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모정의 세월

by 김용전 posted Jun 14,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촌리에는 요즘 달래 캐기가 한창이다.
일꾼이 없어서 저마다 아우성들이다. 글쟁이랍시고 에헴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농부가 되어서 같이 땀 흘린다.

 캐는 사람은 열 네명, 나르는 사람 세 명, 담는 사람 2명, 총
열아홈 명이 움직이는데 캐는 사람은 주로 여자들이다. 어제
달래를 나르면서 아주머니, 할머니들을 보고 있노라니 저마다
깔고 앉은 깔개방석이 세월을 느끼에 해주어서 감회가 깊었다.

 몇 장 실어본다. 모두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이 아닐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40대의 모습. 뒷모습만 보아도 젊음이 느껴진다.
                                  아래에 나오는 아주머니, 할머니도 모두 저런 시절이
                                   있었으리라. 방석도 아직은 비교적 쌩쌩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50대의 모습. 방석을 보라. 스티로폼을 헝겊으로 감싸서 만들었다.
                      방석 하나도 만들어 쓰는 검소함이 아들딸 몇을 키워 냈을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60대의 모습. 방석 껍대기가 다 닳아 버려서 까만 비닐로
                        다시 감쌌다. 저 방석 껍대기가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그 덕분에 자식들은 자라고 공부하고 그리고는 도시로 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0대의 모습. 방석은 하도 깔고 앉아서 몽당방석이 되었다.
                            끈도 늘어져서 비닐끈으로 한 줄을 더 묶었다. 삶에 매달려
                            온 세월이 저 끈만큼이나 처연하게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80대의 모습. 사진 속의 할머니는 정확히 여든 두살이시다.
                        다 닳고 헤져 버린 방석을 포장끈으로 얼기설기 묶었다.
                        방석이 엉덩이에 잘 붙어 있지 않는다고 허리에 멜빵으로
                        단단히 붙들어 맨 모습이 슬프지만 오히려 비장하게 느껴진다.

                        나는 할머니의 이 모습을 모면서 농촌의 사람 부족에 걱정이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아 길고 긴 모정의 세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