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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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렴형미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며는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훨훨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는
눈이 크고 가냘픈 총각애
총 센 머리칼 탓인 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아지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마냥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나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애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애 맘껏 딩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보고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잡고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넣어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여야 할 피는
다름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딩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이 가진 재능은
지구 우에 조국을 들어올리기에.....









당신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시입니다. 이 시를 읽고는 심장이 마구 요동쳤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몇몇 생경한 어휘들도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진한 인간의 냄새 때문이었습니다.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여야 할 피는/ 다름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이 구절 앞에서 저는 박수를 치고 싶었고,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한사람으로서 왠지 심히 부끄러웠습니다.



렴형미 시인은 함경북도 청진 출생으로 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여성시인입니다. 1999년 이후에 작품을 활발하게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북의 어려운 현실을 견디며 사는 여성의 목소리를 시에 주로 담고 있다고 합니다.




-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中 -







낙엽은 '떨어진다'는 말로 연결되고, 코스모스는 '한들한들'이라는 의태어를 만나고, 귀뚜라미는 '귀뚤귀뚤'이라는 의성어와 결합하며, 단풍잎은 '빨갛게' 물이 들 것이며, 하늘은 '푸른 물감을 뿌리다'는 문장과 조우하며, 황금들녘은 풍요의 이미지를 데리고 올 것이며, 허수아비는 반드시 '참새'를 불러들이고, 추석은 '보름달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게 한심한 조합으로 시의 틀을 짜려고 한다면 그 순간, 그때부터 당신의 시는 망했다고 보면 된다.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다. 당신의 시는 상투성의 그물에 스스로 갇힌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시인의 동심은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 물고기 비늘이 반짝이는 이유는 바다에 떨어진 별빛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애인이 만들어준 뜨개질 목도리를 하고 있으면 애인이 등 뒤에서 목을 감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아욱을 씻다가 어머니에게 느닷없이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있느냐고 물어본 적 있다고..... 시인들의 이러한 철없음이 실은 세상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최초의 단서가 된다. 시의 진정성은 동심을 회복하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상투적인 눈, 관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식, 빈부한 언어로는 진정성의 끄트머리도 붙잡을 수가 없다. 새로운 것과 참된 것은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생겨난다.



- 가슴으로도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中 -










국어 선생님께서


"문학은 삶이다"


하는 순간


교과서를 거꾸로 들고


담배 한모금 하라








우리 자신의 꿈 앞에서



너무 고상하지 맙시다

엘리티즘의 아가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누구와도 소통하며







신경건축학자들은 높은 천장이 창의적인 발상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냈다




많은 청소년들의 꿈은 공무원


이유


안정







백북스를 바라보고 자라나는 여러분들은


다르길






당신이 늘 보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 소소한 것에서부터 삶의 기미를 포착하고 파악하는 습관을 길러라. 지금부터는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을 의심하고, 아름답다고 여기던 것들과 끊임없이 싸우고, 익숙하고 편한 것들과는 결별을 선언하라.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한 순간도 미적 인식에 다다를 수 없게 된다.









호가호위


저의 호랑이가 돼준 문학 집배원 안도현


어흥 ~







똥이 마려워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적당한 곳이 있어 여기 누고 갑니다




우르릉 쾅쾅


똥하면 뿡도 상투성이니까


천둥을 뀌어야지










어젯밤 풀밭에 살포시 낳았던 똥을



오늘 아침에 살며시 물 내려버렸었습니다.



다시 올리는 것은



겁쟁이인 제 자신을 비웃음과 동시에 문건민 선생님께 감사하고자 입니다.

부족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이병록 2010.04.01 08:20
    부시맨으로 유명한 그 아프리카 종족은
    수렵채취하며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꼭 필요한 것만 자연에서 얻고 있는데
    학교를 만들어서 강제로 교육을 시킨다는 티브 방송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꼈었죠.
    자연과 함께 살도록 놔두고
    자연에서 부족한 최소한의 인공 문명만 지원하는 것이
    더 풍요한 삶일텐데
    자연에서 뛰어놀고 있는 어린얘들을 건물속에 가두어넣고
    도회지의 월급쟁이로 만들기위한 산업화 교육이
    그들에게 필요한가?
  • ?
    지석연 2010.04.01 08:20
    글을 읽고 나서, 가슴이 저릿하고, 코끝이 찌잉합니다...
  • ?
    문건민 2010.04.01 08:20
    영석 씨,
    좋은 글이에요, 다시 올린 거 정말 잘 한 일입니다.

    처음에 '똥하고 친해져야 한다'는 제목을 보고는
    흠...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 똥 씻기는 나야말로
    똥과 친한 사람이지, 하는 생각에 미소지으며 글을 열었죠.

    그런데 시 한 편 읽는 사이 가슴이 마구 뛰고
    복부에 강펀치 한 방 맞은 듯한 충격이 왔습니다.
    가슴 벅차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어쩌면 아이 낳고 키워 본 사람 아니면 느낄 수 없을 듯한 그 무엇이...

    이런 시 읽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댓글 달아야지 하며
    다음 날 아침부터 컴퓨터 켰는데 글이 없어져서 허전했어요.

    영석 씨가 쓴 글도 사람 속을 시원하게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자기 모습 그대로 진솔하게 써 낸 글이라면
    누구나 글 올리고 나서 '벌거벗은 느낌' 들지 않나요.

    하지만 전 그냥 그 느낌을 가만히 들여다 봐요.
    부끄러워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내가 먼저 내 모습 열어 보이지 않는다면
    깊은 교감도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 ?
    현영석 2010.04.01 08:20
    백북스 홈페이지 참 좋은 사이버 광장입니다. 이 야심한 밤에도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사람의 체온과 체취를 느낄수 있는 정말 좋은 공간입니다.
  • ?
    이병은 2010.04.01 08:20
    재미있게 읽었어요.
    유머러스한 댓글을 달고 싶은데...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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