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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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출신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기피증이 있습니다.
저는 아주 심한경우인데. 고등학교때부터 사칙연산만 알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 
복잡한 수학을 배워서 대학입시 말고는 어디 써먹을데가 있단 말인가? 이런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은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도 줄곳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세계관에 충격을 주었던 것은 다름아닌 수식으로 된 특수상대성이론의 방정식 이었습니다. 





저는 상대성이론을 접했을때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의 수식을 풀어보면 빛의 속도에 가까이 갈수록 아주 다이나믹한 시공간이 유도됩니다.

관측자가 보기에 광속으로 진행하는 빛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거나, 아주 작은 질량이라도 에너지로 전환되면 가공할 위력이 나오게 된다는 것 등등은 위의 수식에 들어있는 의미들 입니다.

영원한 시간과 공간, 또는 우주의 어디에서나 객관적으로 동일한 시간과 공간의 이미지는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상대성이론은 기존의 세계관, 상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가장 문제가 됬던 것은.. 저에게 위의 수식을 풀수있는 수학적 지식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을 간단하게 유도하는 것은 고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수준이면 가능합니다.
그런 수학적 기본기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상당한 시간을 우회했습니다.

수식이 없는 교양서적으로 상대성이론을 접하는 것과, 직접 수식을 풀어서 그것의 의미를 익히는 것은 아주 다른 느낌입니다. 경험해 보신분들은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실 것입니다.
 
상대성이론과 마찬가지로 양자역학도 기존의 세계관과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의식과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세계에 대한 확신은 20세기 이후 상식적인 생각입니다.
누군가 달을 쳐다보건 말건 달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태양과 달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그 속도와 위치를 측정하기만 하면, 앞으로의 모든 궤도와 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과학의 힘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양자역학은 미시영역에서 입자의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합니다. 실험의 정확도 라든지 실험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더욱 기이한 것은 관측자의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달을 관측하건 말건 달의 운동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자세계는 그렇치 않다고 합니다.
관측하는 행위가 양자입자의 운동을 부분적으로 창조합니다. 이것 참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양자역학이 다루는 미시영역은 물질의 근본적인 구조라고 추측되는 지점입니다.
물질의 구조는 곧 우주의 구조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일예로 와인버그와 살람이 구축한 표준모형은 몇몇개의 양자적인 기본입자를 갖고, 놀라운 정도로 설득력있게 우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자역학도 수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저같은 사람한테는 참 불행한 일입니다.)
지난해 일반상대성이론 강의때 저는 수학을 못쫒아가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을 왜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음악을 연주할때 악보를 못본다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 악보를 보는 방법쯤은 익혀둘 필요가 있는 것처럼,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도 그런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 강의는 그렇게 어려운 수학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저는 또 한번의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는 아마츄어이기에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또는 양자역학을 잘못 이해하더라도,
물리학계와 한국사회에 크게 해로울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올초에 아이폰을 사고나서 처음에는 고장날까봐 애지중지 했는데, 얼마쯤 지나고 보니 내가 아이폰을 망가뜨릴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닭았습니다. 적어도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공부를 하면서 아무리 엉뚱한 생각을 하더라도, 양자역학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질문과 논의는 오히려 더욱 풍성한 이해를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때때로 질문의 수준과 논의의 엄밀함을 걱정하여, 궁금해도 참고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란 점은 확실합니다,
수학아카데미는 진정한 아마츄어리즘에 입각해서 서로 서로 질문하며, 수시로 논의하는 유쾌한 공간을 추구합니다.

이충기 박사의 양자역학 강의는 벌써 제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습니다.
첫 강의시간에 뵐때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 ?
    이정원 2010.08.30 00:10
    양자역학에 대한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글이에요. ^^
  • ?
    문건민 2010.08.30 00:1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는 아마츄어이기에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또는 양자역학을 잘못 이해하더라도, 물리학계와 한국사회에 크게 해로울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수학아카데미는 왜 이렇게 재미있나요 ㅋㅋ
  • ?
    임석희 2010.08.30 00:10
    "다행히 이번 강의는 그렇게 어려운 수학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시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라면 좋겠습니다. ^^*
  • ?
    이정원 2010.08.30 00:10
    "마찬가지로 우리가 공부를 하면서 아무리 엉뚱한 생각을 하더라도, 양자역학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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