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심하기>를 공부하기-1

by 주민수 posted Nov 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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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세계를 어떻게 창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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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것은 심리학자들이 풀어야할 물음일까? '우리'는 정신적 삶과 정신적 사건을 연구하고, '진짜' 과학은 물리적 세계를 다루는 것일까? 물리적 세계는 정신적 세계와 아주 다르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 물리적 세계와 직접 접촉한다. 하지만 정신적 세계는 각자에게 고유한 사적 영역이다. 그런 개인적인 세계가 어떻게 연구 대상이 된단 말인가?
이 책에서 나는 정신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이렇게 나누는 것이 허구임을 보여줄 것이다. 이런 2분법은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물리적 세계든 정신적 세계든 뇌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뇌를 통해 물리적 세계의 대상과 접촉하는 것이 생각이라는 정신적 세계와 접촉하는 것보다 더 직접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의 뇌는 자기가 계속해서 행하는 무의식적 추론을 감춰 마치 우리가 물리적 세계의 대상과 직접 접촉한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적 세계가 고립되어 있고 사적이라는 것도 뇌가 만들어낸 착각이다. 이런 두 가지 착각을 통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세계에 대해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행위자로 경험한다.
……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이런 착각을 제대로 들여다볼 때, 비로소 우리는 뇌가 정신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설명하는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프롤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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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프리스라는 신경심리학자가 저술한 <Making up the mind
>라는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용을 요약해 볼까 합니다. 이 책은?<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라는 번역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작심하기>라는 간단한 이름으로?부르고자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의식(consciousness)'에 대한 책이 아니라고 계속 강조합니다. 그래서 저자는?'의식(consciousness)'이라는 용어에 중점을 두지 않고 대신에?'마음(mind)'이라는 용어에 중점을 두고 풀어갑니다. 그런데 역자는 'mind'라는 단어를 '마음'이 아니라 '정신'이라는 용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사실 '정신'이라는 용어는?'마음'이라는 개념보다는 '의식'이라는 개념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들어 우려가 됩니다만?어쨌든?이 책을 읽을 때는 '정신'이라는 용어가?'의식(consciousness)'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마음(mind)'이라는 개념을 의미한다는 점을?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정신'과 '신체'가 둘이라는 이른바 심신2원론적 사고를 뇌가 만들어내는 착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편 이?책에서 헬름홀츠의 '무의식적 추론(unconscious inference)'이라는 개념이 상당한 비중을 갖고?인용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심신2원론적 사고가 착각이라는 저자의 주장이?굳이 정신과 신체가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는?보이지?않습니다. 즉 비록 '자유의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암시하고는 있지만 무조건적인 부정이 아니라 오히려 정신과 신체의 관계에 대해 수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게?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어쨌든 저자는 헬름홀츠의 '무의식적 추론'이라는 개념을 원용하여 다음의?모형을 제안하는 듯 보입니다.?

[대상] ---(무의식적 추론)---> [] ---(무의식적 선택)---> [행위]?

<작심하기>의 저자인 프리스는 책속에서 "Who's in control?"이라는 장절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은 <뇌로부터의 자유>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마이클 가자니가라는 인지신경과학자의 <Who's in charge?>라는 책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자유의지'라는 동일한 현상에 대해 '통제'와 '책임'이라는 서로?다른 용어를 적용하는 두 학자의 시각 차이가?흥미롭습니다.?또 한편 <작심하기>의 저자가?사용하고 있는 (뇌과학자가 아니라) 신경심리학자라는 타이틀은?인간의 뇌에 관한 저자의?접근이 단순한 자연과학적 접근 외에도?인문학적 시각이 다분히 스며있으리라는 느낌이 들게?합니다. 그리고?이런 점이 더더욱 (인간성과 관련해서 창발성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가자니가의 관점과 비교해보고 싶게 만들고 또한 서로의?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보고 싶게?만듭니다.

자유의지에 대한 개념을 인간을 중심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작심하기>라는 책은 <뇌로부터의 자유>라는 책과 함께 비교하며 읽음으로써 독서 효과가 극대화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프리스가 <작심하기>라는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무의식적 추론'이라는 개념과 '무의식적 선택'이라는 개념이 어쩌면 가자니가가 <뇌로부터의 자유>라는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비의식(nonconsciousness)'이라는 개념과 같은 내용이 아닐까?추측해 봅니다. 그리고 이 가정은 앞으로 계속 <작심하기>를?읽고 요약하는?과정에서?두 책의 비교를 통해 심도있게 짚어보고자 하는?요점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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