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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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구는?현대에 와서는 "뇌 자신을 알라!"로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동물들이 그러하듯이 인간 또한 국가와 같은 물리적 영역에 자기의 영역이라는 표시를 합니다
.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전공 분야와 같은 추상적 영역에 대해서도 인간은 같은 행동 양식을 보인다는 것입니다.?그런데 뇌과학을 살펴보면 아직 임자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공터'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공터'이기 때문에 과학자든 공학자든 의학자든 철학자든 누구에게나 자유로운?출입이?허용되는 반면에 누구의 영역도 아니므로?아직 제대로 된 개념체계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 또한 안고 있습니다.?

신경심리학자인 크리스 프리스의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라는 책은 이러한 뇌과학 분야의 저술로 저자는 '나'와 '나의 뇌'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인문학적 사고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풀어갑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굳이 '나'와 '나의 뇌'를 구분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2원론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분은 다만 '경험'이라는 개념 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의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합니다.
"
나이가 쉰 정도 되면 많은 신경과학자들이 이제 의식의 문제에 뛰어들기에 충분한 지혜와 전문 지식을 갖추었다고 느낀다. 많은 설명이 제시되었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나라고 해서 그들보다 나을 것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의식에 대한 책으로 기획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도하든 안 하든 이런 종류의 글은 어차피 '의식'과 연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의식에 관한 문제가 뇌의 문제로 환원되면서 결국 세계에 대한 해석이라는 문제 또한 뇌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뇌에 관한 입장이 다음 세 가지 중 무엇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보입니다.
(1) {= } : (나는 나의 뇌와 동일한 존재이다.)
(2) {} : (나는 나의 뇌가 만들어낸 존재이다.)
(3) {} : (나는 나의 뇌를 넘어서는 존재이다.)?

1879년 윌리엄 제임스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내놓습니다. "의식과 뇌의 작용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의식은 그 상호작용에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고 뇌의 작용과 일치하지도 않는다." 월터 프리만은 <뇌의 마음>에서 의식은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행동을 통제하지 않지만 동역학의 차원에서 보면 의식은 오퍼레이터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의식이 과거의 행동이 나온 그 뇌동역학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의식은 그 어디에도 없는 한편 그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뇌의 각 부위들이 공급하는 컨텐츠를 가공한다고 말합니다.?

한편
게르하르트 로트에게 마음의 영역에서 지배력으로 간주되는 것은 더이상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입니다. 계산에 따르면 신경 사건들의 95%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며 단지 뇌활동의 5%만이 의식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뇌에게 의식이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단지 위기상황에서만 가동시켜야 할 상태이다. 인간은 부단히 새롭고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던지는 환경 속에 놓여있다. 따라서 의식을 계속 어느 정도 깨어있는 상태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이것이 에너지 차원에서 비용이 드는 일이더라도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뇌'가 번번이 '나'에게 알리지 않는 이른바?'불고지' 문제는 '무의식'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조명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나는 중요한 출발점으로 보입니다.?

의식에 대한 기능적 관점과 관련해서 "기능이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명제는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구조의 이해가 곧장 기능의 이해를 낳는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구조는 소재의 관점에서 그리고 기능은 과정의 관점에서 본 개념이므로 구조는 정역학적 모형으로 그리고 기능은 동역학적 모형으로 해석이 가능할 듯싶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비롯하다'라는 단어의 의미인데 이 경우 '전원이 꺼진 컴퓨터'와 전원이 켜진 컴퓨터'의 차이를 예로 들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전원이 꺼진 컴퓨터는 '단순한 구조'에 불과한데 반해 전원이 켜진 컴퓨터는 '기능이 발현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기능의 이해는 이렇듯 창발성을 필요로 하므로 단순한 구조의 이해를 넘어선 다른 차원의 이해가 필요해 보입니다.?

인간의 신체적 활동과 관련해서는 {(각성) : (취중/몽유) : (수면/혼수) : (사망)}이라는 위상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겠고 인간의 의식적 활동과 관련해서는 {(무의식) - (잠재의식) - (의식) - (초의식)}이라는 단계별 모형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신체적 활동의 각 위상과 의식적 활동의 각 단계를 서로 대응시켜 해석하는 문제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인문학 교수의 끝 질문이 바로 의식/무의식의 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활동 중 95%를 차지하는 무의식은 의식만큼 독자적인 상태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무의식'이라는 표현은 '의식이 없다'라는 의미를 안고 있으므로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무의식'이라는 개념보다는 가자니가가 소개하는 '모듈 방식의 비의식'이라는 개념으로 뇌의 거동을 이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이번 인천공부모임에서는 프리스의 <인문학에게...>와 가자니가의 <뇌로부터의 자유>와의 비교를 계획했었습니다만 실천에 못 옮겨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과연 '비의식'이라는 개념의 수용으로 의식/마음에 관한 설명을 매끄럽게 끝낼 수 있을까요? 의식/마음의?문제는 인간만이 가진?언어의 올바른 해석을 통해?개념적 발상 자체를 바꿀 때 비로소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50차 인천백북스의 정기모임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의 발제 자료를 올립니다. 다소 혼란스러운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다 보니 발제 자료의 앞뒤 연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쨌든 과학이 제공하는 뇌의 활성화 지도란 결국 뇌의 표정일 뿐인데 표정을 통해 생각의 내용까지 알 수 있을지?의문이 남습니다. 그리고 보록으로 덧붙인 자료에서 얘기했듯이?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언어가?인간으로 하여금 다른 동물과는 차원이 다른?독특한 존재로 만들어준?반면에 또한 쉽게 헤어날 수 없는 생각의 덫도?함께 마련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의할 수 없는 걸 정의하도록 우리를 유혹하는 함정이 바로 언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언명이야말로 의식/마음의 문제를 풀 단초가 된다고?생각합니다.

  • profile
    김형태 2013.04.20 03:23
    주민수 박사님의 귀한 발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프리스와 가자니가의 개념에 대한 비교도 앞으로 논의를 계속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의식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공부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인천공부모임이 중요한 주제나 쟁점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도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도널드 그리핀(Donald R. Griffin)의 <동물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Animal Thinking 를 읽고 있습니다.
    '언어'를 염두에 두고서 읽고 있는데, 가자니가의 개념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한정규 2013.04.20 03:23
    강연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광범위해서 질문과 답만 해도 끝이 없을 것을 알기에 약간 아쉽지만 천천히 생각을 곱씹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 마지막에 다신 내용에 첨언을 드리고자 댓글을 답니다. 사실 과학이 제공하는 뇌활성화 지도는(현재는 fMRI지만 이제 BRAIN, blue brain project의 성과로 예상되는 지도겠지요.) 생각을 읽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말 그대로 지도를 그리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속시원한 답을 밝히지 못한다고 해서 애당초 의구심을 갖는 것도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 지도 작성을 통해서 생각의 근원은 밝히지 못하더라도 정신질환에 대해 아는 것, 생물학적 기전을 아는 것 등이 가능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 뒤에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나타나 현재 아니 수천년 동안 철학자와 인류가 궁금해 했던 '생각'이라는 실체에 대해 알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을까요?

    다음은 어류의 신경활동을 이미지화한 영상이 있는 링크입니다.
    http://www.nature.com/news/flashing-fish-brains-filmed-in-action-1.12621

    그리고 말씀 드렸지만 언어와 관련해서는 '마음의 역사'라는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
    박제윤 2013.04.20 03:23
    "나"와 "뇌"의 관계에 대해서 이런 방향으로 질문하면 어떨까요?
    뇌가 나라는 개념을 형성하게 하는 원리는 무엇일까? 뇌는 왜 나를 실체를 가리키는 개념처럼 사용하는 것을 선택할까? 뇌는 왜 자신을 주체로서의 자기로 인식하게 하였는가? 뇌는 왜 "자아"라는 주체를 개념화하였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위해서, 보다 일반적인 질문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뇌는 왜 개념화를 하는가? 뇌가 개념화하는 일반적 원리는 무엇인가? 뇌가 개념화할 때 신경망은 어떤 작용을 하는가? 반대로 말해서 신경망이 어떤 작용을 할 때 뇌는 개념을 가지게 되는가?
  • profile
    주민수 2013.04.20 03:23
    <뇌과학에게 인문학을 말하다>라는 역방향의 주제가 흥미롭습니다.

    뇌 활성화 지도 문제는 의학적으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지론적 입장에서 볼 때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마음의 역사>의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고고학적 입장에서 풀어가기 때문에 언어와 관련된 인식론의 이론 정립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정표를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나/자아'에 관한 문제는 '나'라는 개념의 형성 과정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된 제 입장은 '나'라는 개념의 형성은 언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보는 관점입니다.
    '뇌의 개념화'라는 진술이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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