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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18:28

'새 봄 예찬'

조회 수 4562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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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이 언제 끝날가 싶었는데 어느샌가 누군가의 말처럼

봄이 소리로 다가와 있었다..

딱딱한 겨울가지 틈새를 비집고 새순이 움터 나오는 소리,

겨울잠을 깬 개구리들의 노곤한 기지개소리,

공꽁 얼은 얼음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

점심 식사를 마친 아이들의 작은 하품 소리...

이런 저런 소리들로 봄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약간씩은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봄이 이유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계절이 주는 은밀한 속살거림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 채 그냥 지나쳐 버린다.

계절이란  마치 그림의 바탕화면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옅게 채색되어 무심코 넘길 수도 있겠지만

다른 색깔로 변한다면 전체 그림의 느낌까지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

그렇게 알게 모르게 계절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와

우리들이 그려나갈 내용의 바탕을 미리 깔아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봄은 지리한 겨울 끝자락을 몰아내고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그래서 봄의 다른 이름은 '기다림'일지도 모른다.

지난 겨울의 스산스런 잿빛 하늘속에서  

작은 두손을 호호 불며 아이들이 은밀히 꿈꾸어 온 따스한 햇살 같은 기다림.

사랑하는 연인의 따스한 체온처럼 달콤한 그런 기다림..

 

하여,언제부터인가 봄이란 단순한 四季의 하나로서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 것 같다.

사랑하는 한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색은 연두라고 늘상 말해왔다.

생명의 색이자 새로운 시작의 색이라며..

인고의 세월,

그 혹독하고 메마른 땅 속에서 긴 시간을 웅크린 채로 있다가

그래도 그 땅끝을 비집고 새순을 틔우는 그 경이로움을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살다보면 고통이, 슬픔이란 놈이 한 겨울의 추위처럼 우리를 엄습하리니

그래도 언젠가는 봄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 긴 겨울을 견디어 내는 것처럼

우리도 그 '언젠가'를 꿈꿀 수 있기에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기다리고 참아내고...

그러다 우리네 삶이 또다시 잠잠해지고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 할 수 있을 때

힘들었던 삶의 한 부분들도 미소 띈 얼굴로 회상할 수있는 과거가 되리라는 것을

예감하는 것이다.

봄의 기운에 떠 밀려간 지난 겨울이 뒤돌아보면

일순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여유롭게 기억되는 것 처럼..

 

그렇게 긴 기다림의 선물처럼 봄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이 아름다운 생명의 계절에 느껴야 하는 진정한 봄의 의미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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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08.03.14 18:28
    들판에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계절의 운행을 지켜보면 자연의 신비를 절감합니다. 추운 겨울이 추억으로 새겨질 수 있는 것은 봄에서 들리는 생명의 소리 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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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3.14 18:28
    민들레 예찬....2004년 봄에 온 언덕을 뒤덮는 민들레 꽃에 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민들레가 미국땅에 많이 있었다면 미국 원주민(인디언)들이 3월을 '노란 민틀레가 피는 달'로 불렀을 겁니다. 참고로 인디언들은 봄은 대지가 숨을 쉰다고 하면서 함부로 풀밭을 밟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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