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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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마굴리스의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를 통해 생명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생명과 관련해서 린 마굴리스의?생각은 1940년대 초반 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행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 이후 실로 오랜만에 접하는 매우 탁월한 견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마굴리스의 생명에 대한 고찰은 인천모형의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려는 "의식이란 무엇인가?"를 위한 준비 단계로 보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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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
다양한 종류의 물질을 주고받고 엄청난 양의 정보를 교환하지만 모든 생물은 결국 하나의 공통된 과거를 공유하고 있다.
(p.19) 생명의 "프랙털"은 세포, 세포들의 배열, 수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진 생물, 생물들이 모인 군집, 그리고 군집들이 모여 형성된 생태계이다. 생명의 실체는 지구를 둘러싼 채로 성장하고 스스로 상호 작용하는 얇은 물질층이다. 생명은 태양의 세 번째 행성인 이 지구의 표면에 한정되어 있다. 게다가 생명은 은하수의 언저리에 위치한 중간 크기의 항성인 태양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p.23) 복제는 더 이상 불가사의한 "생명력(생명 원리)"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호 작용하는 분자들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전 우주를 살아 있다고 보는 견해와 생명을 물리화학적 기계로 보는 견해의 두 극단 사이에 다양한 의견들이 놓여 있다. 거대한 기계 장치로서의 우리의 자기 의식과 자기 결정 능력을 설명해 주지 못한다. 기계론적 우주관은 선택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p.25) 지금까지의 진화에서 나타난 커다란 격차는 별개의 진화 계통을 통해 이미 갈고 닦아져 있던, 정교한 구성 요소들 간의 공생적 합병에 의해 달성된 것이다. 새로운 생물 형태가 등장할 때마다 매번 다시 진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돌연변이로 생겨나서 자연선택에 의해 유지되어 온 기존의 모듈들이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이들이 연합하거나 합병하여 새로운 생물, 자연선택에 의해 작용하고 작용받는 전혀 새로운 복합체를 만들어낸다.
(p.26) 지구상의 생물은 계층 분류적으로 창조된 계급 조직(hierarchy)이 아니라 조합과 조정, 재조합의 자기 유도적인 시너지 효과에 의해 창발된 홀아키(holarchy)이다.
(p.33) 생명은 물질처럼 일반적인 물리화학적 특성을 나타내지만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이를테면 해변의 모래는 대개 이산화규소이다. 컴퓨터의 내부 구조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컴퓨터는 모래더미가 아니다. 생명은 화학 성분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화학 물질들의 작용에 따라 구별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언어적 모순이다. 문법에 맞게 대답하려면 명사, 즉 구체적인 사물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의 생명은 오히려 동사에 더욱 가깝다. 생명은 자신을 수선하고 유지하며 다시 만들고 자신을 능가한다.
(p.35) 최근에는 정보와 확실성의 증가 경향을 나타내는 생명에 대해 "부엔트로피(negentropy)" (엔트로피에 마이너스 부호를 붙인 것으로 음의 엔트로피라고도 한다)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는데, 이는 마치 생명이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난다는 의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환경 속의 독립계(생명)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제2법칙은 적용될 수 있다.
(p.38) 칠레의 생물학자 움베르토 마루라나와 프란치스코 바렐라는 생명의 극히 기본적인 본질을 이 물질대사에서 찾았다. 그들은 이것을 "자기 생성(autopoiesis)"이라고 부른다. 자기(auto)와 만들기(poiein)를 의미하는 그리스 어근에서 나온 이 말은 생명의 끊임없는 자기 생성을 표현하고 있다. 자기 생성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생명은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으며, 따라서 살아 있을 수도 없다. 자기 생성적 존재는 끊임없이 물질대사를 한다.
(p.50) 살아남기 위해 유기체는 지각해야만 한다. 먹이를 찾거나, 적어도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주변 환경에서 오는 온갖 위험을 피해 다녀야 한다.
(p.51) 진화 생물학자들의 견해에서 보면, 식물과 박테리아의 감각적이고 구체화된 행동도 우리 자신의 가장 경외하는 정신적 특성에서 절정에 달하는 지각과 행동의 동일한 연속체의 일부라고 가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정신"은 세포들 간의 상호 작용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정신은 확실히 진화적인 현상이다. 생물이 생명을 언어로 표현하기 수억 년 전부터 그들은 그것을 인지했다. 무엇이 그들을 죽일 수 있고,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그리고 누구와 짝을 지을 수 있는지를 식별하는 것은, 대충 그 순서대로 동물의 생존에 결정적이었다.
(p.53) 정신과 육체, 지각과 생활은 똑같이 최초의 박테리아에서 이미 나타난 자기 귀속적이고 자기 회상적인 과정이다. 육체와 마찬가지로 정신은 자기 생성에서 유래한다. 동일한 상태로 머물기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자기 생성의 핵심이다. 이것은 세포에서와 마찬가지로 생물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종에 적용되면 이것이 진화를 가져온다.
(p.56) 우리에게 생명이 수수께끼인 것처럼 죽음 역시 그들에게 영문 모를 수수께끼였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그토록 뜨겁게 심장이 박동치다가 이제는 싸늘한 시체로 변해 버린 전사의 의지에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본래는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 최대의 수수께끼였다.
(p.69) 우리 모두는 생명에 관심을 가진다. 왜냐하면 우리는 생명이 예정된 자극에 대한 기계적이고 자동적이며 결정된 반응 이상의 그 무엇임을 내심으로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하고, 선택한다. 우리는 결코 뉴턴적 기계가 아니다 (다른 생물들은 예외라고 말한다면 그 또한 자만일 것이다).
(p.81) 러시아 과학자 블라디미르 베르나드스키가 유기체를 "살아 있는 물질"이라고 부를 수 있는 광물일 수도 있다고 설명한 데 반해,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암석과 공기를 포함하는 지표면을 살아 있다고 묘사한다.
(p.84) 오스트리아 태생의 지질학자 에드워드 세우스가 "생물권"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지만, 그것을 널리 통용시킨 사람은 베르나드스키였다. 암석으로 된 부분을 암석권이라 하고, 공기로 이루어진 부분을 대기권이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물이 존재하는 부분은 생물권이다.
(p.90) 그렇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지구에 충만한 하나의 태양 현상이다. 생명은 지구 대기와 물, 태양이 세포로 바뀐, 천문학적으로 극히 국한된 변성이다. 그것은 성장과 죽음, 처리와 배제, 변화와 부패가 뒤얽힌 복잡한 패턴이다. 생명은 다윈의 시간을 통해 최초의 박테리아와 연결된, 그리고 베르나드스키의 공간을 통해 생물권의 모든 주민과 연결된, 팽창하고 있는 하나의 조직체이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열역학적 평형의 순간(죽음)을 무한정 앞지르기 위해 자신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억척스런 물질이다.
생명은 또한 우주가 인간의 형태로 그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p.173) 진핵 세포들로 이루어진 인간이 어떻게 아메바 같은 단세포 진핵 생물로부터 진화했는가라는 이야기는 기괴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이 기괴한 이야기는 핵을 가진 한 세포가 진화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말 어떻게 해서 그러한 세포가 진화했을까? 선뜻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은 다른 박테리아 종류간의 합병에 의한 진화라는 것이다. 원생생물은 공생을 통해 진화했다. 생물 계통수에서 가지나 잔가지는 갈라져 나올 뿐만 아니라 하나로 합쳐지기도 한다. 공생이란 대개의 생물 연합보다 훨씬 긴밀한 두 생물 종류간의 생태적 물리적 관계를 말한다. 공생은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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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란 물질대사와 정보대사로 이루어지는 존재라고 정의해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사 과정은 통제가 없다면 소멸되고 말뿐 지속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생명이 지속적 현상이라면 대사라는 표현 속에는 이미 통제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이제 통제의 의미를 어떻게 끌어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학문적 탐구를 염두에 둔다면 '은유'와 '묘사'는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생명의 정의에는 묘사라기보다는 은유로 보아야 할 표현들이 생각보다 많음을 보게 됩니다. 생명이라는 개념의 정의에 생명 현상을 위한 조건까지 포함시켜 우주로 확장시킬 경우 자칫 종교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면 과연 개인적인 우려에 불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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