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암호(neural code)를 찾아서...

by 엄준호 posted Feb 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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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용어 중 유전암호(genetic code)라는 것이 있다.
좀 설명이 길어질 수 있는데...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모든 생명체-세균으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는 자신을 구성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DNA라고 하는 물질에 암호처럼 저장해두고 있다. 예를 들면 ATGAAATTCCGGTTTT.... 이런식으로
유전암호는 위와 같은 암호문을 해독할 수 있는 “로제타스톤”과 같은 것으로 표로 되어 있다. 이 유전암호표를 가지고 생물학자들은 DNA에 기록된 정보를 해독한다. 놀라운 것은 세균에서 인간에 이르는 모든 생명체가 같은 유전암호를 사용하고 있어 어떤 생물로부터 얻은 DNA 정보도 같은 유전암호표를 사용하여 해독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신경과학) 분야에도 신경암호(neural code)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유전암호와 유사하게 신경암호는 뇌에 저장된 정보를 해독하기 위해 필요하다. 뇌는 정보를 신경활동 즉 전기신호 형태로 저장한다. 따라서 신경암호는 이러한 전기신호를 해독할 수 있는 무엇이다. 유전암호는 4×4×4 행렬로 표현되는 매우 간단한 하나의 표다 하지만 아마 신경암호는 유전암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할 것이고 전기신호의 시공간적 패턴들을 분석하여 얻어지는 끌개(attractor) 형태로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대한 차원을 가진 상태공간 속의 끌개들을 가지고 미래에는 뇌 속에 저장된 정보들을 해독할 수 있지 않을까...
해독되는 정보들은 아마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각경험, 앞으로 일어날 운동 그리고 과거 기억 등이 될 것이다.


만약 있다면 신경암호를 우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방법 또한 유전암호를 찾았던 방법에서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잇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전암호를 과학자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알고보면 방법은 무척 단순했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사실 단백질의 아미노산 배열 순서이다. 다시 말해 아미노산들이 일렬로 연결된 단백질에서 어떤 아미노산들이 어떤 순서로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DNA가 담고 있는 유전정보의 전부이다. 생물학자들이 유전암호를 찾아낸 방법은 예를 들면 TTTTTTTTTTTTT... 이런 식으로 매우 단순한 암호문으로부터 어떤 아미노산 배열을 가진 단백질이 만들어지는가를 분석한 것이다. 이 암호문의 의미를 알게 되면 다음에는
AAAAAAAAA...
GGGGGGGGG...
CCCCCCCCC...
AAGAAGAAG...


이런 식으로 가능한 조합을 하나하나 검토해 본 것이다.
좀 어리석은 방법인 듯이 보이지만 과학자들이 신경암호를 푸는 방법도 이와 유사한 경험적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이나 화학으로부터 어떤 전기신호패턴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을지 계산(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특정 전기신호패턴이 특정 감각 또는 특정 운동과 연관되는 것은 필연적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진화적 우연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나는 미래의 언젠가에는 인류가 뇌를 스캔하여 타인이 무엇을 보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 기술이 어떤 윤리적 또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인가와는 상관없이...


하지만 그 미래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는 “왜 그와 같은 전기신호패턴이 그렇게 느껴지는가?” 일 것이다. 이 의문을 우리가 언젠가 이해할 수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