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백북스

칼럼
2010.11.23 05:34

공자의 인생공식

조회 수 5288 추천 수 0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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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입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여러 말(?)을 듣는가 싶어서
'공자의 인생공식'이라는 제목으로 인사를 겸할까 합니다.?

저는?아직은 펴낸 책이 없지만 언젠가는 책을 출간하겠다는?생각으로 글을 모아?다듬고?있습니다.
왕에 책을 쓰기로 맘을 먹은 이상 굳이 남들이 한 얘기를 되풀이함으로 해서 낙양의 지가를 올리기는커녕 공연히 서가에 무게만 늘여서는?안되겠다 싶어 우선 다른 이들의 책을 가능한 한 많이 읽어보기로 작정했습니다. 이렇게?작정하고 읽다보니 나름대로 독서의 요령이 생깁니다. "모든 저술은 하나의 주장이다."라는 명제 아래 주장-근거-강점-약점의 순으로 정리가 가능해집니다.?

저술을 요약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주장과 저자의 배경 사이의 연관성을 살피던 중?"三十而立 / 四十而不惑 / 五十而知天命"이라는 공자의 선언을 저자의 연령층에 따른 특성 문제와 관련시켜?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서전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공자의 선언에 대해 만일 "三十(代)而立 / 四十(代)而不惑 / 五十(代)而知天命"와 같이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 뒤에 <代>라는 글자를 넣는다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그럴듯한 인생공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공자의 선언은?공자 본인이?30세에는?삶의 목표를?세웠고 40세에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게 되었으며 50세에는?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인생의 단계에 따른 자신의 성취에 관한 이야기일?것입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 선언이?어쩌면 인간의 자유의지와 통제욕구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공자의 경고는 아니었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하여 평범한 이들을 위해 수정한 인생공식을 다음과 같이 역설적으로 해석해 봅니다. 물론 이 모두가 저자의 심리 분석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고서 입니다만...?

"三十(代)而立 / 四十(代)而不惑 / 五十(代)而知天命"
"(무릇 인간은)?30대에는 뭔가 이루겠다는 야심(?)이 생기고 / 40대에는 나만이 맞다는 아집(?)이 생기고 / 50대에는 뭔가 알았다는 자만(?)이 생긴다."?

저자의 문제에 이어?독자의?문제로 관심이 옮겨가면서 이번엔?"心迷法華轉 /心悟轉法華"라는 혜능의 선시가 연상되었습니다.?"깨달음이 없으면 책에 눌리고, 깨달음을 얻으면 책을 누른다."는 혜능의?선시를 학습으로 이어지는 독서의?경지에 견주어?해석해 봅니다.?그리고 다음과 같이 나름대로?흥미로운 결론을 얻습니다.

(1) 암기 --> 길듦 --> 모방
(2) 이해 --> 앎 --> 재구성
(3) 터득 --> 깨닮 --> 재창조

-? 계속 되풀이해?읽다보면 어느덧 본문이 외워지면서 문득?내용이 통하는 듯한?느낌이 들?때가 옵니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은 사실은?암기에 의한 '길듦'의 단계 즉 순서의 기억을 통한 익숙해짐으로 인해?궁금증이 희석되어 가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착각에 불과합니다. 아마도 여기가?선가의 수행과정에서 우려하는?미로의 입구가 아닐까?짐작해 봅니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설명은 가능합니다. 그러나?길듦의 단계에서는 설명이라고 해보았자 그저 흉내에 불과할 뿐으로 비록 막힘이 없어 보인다 할지라도 문답이 약간만 깊어지면?반복의 미로에 빠진 채 궁색해져 말머리를 자르게 됩니다.?

-? 다음으로 형식을 이해하게 되면 '앎'의 경지에 들어가게 됩니다. 형식의 이해란 논리의 이해를 뜻합니다. 이 경지에서는 글의 전개가 한 눈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게?됩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관계의 재구성이 가능해지고 그로 인해 본문에 대한 전체적인 조감이 가능해지면서?나타나는 환각일 뿐입니다.?그래서 여기가?선가의?수행과정에서 염려하는?마지막 덫일 게라?짐작해 봅니다. 이 단계에서는 설
명은 물론 주고 받는 문답 또한?상당히?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앎의 경지에서는 자연스러운 문답이라는?게 실은 겉보기일 뿐으로?심지어는 뿌리깊은 의문에 대해서조차도?여전히 구태의연한 형식적 논리에만 기대인 채 제한된 테두리를?벗어나지 못하고?맴돌다가?결국에는 논리의 유희에 빠지게?됩니다.

-? 끝으로 내용을 터득하게 되면 드디어 '깨닮'의 경지에 들어서게 됩니다. 내용의 터득이란 의미의 파악을 뜻합니다. 깨닮의 경지에서는 내용의 재창조가 가능해지므로 어떠한 의문에 대해서든 주어진 내용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아무런 걸림없이?새로운 내용으로 풀어 보일 수 있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는 이윽고 의문의 경계가 곧 언어의 경계요 언어의 경계는 다름아닌 마음의 경계임이?드러나게 됩니다.

인천백북스 모임에서 토론하게 될 <신을 위한 변론>의 저자를 보면 60대의 나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공자의 인생공식에 대입해 본다면 저자는 이미 야심과 아집, 그리고 자만을 넘어선 나이로 아마도 그의 주장에 크게 우려할 바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목차를 통해 저자의 주장을 추측해 봅니다.?영성에서 비롯된 종교가 이성으로 인해 오염되어 엉뚱한 길로 가고 있으니 이제는 영성을 회복하여 본래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는 믿음! 그리고 종교란 관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라는 개인적 깨달음! 이 둘을?통해 우리 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종교적 갈등을 해결해 보고 싶다는 것이 저자의 염원으로 보이므로 이 책을 놓고 진행될 토론에 대한 우려 또한 기우에 불과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끝으로 '야심만만 30대', '고집불통 40대', 그리고 '기고만장 50대'에 이어 공자의 인생공식에서 60대를 나타내는 “六十(代)而耳順”에 대한 경고용 해석의 문제는 지면 관계상 숙제(?)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 ?
    김향수 2010.11.23 05:34
    축하합니다!

    재미있고 생각하게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김미선 2010.11.23 05:34
    주민수 선생님, 정식으로(?) 환영합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실없는 소리로만 응대해 죄송합니다.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총무를 도와주고 싶으신 마음에도 감사드립니다. 토론은 어차피 일회적인 것이니 길게 보시고, 내년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인천백북스에 지금처럼 애정과 관심으로 좋은 의견 많이 제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인천백북스의 지난 1년은 그저 생존하기에 급급했기에, 저처럼 책도 안 읽는 총무가 정말 간판만 지키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 2월경부터는 학구열과 성실성을 겸비한 청년을 구심점으로 극소수라도 안정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 깊이 있는 공부를 하실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보려고 합니다.

    이상적으로는 공부 주제가 바뀔 때마다 방향 지도를 해주실 각 분야의 어른들이 한 분씩 외부인이 아닌 '회원'으로서 포진해주시면 정말 좋겠다는 의견들을 지난 모임에서 나누었습니다. 예컨대 과학철학을 공부하는 동안은 철학자 박제윤 교수님께서 기둥이 되어주시는 식으로...

    아직 뵌 적은 없지만, 주민수 선생님께서도 어느 한 분야의 기둥이 되어주실 역량과 아량을 갖춘 분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12월 모임에서 꼭 뵙기를 바랍니다.
  • profile
    주민수 2010.11.23 05:34
    김미선 총무님, 정식(?) 환영 감사합니다.
    본디 책임이란게 무거운 것인지라, 혹시라도 엉뚱한 오해로 인해 모임 안에 불편함이 생길새라 노심초사하는 마음이시겠지요. 제가 인천에 살고 또 책을 꽤나 좋아하는지라 도움이 된다면 힘을 보태드리고 싶군요.

    참가하는 이들 모두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함께 모여서 서로 읽은 것들을 나누는 모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터라 도토리 키재기(?)가 될리는 없을테고 중요한건 건전한 토론 문화의 정착에도 일조하는 기회가 되리라는 기대감 그리고 늘 뒤에 오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매듭이 있다해도 절로 풀어진다는 믿음...

    문득 서산대사의 선시가 떠오르는군요.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 ?
    연탄이정원 2010.11.23 05:34
    눈길을 밟으며
    서산대사

    눈 덮인 벌판길을 걸어갈 땐 발걸음을 어지러이 내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취가 뒤따라 오는 이의 길이 되나니
    http://blog.daum.net/noddle/13415865
    ***********************************************************************************
    시가 참 좋습니다.
  • profile
    주민수 2010.11.23 05:34
    김향수님, 축하 감사합니다.^^
    이정원님, 뜻풀이 감사합니다.^^
  • ?
    안희찬 2010.11.23 05:34
    주민수님 입회를 환영합니다.
    책에 대한 열정과 내공으로 인천백북스에서의 많으신 활약 기대합니다.
    22차 모임에서 뵙죠.
    고맙습니다.
  • ?
    최보근 2010.11.23 05:34
    먼지 모르지만

    깊은 사색이 느껴지는 글인것 같습니다.
  • ?
    김현주 2010.11.23 05:34
    칼럼으로 모아 놓으니 찾아보지 않으면 ?렬
  • ?
    이병록 2010.11.23 05:34
    이해와 터득의 차이를 이제야 터득...
  • profile
    김형태 2010.11.23 05:34
    반복과 암기를 통한 길듦과 익숙함을 앎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말도 함께 되새겨 봅니다.

    "나를 살 찌우는 것은 동시에 나를 파괴한다. 하지만 그 '역'도 성립된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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