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한 달후에

by 박승현 posted Sep 26,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별이 내리는 밤하늘은 너무 아름다웠다.
목마른 대지 위로 태양이 타올랐다.
나는 그것을 바보처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며 있었다.
평온한 가슴속에 불어 닥친 폭풍은 언제쯤 멈추게 될지..
어지러운 바람이 부는 세상에 나는 혼자 서있다.
정답이 없는 질문과 풀리지 않은 의문들 그리고 이유가 없는 외로움.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벌써 서호주를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아니면 지나간 것일까.
사실 호주 학습탐사는 지난 하와이 학습탐사 때보다 개인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정신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게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호주 퍼스행 비행기를 탑승할 때까지 이것은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다.  

지난번 하와이 학습탐사는 백북스에 참여한 지 불과 한 달 밖에 안되었지만 무언가 이끌림에 의해 하와이 학습탐사에 참가를 결정하게 되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하지 않았나싶다. 처음이란 설렘 때문이었을까.
하와이 학습탐사를 다녀온 나는 지금까지 무미건조하게 살아온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참가하는 나로서는 욕심이 생겨 이러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홈페이지에 있는 백북스발자취-해외학습탐사란에 있는 1회 호주학습탐사의 게시글을 보면서 나는 힘들게 힘들게 과연 무엇을 얻게 될 지 고민하려 애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의미한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앞서 말했지만 호주학습탐사는 사실 처음에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가고는 싶은 마음이 있으나 아쉬운 마음을 머금고 가지 말자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일까.. 결국엔 참가하게 되었는데 나의 미래와 바꾸는 큰 결정이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현실적인 문제에 얽매이게 마련인데 나도 역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에 따라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스스로 실망을 하게 되지만 인간은 그러한 동물이란 무책임한 생각으로 위안 삼는다. 핑계라면 핑계이지만 학습탐사를 다녀와 지금까지 안해도 되는 고민을 내 스스로가 만들어 나를 고되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호주의 완벽한 밤하늘과 무한의 붉은 대지
이것이 탐사 기간 동안 나에게 보여준 선물이다. 말로 전부 표현 못하는 벅찬 감동.
그리고 이것이면 충분하였다.

하늘로 향한 끝없이 이어진 길을 달리며 나는 그들과 대화하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나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쉽게 대화하지 못하였다. 한 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을 시기하는 하늘의 뜻이었을까. 그냥 덤덤히 묻어가기로 한다.

호주에서의 순간순간 느낌을 기록하지 못한 나로서 조용히 다른 탐사대원이 올린 글을 보며 생각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온전하게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다. 9박 10일 동안의 기억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점차 사라져간다. 예전에 하와이를 다녀와서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까운 마음에 조금이나마 잡아보려하지만 점점 멀어지기만 할 뿐 나만 힘들어진다.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것이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기억나는 것은 호주학습탐사를 준비하면서 음악CD를 만들며 들었던 노래 중에서 존 덴버가 부른 'Take me home country road'이다. 예전에 중학교 다닐 때 올드팝에 빠져 수없이 듣고 부르던 노래 중 하나.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반가웠다.
가사 중에서 'Country road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이란 구절이 있는데 정말이지 그 때의 그 느낌이란 잊을 수가 없다! 물론 내가 탑승한 차량에서는 듣지 못하고 머릿속에서만 부르게 되었지만 말이다. 끝없이 이러진 붉은 땅을 달리면서 한 구절의 가사를 수없이 되새기며.. 나의 고향을 찾아가는 느낌을 가지면서..  
지금으로선 나만 이런 조그마한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 아쉽다. 모든 이들이 누렸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지금도 나의 준비 소홀로 수많은 좋은 음악을 탐사대원 전부 공유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핑계이지만 나 스스로도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당시 어쩔 수가 없었던 그 때 당시 나의 모습을 아쉽게 바라만 본다.

서호주의 붉은 대지 위에서, 밤하늘 반짝이며 가득차있던 수많은 별들......
세상의 만물이 경배할만한 이곳에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던 감동과 가득했던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에 눈물이 흐르고, 그들의 이름을 가슴속에서 끓어나오는 마음으로 힘껏 외치던 순간..
나와 함께하던 사람들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던 나는 따스히 보살피던 어머니 품과 너그러운 아버지의 마음을 나는 호주의 대자연에서 느꼈다..
세상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던 순간!





이번주중에 갑자기 응급실에 가게 되어 병상에 혼자 누워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였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누구이며 무엇일까?
왜 나는 우리은하의 태양계 행성에 있는 지구에 있는 것일까?
급박한 상황에서 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는 나를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안, 환자들의 신음소리와 그들을 걱정하는 가족, 친인척과 친구들 그리고 연인, 아픈 그들을 치료하며 보살피는 의사와 간호사. 그러한 곳에 나는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는 혼자인 상황에서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의 목소리만 들리고 홀로 병상에 누워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말로 표현 못 할 복잡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잠시뿐... 마음만큼은 정말이지 이상하게 편안하였다.
지금 생각을 해도 신기하게만큼.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와 서호주 사막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나의 모습이었다. 이 세상.. 아니 우주에 한걸음 다가가고 있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홀로 병상에 누운채로 예전 초등학교 때 즐겨들었던 김국환의 '타타타'의 가사가 갑자기 생각이 났었다.
'알몸으로 태어나 옷 한벌 건졌잖소.'
그러나 나는 그 것 이상이다. 나는 이미 우주를 내 가슴 속에 품었기 때문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당장 이 글이 끝나는 순간부터 내 주위에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와 다시 힘들게 싸울 것이지만...





호주 남붕국립공원의 피너클스를 보러 갔을때 사막에 남몰래 새긴 나의 발자국.
어찌보면 쓸데없는 감상일수도 있지만... 금방 바람에 의해 사라질 의미없는 짓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서호주의 붉은 땅위에서 내가 우주로 향하던 내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던.. 그리고 그러한 나의 유치한 감상과 행동..
비가 오고 난 뒤라 물기를 머금은 모래 위를 온 몸으로 힘껏 누르며 발자국을 새기던 때가 생각난다. 지금쯤이면 바람과 햇살 그리고 별빛에 의해 사라졌겠지만 그 때 당시의 나의 염원만큼은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나의 간절함을 그들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금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누구도 모르겠지만..
발자국은 나중에 답할 것이다.





덧)
어떤이는 여행이 이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하며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 지나가며 서성이던 길은 늘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한다. 그렇게보면 여행이란 다녀오면 이별 후에 겪는 지나치던 모든 서성이던 것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길의 끝에, 봉우리의 꼭대기에 올라가야만 배운다고 한다. 물론 거기까지 가야하는 것이고..
그 곳까지 가면 그에 해당되는 근사한 보답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한다. 가는 길에 흘리는 피와 땀은 인내와 극복의 대상뿐인..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 말이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 있는 피와 땀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이제 끝에 가지 않아도 된다. 꼭대기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가는 길에 쉬어도 나는 이제 후회가 없다. 그리고 올라가지 못한다고 하여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며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는 날 속에서는 소설처럼 시작과 끝은 명확하지 않았다.  
가는 길위에서의 인연과 걸음은 늘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별은 힘들다.
힘들고 낯선 이별을 이제는 서호주와 해야한다.
돌아가는 길에 주위를 서성이는 나의 발걸음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이며..
그 추억을 가슴에 새기고 또 다른 세상, 추억을 만나러 발걸음을 뗄 것이다.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날 것이라 기약하며.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