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탐사를 앞두고(발표와 관련해서)....

by 홍종연 posted Aug 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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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습탐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여행에 대한 막연한 설레임과 조금 더 맹목적이다시피한 동경이었었다.
구체적인 것은 아무것도 생각치 않고 덜컥 신청을 하고 난 후
필독서가 나왔을 때도, 진지함보다는 그런 과정의 즐거움만이 있었다.
"읽을 책이 너무 많아요"라고 하면서도
다른 잡다한 일상과 소소한 재미들에 시간을 거의 대부분 흘려보내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한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학습탐사 예비캠프에 참가하면서, 비로소 구체적인 실감을 가지고
여행이 아니라 "학습"이라는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예비캠프에서, 13가지 주제로 학습발표를 한다는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몇번을 망설이다가 "애보리진"에 대한 것을 해보겠다고 손을 들고 말았다.
(그러고는 내내 후회했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자책하며)
처음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자료도 PPT 10장 정도로 준비하라고 하셔서.

그날 이후로 한달 내내.. "Aborigine"을 품고 살았다.
심지어는 꿈속에서 그들을 만나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나에게 제대로 '말'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졌었다.
제일 큰 문제는 내가 그들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다는 것과
우리나라에 그들에 대해 소개해 놓은 책자나 자료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이 이민이나 관광과 관련해서 간단한 한두줄의 소개뿐이었다. (흥미를 유발하는 차원에서)
역사를 다룬 곳에서도 대부분은 이주민의 역사를 얘기하면서 덧붙인 설명 뿐이었다.
박사님께 이런 사실을 얘기하면서, "잘 안돼요. 자료도 없어요. 못하겠어요"라고 징징거려도
언제나 박사님은, "찾아보라"는 대답 뿐이셨다.

발표를 몇일 앞 둔 화요일,
얼마전에 찾은 지도 하나가 내가 찾던 게 맞는지 아닌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를 않아서
박사님께 메일을 보냈는데 그 다음날 전화를 주신 박사님은
그제서야 필요한 책자 몇가지와 방향을 일러 주신다.
덕분에 거의 이틀 밤을 꼬박 새다시피 할 수 밖에 없었다.
미완의 발표 자료를 들고 온지당을 찾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다시 보니, 뭔가 많이 엉성하기만 하고, 부족한 것 투성이여서..
이런 걸로 발표를 할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앞 사람들의 발표가
제대로 귀에 닿지를 않았다.
그리고, 발표를 마친 지금은.. 더 무거운 마음이다.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면서도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뭔가 모를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
말이란 이래서 뱉어놓고 나면 자체의 무게를 지니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리라.

아직도 "Aborigine"은 내 안의 제일 큰 화두이다.
처음의 무지에서 많이 벗어났다고는 생각하지만
여전히 거리를 두고 그들을 관찰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발표 전체가 엉터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고민도 된다.

이제 호주탐사로의 여행길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에 호주에서 그들이 내게 말을 걸어 온다면 좋겠다.
그들이 4만년이 넘는 긴 세월을 숨쉬고 살아왔던 땅에서
그들과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그 장구한 세월의 숨결, 한자락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것들이 내게로 와서 무엇이 되어 줄지는 모르지만
다른 문화, 다른 생각들에 대한 것을 찾아보고 배우는 과정이
다른 대상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서
자신의 근본을 찾아가는 길과도 닿아있음을 체득하는 과정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기대와 설레임과 두려움과 걱정들이 지나가는 시간을 더디게만 만드는 이즈음이다.
여전히 부족한 공부가 제일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