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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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글을 올리고 나서 무언가 찜찜함이 남아 있었는지 책장의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찜찜함의 원인은 좋은 질문이 생각나지 않아서였다.
침대에서 뒤척이며 조금 생각을 하다가 결국 잠이 들었다.

오늘 영어 공부를 하다가 머리도 식힐겸 책장에서 책을 한권 손에 들었다.
평상시에는 머리 식힐 때 음악을 듣거나 기사 또는 도서 검색을 하는데
어제의 여파가 있는지 책장으로 손이 갔다.

제목이 '수학의 발견-소크라테스식 대화를 통하여'라는 책이었다.
1979년에 번역 되어진 책으로 저자는 '알프레드 레니이'이다. 
예전에 헌책방에서 단돈 1500원에 구입한 낡은 새책이다. 
오늘 집 앞에서 사먹은 떡볶이와 튀김 값이 1500원이다.
같은 1500원인데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이런게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책도 세월을 타는지 30년이 지난 새책은 단지 낡은 새책이 되어버린다.
그동안 얼마나 온순한 주인들의 손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30년의 세월이 지나서
주인다운 주인을 만난 셈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집에 있는 책의 70%는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이다. 요즘엔 헌책방도 발전해서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결코 인터넷 구매를 하지 않는다. 근래에 구입한
책 중엔 '다윈의 식탁'도 있다. 헌책방을 다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헌책방의 과학도서는
대부분 새책 또는 거의 새책이다. 저 처럼 고정된 수입이 없는 분들이나 '내일 어떤 책이
 들어올까'와 같은 스릴을 맛보길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헌책방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어쨌든 그 책을 펼쳐서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제대로 골랐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독서 시간은 하루에 길어야 1시간, 운이 좋게 20분정도 지났을때 머리가 뚫리고 상쾌해졌다.
책을 골라도 너무 잘 고른듯 했다. 책의 서술 방식은 역사속의 인물들의  대담으로 진행된다.

특히 내가 관심있게 본 것은 소크라테스와 히포크라테스의 대화였다.

첫 문장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소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여, 누구를 찾고 있오?

주 내용은 히포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에게 수학에 대해서 가르침을 받는 내용이다.
소크라테스가 적절한 질문을 던지면 히포크라테스가 대답을 해 나가고 결국에 
히포크라테스가 스스로 문제의 답을 찾게된다. 대화가 고조됨에 따라 질문도 날카로워
지고 대답도 명확해진다. 소크라테스의 상상력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던 것이다.

대화 전부를 적고 싶지만 그것은 해서도 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가장 의표를 찌르는
부분을 적어보겠다. 마지막 부분이다.


히포크라테스  우리의 논의를 통해서 저는 수학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신념을 완전히
굳혔고 이 점에 대하여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그러나 당신 자신은 왜 수학을 하지 않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당신께서 수학의 참다운 본질과 중요함을 깊게 이해하시는 걸 보면,
제 추측으로는 당신이 수학에 골몰하시면 당신은 헬라(Hellas)에 있는 다른 모든 수학자들을
능가하실 것 입니다. 당신이 저를 받아 주신다면 저는 기꺼이 당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소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 아니오. 나의 일은 그것이 아니오. 테오도로스는 수학에 관하여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으며 그보다 나은 스승을 찾을 수 없을 것이오. 왜 나 자신이 수학자가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하여 몇 가지 까닭을 설명하겠오.
 내가 수학에 관하여 고매한 생각을 갖고 있음을 숨기지는 않겠오. 내가 생각컨대 우리 그리스
사람들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수학에서 중요한 진보를 이룩했오. 그러나 이것은 다만 시작일 뿐
이오. 우리가 광폭한 전쟁에서 서로를 멸망시키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발명자로서는 물론 발견자
로서도 훌륭한 업적을 이룩할 것이오. 그대는 내가 왜 이러한 위대한 학문을 발전시키는 사람들의
대열에 끼지 않느냐고 물었오. 사실 나는 일종의 수학자이긴 하지만 종류가 다른 수학자이오. 그대
가 신탁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즉 내가 항상 주의깊게 귀 기울이는 내면의 소리는 수년 전에 나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오.

"수학자들이 그들의 고귀한 학문에서 이룩한 위대한 진보의 원천은 무엇인가?"
나는 이렇게 답했오.

"그들의 방법, 그들이 쓰는 논리의 높은 규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완전한 진리의 추구, 항상 처음의
원리들로부터 출발하는 그들의 습관, 사용하는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고 자기 모순을 피하는 습관이
수학자가 거둔 성공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내면의 목소리가 대답했오.
"좋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여. 그렇게 생각하고 논의하는 방법이나 수나 기하학적인 꼴을 연구하는 데만
쓰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 다른 분야? 예컨대 철학과 정치학에서 개인적이거나 공적인
일상생활의 문제를 논의할 때에 이와 같은 높은 논리적인 규범을 적용하도록 너는 어째서 너의 시민을
확신시키지 않느냐?"

이때부터 나의 목표는 정해졌오. (예컨대 프로타고라스와의 논의를 당신도 기억하겠지만)
나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무식한 바보임을 증명해 왔오.
그들은-수학자와 달리-정의되어 있지도 않고 절반밖에 이해되어 있지 않은
개념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논의는 모두가 확실한 근거를 상실하고 있오.
나는 이러한 행위 때문에 나는 거의 모든 사람을 나의 적으로 만들었오.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오.
생각하는 게 게으르고 분명하지 않은 용어를 쓰며, 되지도 않는 만족을 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살아있는 비난이기 때문이오. 사람들은 고칠 수도 없고 고치려고도 않는 자신들의 잘못을 끊임없이
지적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소. 이들은 때가 오면 나를 덮쳐서 없애버릴 것이오. 그러나 그때가
올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나의 소명을 따를 것이오. 그렇지만 그대는 테오도로스에게 가시오.


이 책을 읽고나니 수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한 번은 할 수 있지만
두 번은 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든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책장에 홍성욱 교수님의 '과학은 얼마나'
라는 책이 눈에 띈다. 물론 헌 책방에서 구입했다.

아...이럴 때가 아닌데..자꾸만 손이 가는 이유는 뭘까?^^














  • ?
    홍종연 2009.12.15 06:51
    여전히 진지한 재영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잘 지내지?

    예전에는 주기적으로 한번씩 꼭 헌책방 순례를 하곤 했었는데..
    하지 않게 된게 언제부터였을까..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게 되고부터였던것도 같은데...
    덕분에 잊었던 기억이 다시 새록새록 나네.

    그때 그책방이 그 자리에 있을라나??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 ?
    임석희 2009.12.15 06:51
    수학. 과학 하는 이유...
    내 경우엔 철학이 답을 해 주더라.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조중걸.

    난 지난 10개월 동안, 내가 왜 수학과 과학에 목을 매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기쁨에 울고)
    또 내가 과학에 보낸 무한한 신뢰가 여지없이 깨지는 혼돈의 시기를 보내야했지.(암울해서 울고)
    그리고, 그 혼돈의 시기에서 어쩔수 없이(?) 혹은 그래도 반드시 과학을 해야만 하는 그 답을 찾아가고 있거던. (절망속 희망에서 울고)

    이 책이 너에게도 무언가 한줄기 빛이 될거라 생각해. ^^*
    먼저 읽어봐. 시야가 탁! 트일거야.
  • ?
    신현숙 2009.12.15 06:51
    얼마전 유대인 특집 프로에서
    유대인의 교육은
    "대답을 평가하지 않고 질문을 평가한다..'라던 말이 떠오릅니다..
    평생토록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가장 적절한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풍요로운 삶의 방법은 아닐런지요..
    재영씨가 던진 화두를 이유삼아
    오늘 밤만이라도 제대로 된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져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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