없으며, 현재 안에는 새로운 미래로 비상하려는 창발적 몸부림도 함께 깃들어 있다. 부분의 합은 언제나 전체 그 이상이며, 우주의 진화는 영원한 현재 진행형(-ing)일 뿐이다. 몸은 137억 년 동안 포월적으로 진화하면서 홀아키 구조를 형성해왔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몸은 언제나 과거 전체를 껴안은 채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몸형성 과정이었던 것이다. 

모든 몸은 이전의 것들에 기반하면서도―적어도 이점에선 부분적 환원 역시 가능할 것이지만― 한편으로 이전의 것들로 환원되어질 수 없는 새로움의 그 무엇이기도 하다. 이전의 것들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존재의 몸은 <타자원인성>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이전의 것들로 환원되지 않는 고유한 새로움 또한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의 몸은 <자기원인성> 역시 지닌 것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