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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경험

by 강신철 posted Mar 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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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주일간은 최근 들어 몸 상태가 최악이었던 것 같다. 독감에 식도염에 끊임없는 딸꾹질, 코도 막히고 목이 부어 말이 잘 안 나오고, 온 몸은 얻어맞은 듯 쿡쿡 쑤시고 전신이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특히 화요일엔 코 먹은 소리로 독서클럽 사회를 보려니 목소리는 잘 안 나오고 온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래도 임재춘 교수의 강의에 빠져 3시간이 휙 지나가고 피곤함도 잊은 채 글 쓰는 원리를 터득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금요일까지 버텨 보았지만 이러다가 뭔 일 날 것 같아서 오후 수업이 끝나자 마자 박성일 한의원으로 달려갔다. 동네 약국에서 이 약 저 약 먹어봐야 별 소용이 없고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다. 난 어린애처럼 박원장에게 내 몸을 맡기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홍채 진단이 끝나고, 침대에 눕히고 복부를 눌러본다. 복부에 특별히 통증이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명치 부분이 좀 아팠을 뿐이다.





진단 결과는 기운이 너무 빠졌다는 것. 우선 어깨 결린 부분의 근육을 풀기 위해 침과 물리 치료를 받아야 했다. 신비한 경험은 그 다음 특이한 침을 맞으면서 시작되었다. 박원장님이 직접 침을 놓았다. 누운 상태에서 발과 손목, 명치와 목 등 평소에 침을 맞는 자리가 아닌 곳에 다섯 개의 침을 꽂았다는 느낌과 함께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마치 가위에 눌린듯 내 몸은 끝없는 심연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고 주변에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리면서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꿈속에서 침을 꽂은 채 병원 안을 걸어 다니기도 하고, 누워 있는 몸 위로 탱크가 지나가듯 울퉁불퉁한 바퀴자국이 가슴에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간호원이 남편과 함께 다투면서 수돗물을 잠그지 않아 물 호스가 터지려는 것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나는 수많은 일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경험하고 있었다. 갑자기 의식이 돌아오며 눈을 뜨니 박원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다. "잘 잤어요?"





세상에! 한 여덟 시간은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15분 정도 누워 있었단다. 이 침이 피술자와 잘 맞아 떨어지면 온 몸의 교감 부교감 신경을 잠재워 깊은 잠에 빠져 들게 하는 특수한 침술이란다. 그렇게 무거웠던 몸이 가볍게 느껴졌고, 나는 박원장의 신비한 침술에 경탄하며 맑은 정신으로 한의원 문을 나섰다.





이튿날 쓰리던 식도의 통증이 사라지고 딸꾹질은 하루 종일 나지 않았다. 하루 만에 독감 기운도 잦아들고 뒷골이 당기도록 심했던 열기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졌다. 신비한 침술! 박원장님 덕에 이번 주말에 독서산방에 가서 집사람과 함께 쥐불을 놓는 재미를 맛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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