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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6기] 물리학을 즐기자!

by 문경수 posted Jan 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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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과학능력 추락에 부쳐'


'한국의 물리 선생님, 갈 곳이 없다'


'위기에 처한 한국 과학교육 문화'







요즘 신문지 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헤드라인이다. 물리학에 관심 없는 사람도  무슨 내용인지 파악할 만큼 많이 언급됐다. 이런 종류의 기사가 나가고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대안기사가 쏟아진다. 문제만큼이나 대안도 다양하다. 대안이 너무 많아서 일까. 그 많던 물리교육 지원책은 모두 길을 잃었다.





IT 분야에서 취재를 하다 보니 만나는 취재원의 과반수가 엔지니어다. 애초부터 IT를 전공한 사람이 대다수지만, 다른 분야 전공자도 심심치 않게 접한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눈에 띈다. 복잡한 현실 세계를 추상화시키는 작업이다 보니 물리학도들이 IT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이런 관점에서 IT 분야로의 진출이 당연한 행보처럼 보이지만, 그만큼 국내 물리학도의 진로가 제한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전공을 살린 물리학도가 얼마나 될까. IT가 좋아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진로 문제로 고민하다 IT분야로 진출한다.





취재원 중 양자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마친 사람이 있다. 10년 전 학위를 했지만 ‘빵문제’ 해결에 한계를 느껴 프로그래머의 길을 선택했다. 얼마 전 만난 자리에서 그에게 ‘내가 요즘 물리학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순간 그는 놀란 표정으로 그런 걸(양자역학)왜 관심 있어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추천했다. 그저 일반인이 교양삼아 읽겠지 생각했을 터.


 


하지만 "수식은 잘 모르지만, 별이 좋아졌고 그 별이 어떻게 빛나는지 원리를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얘기하자, 이내 표정을 바꿔 ‘그 정도 관심이면 교양서는 그만 보고 뉴턴의 중력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를 반드시 이해하라’고 조언했다. 요즘도 가끔 대학 시절 방정식을 유도했던 노트를 꺼내 본다고 했다. 물리학에 심취했던 시절을 떠올렸을까.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과학교육 붕괴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게 평준화 정책이다. 이로 인해 교육경쟁력이 퇴보하고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수리(수학/과학, 이하 수리) 교육에 집중하라는 말로 귀결된다. 학생들의 수리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말로 들리지만 국제 과학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희귀현상을 보며, 저런 분석이 과연 올바른지 의구심이 든다. 결과야 어쨌든 수리 성적이 좋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탁월한 수리능력으로 무장된 학생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이들에 대한 흥미를 이어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취업문제로 분주한 캠퍼스에서 한가롭게(?) 물리 공식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로 비춰지는 이유에서다. 이는 또 다시 언론에 안주 감(기사소재)을 제공한다. 공대생들이 미적분을 풀어내지 못한다는 기사가 어느새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준비라도 했다는 듯이 이제 대학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대안기사가 보조를 맞춘다. 결국 또 다시 원점이다.     





요즘 수유너머에서 천문학 강좌를 듣는다. 수유너머는 인문학을 축으로 여러 강좌와 세미나가 열리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주말마다 믿기 힘든 광경이 벌어진다. 천체물리학 강좌에 70명이 넘는 일반인 수강생이 칠판에 판서된 물리공식 유도를 따라가고 있다. '올 겨울은 우아하게 천문학을 공부할 거란 생각으로 신청'했다는 한 수강생의 말처럼 ‘천문학=별자리’로 인식된 탓에 강의 초반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기소개 시간엔 간증이라도 하듯이 어렵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주말 세 번째 강좌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있었다. 중도포기라도 할 것만 같았던 수강생들이 암호 같은(?) 공식에 집중하고 있었다. 화려한 천체 사진보다 천체의 구성 원리를 담고 있는 물리공식의 진가를 몸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강좌 끝까지 완주하고 싶다"는 한 수강생의 말이다. 홍천에서 엄마와 함께 왔다는 중학생,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계속 천문학 강좌를 들었다는 고등학생, 대학생 딸과 나란히 앉은 아버지, 오십을 넘긴 중년의 수강생까지 모두 "물리학이 재밌어 졌다"고 했다.


 


우리 클럽의 천문우주모임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비전공자인 회원들이 한 달 동안 공부한 천문학 분야를 20분에 걸쳐 발표한다. 발표 중간 간식을 나눠먹고 편안하게 서로의 느낌을 나눈다. 시골 사랑방에서 첨단 학문인 천문학을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리는 셈이다. 그야말로 축제의 마당이다.





뉴트리노 천문학을 창시해 노벨상을 받은 도쿄대의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는 ‘이과계 졸업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대신 졸업 후 공립학교에서 1년 정도 일하게 하라’고 조언한다. 학생들이 과학을 좋아하게 하려면 교사 스스로가 과학에 매력을 느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과학교사 뿐만 아니라 이제 성인들도 과학을 즐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자녀에게 일방적인 공부를 강요해 흥미의 유효기간이 확실한 교육에서 벗어나자! 자녀와 함께, 친구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일반상대성 원리를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실한 ‘과학교육 활성화’ 방안이 아닐까.   

 

 

 

 

** 서울지역 차량 정보 안내 **

서울지역에서 천문우주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2월 3일(일요일) 오전 8시까지 지하철 홍대입구역(1번출구)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차량을 렌트해서 출발할 계획입니다. 이날 오전 11시부 독서산행이 있습니다. 산행에 참가하실 분들은 아이젠과 등산화를 준비해 주세요. 등산이 어려우신 분은 박문호 박사님 댁에서 편안히 공부할 수 있으니 책을 가져오시면 됩니다 



준비물 : 회비 2만5천원(렌트 및 유류비) -> 대중교통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연락처 : 문경수 010-9047-3150, mksphylove@hanmail.net 


 

참석을 희망하시는 분은 금요일까지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천문모임만 참석하실 분들은 도착하는 장소와 시간을 미리 말씀해 주시면 차편을 대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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