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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 인천모형의 제안-1

by 주민수 posted May 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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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습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자연과학이라 한다면 인문학이란 인간의 습성을 파악하려는 노력이라 할 수?있겠습니다. 그리고 자연과학 중에서 특히 자연의 습성을 '힘'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모형을 물리학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물리학이란 인간이 자연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일종의 인지 모형으로 볼 수 있다는?말입니다.?어쨌든 인간의 습성의 근저에는 당연히 자연의 습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인간의 습성을 단지 일상적인 수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면 굳이 자연의 습성이라는 존재의 근저까지 내려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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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인지 과정과 관련하여 인지과학의 <인천모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먼저 인간의 인지 과정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에 보인 바와 같이 {심리층-생리층-물리층}라는 3층 구조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인지의 3층 구조 중 물리층에는 존재하지 않던 <생명>이라는 현상이 생리층에서 창발성으로 나타나게 되고 또한 생리층에는 존재하지 않던 <마음>이라는 현상이 심리층에서 창발성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생리층에서 창발되는 <생명>이라는 현상이 생물리학 및 생화학 반응에 기초하고 있는 반면 심리층에서 창발되는 <마음>이라는 현상은 언어에 기초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 인간의 뇌가 음성 신호라는 입력을 정보라는 출력으로 컴파일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인간은 마침내 '언어'라는 독특한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이때 언어의 컴파일 과정은 감각자료를 코드화함으로써 입력 정보의 양을 엄청나게 압축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즉 두뇌가 갖는 일정한 용적이라는 물리적 공간상의 제약 문제에 대해 언어의 컴파일 능력에 의한 정보량의 압축이라는 특이한 방식이 특단의 해결책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특단의 해결책으로 인해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전혀 차원이 다른?독특한 진화의 계기가 마련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언어의 컴파일 능력을 이용함으로써 두뇌의 물리적 확장이 아닌 기능적 확장이 가능하게 되었고 마침내 이를 통해?용적을 초월한 두뇌 공간의 실질적 확장을 성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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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과정은 진화의 역사에서 두 번에 걸친 실체적인 인간의 뇌 용량 확대 사건 이후에 일어난 이른바 '문화 대폭발' 사건의 계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합니다.?이러한 물리적 확장이 아닌 기능적 확장이라는 해결책의 이해는 컴퓨터 프린터의 파일 처리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도움이 될?것입니다. 즉 과거의 프린터는 'BMP-형태'처럼 용량이 큰 파일로 입력됨으로써 용량과 처리 속도에 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대화된 프린터는 'JPG-형태'처럼 코드화된 파일로 입력됨으로써 용량과 처리 속도에 있어서 차원을 달리하는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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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이른바 <의식>이라고 부르는?존재의 위치가 문제가?됩니다. <의식>이라는 현상은 심리층에서 창발되는 <마음>이라는 존재와 달리 생리층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이라는 개념이 '물질대사'와 '정보대사'가 함께 일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개념임을 감안할 때 정보대사의 실현을 주관하는 존재를 <의식>이라 보아야 하겠고 따라서 <의식>이라는 개념은 <생명>이라는 개념의 직접적인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하겠기 때문입니다. 물리층으로부터 한 단계 올라간 생리층에서 창발되는 <생명> 현상과 관련해서, 정보대사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생명> 현상을 들여다볼 때, 과연 <의식>이 제외된 <생명>이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그래서 <의식>이란 사실 <생명>의 구현 방식을 의미하는 개념이라 볼 수 있겠고 그렇다면 <의식><생명>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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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의 3층 구조를 살펴보면 심리층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사건 P는 심리현상 A로부터 심리현상 B로의 이행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때 각각의 심리현상에 대해 생리현상 AB을 생리층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각각의 생리현상에 대해 물리현상 AB을 물리층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심리층에서 일어나는 사건 P는 생리층과 물리층을 통해 일어나는 사건으로의 변환이 가능할 것이며 아래에 보인 도식처럼 표현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인지 과정을 일상적인 수준에서 살펴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심리층에서의 현상이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므로 모든 심리적 사건에 대해 번번이 생리층이나 물리층으로의 변환을 포함시킨 복잡한 분석을 통해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P(AB) = P(AA′→B′→B) = P(AA′→A″→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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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층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는 <시각(時刻)>이라는 개념이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편 생리층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는 <시간(時間)>의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심리층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는 <시각(時刻)>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물리층에서 조차도 <시간(時間)>이라는 개념이 그다지?심각한 존재가 아닐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시간(時間)>이란 개념은 인간이 '변화'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고안해낸 매개변수[parameter]에 불과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은 변화라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선후(先後)>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그 다음에 다시 <선후(先後)>의 사이를 <시간(時間)>이라는 개념으로 채워 넣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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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생리층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생명>이라는 현상에 관여하게 되는데 이때 <생명>에 필요한 변화를 이루는 각 단계들이 제 때에 때맞춰 일어나지 않는다면 <생명>이라는 현상 자체가 이어지지 않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생리층의 사건들에서는 <시간(時間)>이라는 '간격의 개념'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리층에서의 사건들은 단계별 변화에 있어 변화의 연결에 필요한 간격인 <시간(時間)>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뿐 특정한 시점으로부터 누적된 개념인 <시각(時刻)>은 중요하지 않다고?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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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심리층에서의 사건들은?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시공간상의 지각 범위가 거의 무한으로 확장되기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마침내 사건들을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누적시켜 바라보고 정리하는?절대적 관점에서의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즉?인간에게 있어서는 <마음>의 출현으로 인해 <시각(時刻)>의 개념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것입니다.?

?? 물리층에서의 사건들은 물리학을 통해 연구가 가능하겠고 생리층에서의 사건들은 생물학을 통해 연구가 가능하겠습니다. 그리고 심리층에서의 사건들은 철학을 통해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인지 과정은 당연히 뇌와 관련되므로?인지의 3층 구조는 자연히 뇌의 연구와 관련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뇌에 관한 관심은 다소 제한적이어도 상관이 없을듯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어나갈 이야기에서는?물리층에서의 물리학 이야기와 심리층에서의 철학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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