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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일까요? 국가는 국민과 영토 그리고 주권의 세 요소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이 중 영토는 공간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되므로 말썽의 소지가 없어 보이지만 국민과 주권이라는 요소는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만일 데카르트에게 국가의 요소를 인간의 경우에 비유해서 말해보라고 청했다면 아마도 그는 영토에 해당하는 것이 신체요 국민에 해당하는 것이 정신이고 주권에 해당하는 것이 올바른 정신이라고 답했을지도 모릅니다. 흔히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가의 주인이라는 국민은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요? 개인은 분명히 국민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그 개인이 "짐이 곧 국가다."라고 주장하는 왕이나 독재자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개인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겠지요.?

한 왕국이 이웃 나라와 전쟁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할 중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때 지방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처벌 수위를 결정해 달라는 보고가 왕에게 올라왔습니다. 왕이 기꺼이 전쟁에 관한 일을 젖혀놓고 교통사고의 처벌 수위를 결정하려고 할까요? 왕국이든 공화국이든 하나의 국가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결정해야할 사안에 따라 결정권을 분산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진 집합명사로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각 부분은 독립성과?상호 의존성을 동시에 갖는 이른바?유기적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식당에서 나와 길을 건너려는데 갑자기 건너편에서 차가 튀어 나옵니다. 어느 쪽으로 피해야할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급박한 순간에 갑자기 위장에서 방금 식사한 음식에 대해 소화액을 분비해도 좋으냐고 연락이 옵니다. 이렇게 나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시시콜콜히 알고 있어야 하고 또 매순간마다 내가 일일이 결정해야 한다면 우리의 일상 생활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의 저자는 정신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2분법이 허구(false)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뇌가 만들어 낸 환상(illusion)이라는 것이지요. (여기서 역자는 'false'라는 단어를 '허구'라고 번역했고 'illusion'은 '환상'으로 번역했군요.)?
뇌는 자기가 행하는 모든 무의식적 추론을 우리로부터 감춤으로써 우리가 물리적 세계의 대상들과 직접 접촉한다고 착각(illusion)하게 만든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동시에 정신적 세계가 고립되어 있고 사적이라는 것도 뇌가 만들어 낸 착각(illusion)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는 역자가 'illusion'이라는 단어를 '착각'으로 번역했습니다.)?그런데 물리적 인과와 심리적 인과가 잘못된 2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기서 저자의 주장은 마치 뇌라는 존재가 우리와 무관하게 스스로 행한 무엇인가를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감춘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의 뇌라는 존재가 우리라는 존재와 구별되는 별개의 것인 양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우리의 뇌 역시 우리?신체의 일부임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그런데 저자의 주장처럼 뇌가 감춘다는 무의식적 추론은 단지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으로 인식되고 감추는 것처럼 보일 뿐 사실은 이 또한 "나"일 것입니다. 아니, "나"의 생명을 존속시켜 주는 매우 중요한 "나"?의 일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나"라는 존재는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착각은?아닙니다. "나"라는 존재는, 앞서 국가의 예에서 보듯이,?집합적 개념으로 보아야?합니다. 좀더 자세히 말한다면 지각의 집합이지요. 그리고 지각의 단계에 따라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지각의 경우를 "나"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일부인 "뇌는 자기가 계속해서 행하는?무의식적 추론을?우리로부터 감춰" 우리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좀더 중대한 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지방자치식으로?) 편의를 봐주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마치 뇌가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것처럼?표현하고 있는 저자의 주장은 다시 생각해 볼?필요가 있는 관점입니다.

또한 <인문학에게...>의 저자는 'mind'라는 단어와 'the mental'이라는 단어를 별다른 구별없이 섞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역자는 이들을 모두 '정신'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마음'이라는 단어는 왠지 덜 과학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과학을 선호하는 이들은 '마음'이라는 표현 대신에 '정신'이나 '의식'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합니다. 그런데 'mind'와 'the mental'이라는 용어는 이렇게 구별없이 섞어 써도 괜찮은 개념일까요? 아마 이렇게 섞어 써도 상관없는 개념이라면 문학이 아닌 이상 굳이 두 용어를 함께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모두가 하이데거처럼 저술의 앞부분을 자기가 사용할 용어의 정의에 할애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과학적 주장을 전개하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용어의 구별만큼은 명확하게 해둘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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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정구 2011.06.02 21:09
    mind는 명사이고, mental는 형용사입니다. 의미론적으로 마음과 정신이 구별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단어)은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이 쓰인 맥락을 통해 해석되어야 합니다.

    (참고)
    mind의 어원 : http://www.word-origins.com/definition/mind.html
    http://en.wikipedia.org/wiki/Mind

    Mental, a word referring to aspects of, or things related to, the mind
    (http://en.wikipedia.org/wiki/M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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