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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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는 나르시스의 전설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아무리 자기 얼굴을 모를까...?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동물이 비단 인간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만이 유일하게 자신을 "나"라는 1인칭으로 인식합니다.

소년이 굴뚝을 청소하고 내려왔습니다. 굴뚝청소를 하고 내려온 소년의 까만 얼굴을 친구가 보았습니다.
과연 소년과 친구 중 누가 얼굴을 씻으러 갈까요? 조세희의 <난.쏘.공>에 인용된 탈무드의 이야기는 나르시스의 전설이 단순히 이야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늑대소년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밀림에서 늑대소년이 늑대가족과 다른 생김새를 가졌다는 사실을 아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요? 늑대소년 자신은 아니지 싶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 자신이 늑대가족과 다른 생김새라는 사실을 늑대소년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르시스의 전설을 보면 정작 본인은 그것이 자기 자신이라는 걸 모릅니다. 그런데 타인은 그것이 본인이란 걸 그가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를 알아보듯이 그도 또한 자기 자신을 알아본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나는 나를 모르는데 남은 나를 압니다. 이렇게 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비교해 봅니다.
전자가 관계에 관한 인식론적 질문이라면 후자는 구성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비해 인문학적으로 들립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동일한 존재일까요?
어쩌면 하루 사이에 주름이 하나 더 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동일한 "나"라고 합니다.
이렇게 형태가 변해도 여전히 "나"라고 부를 수 있다면 과연 "나"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일까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악명을 떨친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를 물리치고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크레타섬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를 기념해서?아테네 시민들은 그가 타고 다녔던?배를?해마다 항해를 통해?전시했습니다. 그리고 배가 차차 낡음에 따라 헌 판자를 떼어내고 새 판자로 갈아 끼웠습니다. 이렇게 새 판자로 갈아 끼운 배는 항해를 계속했고, 떼어낸 헌 판자를 모두 모아 다시 조립한 배는?항구에 세워 놓았습니다.

자, 항해중인 배가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아니면 정박중인 배가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정체성의 문제를 풀기 위해 본질이라는 개념이 동원됩니다. 그럼 "나"라는 정체성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요?
만일 나의 정체성의 본질이 타인과 구별할 수 있는 나의 얼굴에 있다면 성형수술을 함으로써 나의 정체성이 바뀐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라면 도대체 사람들은 나의 무엇을 보고 나를 나라고 하는 것일까요? 비록 형태가 변했지만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동일한 존재라는 생각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보다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더 적합해 보입니다.?그리고 이 질문은 다니엘 데넷과 힐러리 퍼트남이 얘기했던 "통속의 두뇌"라는 철학적?우화를 떠올립니다.

"나"에 대한 질문의 경계를 확장해 봅니다.
(1) 활동 중에 있는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의?"나"는 "의식"으로 보아도 좋을 듯싶습니다.)
(2) 취침 중에 아랫목이 뜨거워서 돌아누운 "나"는 누구이며,
???? 깨어난 후에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또한 누구인가?
(3) 취중에 택시를 잡아 타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누구이며,
???? 깨어난 후에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또한 누구인가?
(4) 혼수 중에 "나"는 분명 정신을 잃고 누워 있는데,
???? 누운채 병균의 침입에 저항하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 ?
    변정구 2011.05.26 04:41
    1. 나는 언제나 "나"로서만 존재합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제각기 "나"로서만 존재합니다.
    自他不二는 그래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생물학적 내 안에는 무수한 내가 존재합니다.

    60조개의 세포, 그 보다 많은 장내세균, 머리카락, 때라 불리는 각질세포의 잔해, 숨쉴 때마다 허파를 통해 드나드는 기체, 땀구멍으로 배출되는 물분자, 체온으로 인해 방출되는 원적외선...

    그 무수한 나는 시간마다 수 없이 많이 태어나고 사라집니다.
    유일하고 불변의 "나"라는 생각은 착각이지만,
    그 착각은 진화론적으로 적응적이라고 말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Self
    http://en.wikipedia.org/wiki/Philosophy_of_self
    http://en.wikipedia.org/wiki/Psychology_of_self
    http://en.wikipedia.org/wiki/True_self
    http://en.wikipedia.org/wiki/Individuation

    2.
    (시각) 눈을 뜨면, 그냥 보일 뿐입니다.
    (청각) 소리는 나의 의지없이 들릴 뿐입니다.
    (의식) 보고 듣는 수 많은 것들 중에서 주의집중이 생기고, 선택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런 '의식의 흐름'조차 나의 '자유의지'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입니다.

    어쨌든, 나라고 하는 개념은 생물학적으로 필연적이며, 진화적으로 적응적일 것입니다.
    나란 것이 무엇이든,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굴레임은 분명합니다.

    3.
    (책) 초파리의 기억(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끌리오 출판, 2007년) 356페이지-359페이지
    "초파리의 자유의지". 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 있네요.
  • profile
    주민수 2011.05.26 04:41
    400nm의 전자파가 와닿았습니다. 아, 파란 꽃이네...
    600nm의 전자파가 와닿았습니다. 아, 빨간 꽃이네...

    전자파가 감각기관에 와닿아 반응을 일으킴은 감각의 문제입니다.
    감각신호가 배경신호와 어우러져 파란 또는 빨간 꽃으로 인식됨은 지각의 문제입니다.
    지각의 일상적 표현이 느낌입니다.

    자연학이 감각의 문제를 다룬다면 인문학은 느낌의 문제를 다룹니다.

    수면위로 떠오름으로써 "의식"으로 인식되는 존재만이 "나"는 아닙니다.
    "나"라고 부르는 신체내의 모든 존재가, 수면위로 떠오르든 아니든, "나"입니다.
    그래서 "나"라는 단어는 집합명사입니다.

    그래서 의식은, 윌리엄 제임스의 주장처럼, 하나의 실체라기 보다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
    김주현 2011.05.26 04:41
    흥미롭네요. 그런 모든 작용들 다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며 기쁘게 나아가는 나 또한 대견합니다.
  • profile
    주민수 2011.05.26 04:41
    나라는 존재는 행복할 자격이 충분히 있지요.

    문제는,
    빗자루 그림자엔 먼지가 안 이는데, 기러기 그림자엔 물고기가 놀란다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있는 말일까요?
    검은 바탕에 흰 줄이 있는 말일까요?
  • ?
    변정구 2011.05.26 04:41
    얼룩말의 수수께끼
    Is a zebra a white animal with black stripes or a black animal with white stripes?
    (책) 이보디보, 301페이지
    " 현재는 검은몸통/흰 줄무늬 주장 쪽으로 추가 기운상태다"(301)

    It was previously believed that zebras were white animals with black stripes, since some zebras have white underbellies. Embryological evidence, however, shows that the animal's background color is black and the white stripes and bellies are additions. (http://en.wikipedia.org/wiki/Zebra)

    (참고)
    http://www.funtrivia.com/askft/Question502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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