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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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 이것은 제가 얼마 전에 헌책방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발견한 책입니다. 책은 1948년에 링컨 바넷 이라는 사람에 의해 쓰여졌고 우리나라에는 1959년에 번역되었습니다. 상당히 낡고 분량도 150 정도의, 누가 봐도 볼품 없어 보이는 책입니다. 하지만 제가 책을 발견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성이론의 본질이 설명 되어 있고 생각에 젖게 만드는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욱 가슴을 만드는 것은 바로 아인슈타인의 서문이 적혀있기 때문입니다. 찾아보면 있을 수는 있지만 저로서는 상대성이론을 설명하는 중에서 아인슈타인이 직접 서문을 책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1950년에 아인슈타인이 자서전을 제외하고 서거 하기 전에 남긴 마지막 서문일 것이라고 생각 됩니다. 아인슈타인의 서문과 감명 깊은 부분을 조금 길더라도 첨삭 없이 적어보겠습니다.


 




                                                                                           1948
프린스턴 대학 연구실에서


 


<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의 서문>


 


다소 추상적인 과학의 문제를 통속적인 수법으로 소개하여 보셨던 분은 누구든지 그러한 계획이 얼마나 곤란한 일인지 알고 계실 압니다. 어떤 해설가는 문제의 핵심체를 음폐하고서 독자에게 피상적인 외모나 혹은 막연한 암시만을 제시함으로써, 알기 쉽게 해설하는 데는 성공할지는 모르나, 결국 독자에게 오해와 환상만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를 아주 전문적으로 해설하기가 쉬운데, 이러한 수법으로는 미숙한 독자로 하여금 해설을 따라갈 없게 하고 이상 읽을 용기를 잃게 것입니다.


만일 오늘날의 통속적인 과학 해설서에서 위에 말한 가지 분류를 제외한다면, 남는 것이라고는 놀랍게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좁은 부문이야말로 실제로 가치 있는 부문입니다. 이것은 일반 대중들에게 양심적이고 지성적인 과학의 연구에 바쳐 노력과 성과를 경험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개개의 업적을 분야의 전문가들이 열거하고 부연하고 응용하는 것으로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없는 것입니다. 지식의 정수를 소수의 집단에게만 국한시킨다는 것은 대중의 철학적인 정신을 약화시키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정신적인 빈곤을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링컨 바넷(Lincoln Barnett)씨의 저서는 통속적인 과학 해설에 가치 있는 공헌을 하였다고 믿습니다. 중에서도 나의 상대성 이론의 주요한 개념이 지극히 적절하게 소개되었습니다. 더구나 현재 우리의 물리학에 관한 지식을 재치 있게 나타내었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실제적인 지식의 성장이 함축 있게 설명할 있는 하나의 통일된 이론적 개념을 얻으려는 노력과 더불어 어떻게 오늘의 현상에 이르렀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현상은 ㅡ모든 성공에도 불구하고ㅡ 기본적인 이론적 개념의 선택에는 불확정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인 것입니다.


 


 


뉴저지 프린스톤


                                                                                                                 1948 9 10


알버트 아인슈타인


 


 
<본문에서>


 


통일장이론은 모든 과학의 웅대한 목표를 다루고 있으며 아인슈타인이 정의한 것처럼 통일장 이론의 목적은 가능한 최소수의 가정과 공리로부터 최대수의 경험적 사실을 논리적으로 추론으로써 포괄해 보려는 것이다.” 수많은 전제를 정리하고 개념을 통일하고, 표상 세계의 다양성과 특이성을 뚫고서 그 너머에 있는 분화 불가능한 단일체에 이르려는 충동은 과학이 가진 특권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인간 지혜의 가장 숭고한 정열인 것이다.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철학자와 신비주의자 역시 자기들의 내관적인 교훈을 통하여 이 변화하는 환상적 세계를 지배하는 불변의 본질을 찾아보려고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2300년 전에 플라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 적이 있다.


 지식을 참으로 사랑하는 자는 항상 실재를 갈구하며…..그 사람은 겉모양뿐인 이 잡다한 현상에는 마음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실체를 찾는 일을 다음과 같이 풍자적으로 말할 수 있다.  자연이 그의 겉모양을 벗어남에 따라, 무질서로부터 질서가, 다양성으로부터 단일성이 나옴에 따라, 또한 수 많은 개념이 통합되고 기본 법칙들이 점차 간단해짐에 따라, 우주상은 간단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일상 경험세계로부터 점점 멀어만 가기 때문이다. 즉 익숙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골격구조보다 더 알기 어려운 모양이 되어가기만 한다.” 왜냐하면, 두개골의 구조는 그것이 받치고 있는 얼굴의 외모를 예정하기나 한다지만, 우리의 감각이 그리는 나무의 상과 파동 역학이 제시하는 나무의 상 사이, 혹은 여름 밤에 별빛 어린 하늘의 모습과 우리가 느끼는 유클리드 공간을 대신하는 사차원 연속체의 모습 사이에는 도무지 앞에 말한 두개골 문제에서와 같은 유사성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실체와 외관을 구별하고 우주의 근본적 구조를 노출시키기 위하여, 과학은 감각의 허위성을 극복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가장 높은 우주건조물은, 아이슌타인도 지적했듯이, ‘내용의 결핍이라는 값을 치르고 얻은 폭이 되었다. 모든 이론적 개념은 내용이 없어서 결국 감각적 경험과 이탈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인간이 진실로 알고 있는 세계는 자기를 위하여 감각이 창조한 세계인 까닭이다. 감각이 옮기는 인상, 기억력이 남기는 인상, 이런 것들을 모두 지워 버린다면, 아무 것도 남을 것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철학자 헤겔이 말한 바 순수 존재와 무와는 동일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관념의 연상이 결여된 존재 상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소위 과학자나 철학자가 말하는 표상세계, 즉 빛과 색의 세계, 푸른 하늘과 녹색 잎의 세계, 솔솔 부는 바람과 찰랑거리는 물의 세계, 다시 더 쉽게 말한다면 인간의 감각기관에 의하여 실제된 세계는 유한한 인간이 자기의 본질적 본능에 의하여 유폐되어 있는 세계인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나 철학자가 말하는 소위 실체의 세계란, 인간의 인식이라는 평면 밑에서 마치 빙산처럼 놓여 있는, 색도 없고 소리도 없고 또한 만질 수도 없는 상징으로 되어 있는 골격 같은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 상징이라는 것도 변한다. 예를 들면 지난 세기의 물리학자들은 장미의 심홍색을 표상세계에서는 주관적인 심미적 감각이라고 알고 있었던 반면에, ‘실체의 세계에서는빛을 전파하는 에테르의 진동이라고 믿었다. 오늘날은 심홍색을 파장과 동일시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그것을 광자의 에너지 값으로 생각하는 것도 역시 적절한 것이다. 어느 경우에서나, 사용되는 개념은 이론의 추상적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조사해 본 결과 중력, 전자기, 에너지, 전류, 운동량, 원자 혹은 중성자라고 하는 모든 것들은 사물의 표면 뒤에 있다고 보는 참된 객관적 실체를 그려내는데 도움이 되고자 인간의 지성이 만들어 놓은 이론적 기초공사, 발명물, 암유들에 불과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그리하여 부정직하고 혼돈된 감각의 표현 대신에 과학은 여러 상징적 표현체계를 이룩하였던 것이다. 끊임없이 증대하는 수학적 정확성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체계들은 또 다시 각각 구별되고 식별되고 있는 반면에, 이전의 오류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가 최후의 진리를 선언할 위치에 있다고 장담할 어리석은 과학자는 아마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현대의 이론가들은 뉴톤이 알고 있었던 것과 같이, 자기들은 거인의 어깨에 서 있으며 자기들의 선배의 인식이 그들에게는 왜곡된 것처럼 보이듯이 자기들의 특이한 인식도 후손들에게는 왜곡되어 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은 말하길 감옥이야말로 달관의 세계라고 하였다. 이 감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하여 과학이 마련해 놓은 모든 탈출로는 오히려 상징과 기호로 가득찬 신비로운 심연 속으로 인도할 뿐이다. 완전한 일률적 표현을 획득할 때, 다시 말하면, 이론과 자연 과정의 완전무결한 일치를 얻을 때, 우리는 과학적 지식의 최고의 극한에 도달하였다고 말할 수가 있다. 이와 같은 일률적 표현은 지극히 완전하여, 관측된 모든 현상을 하나도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목표에 접근하는 도상에서 여태까지의 과학은 가장 뚜렷한 실제적 승리와 작전상의 승리를 성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사물간의 관계를 규정하고, 사물이 포함되어 있는 사건을 서술하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화이트 헤드는 사건이야 말로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의 단위이다라고 언명하였다. 그는 이와 같은 말로써 다음과 같은 뜻을 의미하고 있다. 즉 아무리 이론 체제가 변화되고, 또한 더구나 그 이론 체제를 표시하는 상징과 개념의 내용이 결핍되어 있다 하더라도, 과학과 인생이 당면한 본질적이고 영원히 지속될 사실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발생이나, 활동이나, 사건 등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관념의 함축성은, 두 전자의 충돌과 같은 간단한 물리적 사건을 숙고함으로써 잘 설명될 수가 있다. 현대 물리학의 체제 안에서는,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는 것이다. 즉 두 기본 물질 입자의 충돌, 혹은 두 전기 에너지의 기본적 단위의 충돌, 혹은 입자의 합류나 확률파의 합류, 혹은 사차원 시공연속체 안에서의 소용돌이의 융합 등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 충돌 현상에 있어서 주동자의 본성은 실제로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전자는 실체가 아니라 오히려 이론적 상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 충돌현상 자체는 실재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사건은 실재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참된 객관적 세계가 희미하게 보이는 플라스틱제의 둥근 지붕 밑에서 그 반을 감춘 채로 영원히 놓여 있는 것과 같다. 끊임없이 변하는 이론에 따른 전망으로 인하여 왜곡되고 변형된 그 희미한 표면을 들여다보는 까닭에, 인간은 외견상의 안정된 관계와 재발하는 사건들을 간신히 찾아낼 정도인 것이다. 이러한 관계와 사건을 시종일관하게 일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지식의 최대 가능성이라 볼 수 있다. 그 점을 넘어서면 인간은 허공을 바라볼 뿐이다.


과학적 사상이 진전됨에 따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뚜렷이 명백하여졌다. “물리적 세계의 신비라면 어느 것이나 그 자신 뒤에 또 하나의 신비를 가리키고 있다지성이라는 큰길이나, 이론과 추측이라는 샛길은 모두 인지로서는 도저히 건널 수 없는 심연에 결국 다다르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 자신이 자연계 안에서 존재하며 유한하며 포함되어 있다는 바로 그 조건으로 속박되어 있는 까닭이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말한 것과 같이, “인간은 자기의 시야를 확대하면 할수록, 인간 자신이 존재라는 커다란 희곡 속에서 관람객과 배우의 이인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생생하게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야말로 그 자신의 최대 신비인 것이다. 인간의 능력으로써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은, 인간 자신이 바로 자기가 탐구하려는 세계의 일 부분이라는 점이다.


 
 


제가 글을 올린 이유는 비록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수학아카데미를 통해서 인간 감각의 범주를 벗어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상징과 기호 체계를 배울 있었고 어제 있었던 수학아카데미 종강 파티의 향연에 답례하고자 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외의 어떠한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이종필 박사님을 비롯하여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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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순 2009.12.13 12:59
    수학아카데미 종강 후 모임이 아이들 방학식날 좋아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식사후 옆에 사람들과 같이 싫컷 수다도 떨고 싶어서 늦게까지 많은 얘기를 나누다가 돌아왔습니다

    처음에 계획한대로 충실하게 하지 못해 아쉽지만 강의를 들으며 식을 계속 간결하게 만들고 대입해 나아가는 것이 마치 인생을 냉철하게 분석해가며 충분한 경우수를 두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하였고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나 놀라기도 하며 때로는 아! ~ 아름답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물리학자들의 인생의 무게가 실린 학문들이 느껴지며 스스로 과학이 무엇인가를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즈음에 오늘 전재영총무의 글이 큰 도움을 주네요 고마워요

    과학에 대해 생각하며 사건의 연속속에서 살아가는 현재를 부딪히는 모든 것들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최선을 다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 따라줘야 어떤 공부를 하던지 더 본질에 가까이 가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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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석희 2009.12.13 12:59
    The world is the totality of facts, not of things. - 비트겐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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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향수 2009.12.13 12:59
    많은 느낌을 줍니다. 5번정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올 때마다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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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숙 2009.12.13 12:59
    너무나도 귀하고 멋진 글입니다..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위대한 순간의 가슴벅찬 글입니다..
    이런 글을 찾아내고 가슴 설레이며 반추할 수 있는
    재영씨의 깊은 시선에 감사드립니다..
    과학과 철학의 필연적인 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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