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함정

by 엄준호 posted Aug 2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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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책이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책이 아니라면,
저 멀리 아프리카나 아마존 밀림에 어떤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고
수 천미터 깊이의 바닷속 풍경을 아는 것은 아마 저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또 책이 아니라면,
그 옛날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각, 현대 과학의 놀라운 발견들을 결코 알 수 없을 겁니다.


책은 이렇게 한 개인이 직접 하기 어려운 많은 경험과 생각들을 전해줌으로써 그 사람이 세상을 올바르게 보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책읽기를 좋아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책을 좋아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에 대한 갈망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니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새로운 경험과 생각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고 사고의 융통성이 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저는 위의 사실들이 꼭 맞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책을 많이 읽는다고 반드시 세상을 바르게 보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개방적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나요?


어떤 경우에는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오히려 그릇된 생각이 더 공고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뇌가 자신이 원하는 사실과 지식만을 선호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한 말로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믿으려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애초의 그릇된 생각은 독서를 통해 그 그릇된 생각을 지지하는 지식들만을 빨아들여 누구도 깰 수 없는 단단한 바위와 같은 ‘믿음’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도 견고해서 절대로 변하지 않을...
어떻게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전문가의 말 조차 통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하게 되니 말입니다.


이렇게 되는 첩경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선 소통하지 않고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천재가 아닌 이상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모두 올바르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혼자 공부하다보면 처음의 잘못된 생각이 교정되지 못하고 엉뚱한 길로 빠지기 쉬울 것 같습니다. 물론 소통한다고는 해놓고 실질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기말만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봅니다. 특히 교수나 박사라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은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나름 공부 꽤나 하고 책 꽤나 읽었다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책을 비판적으로 읽지 않는 것입니다. 심지어 교과서라도 책 내용이 다 옳은 것도 아니고 책이 모든 사람이 다 이해할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책을 비판적으로 읽으려 노력하고 책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고 또 그 분야에 대해 좀 더 알고 있는 소위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백북스에서 직,간접적으로 몇가지 경험을 해보고 제가 스스로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독서의 함정”입니다.
하지만 참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