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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20:43

모정의 세월

조회 수 4875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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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촌리에는 요즘 달래 캐기가 한창이다.
일꾼이 없어서 저마다 아우성들이다. 글쟁이랍시고 에헴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농부가 되어서 같이 땀 흘린다.

 캐는 사람은 열 네명, 나르는 사람 세 명, 담는 사람 2명, 총
열아홈 명이 움직이는데 캐는 사람은 주로 여자들이다. 어제
달래를 나르면서 아주머니, 할머니들을 보고 있노라니 저마다
깔고 앉은 깔개방석이 세월을 느끼에 해주어서 감회가 깊었다.

 몇 장 실어본다. 모두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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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의 모습. 뒷모습만 보아도 젊음이 느껴진다.
                                  아래에 나오는 아주머니, 할머니도 모두 저런 시절이
                                   있었으리라. 방석도 아직은 비교적 쌩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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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의 모습. 방석을 보라. 스티로폼을 헝겊으로 감싸서 만들었다.
                      방석 하나도 만들어 쓰는 검소함이 아들딸 몇을 키워 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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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의 모습. 방석 껍대기가 다 닳아 버려서 까만 비닐로
                        다시 감쌌다. 저 방석 껍대기가 몇 번이나 바뀌었을까?
                       그 덕분에 자식들은 자라고 공부하고 그리고는 도시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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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의 모습. 방석은 하도 깔고 앉아서 몽당방석이 되었다.
                            끈도 늘어져서 비닐끈으로 한 줄을 더 묶었다. 삶에 매달려
                            온 세월이 저 끈만큼이나 처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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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대의 모습. 사진 속의 할머니는 정확히 여든 두살이시다.
                        다 닳고 헤져 버린 방석을 포장끈으로 얼기설기 묶었다.
                        방석이 엉덩이에 잘 붙어 있지 않는다고 허리에 멜빵으로
                        단단히 붙들어 맨 모습이 슬프지만 오히려 비장하게 느껴진다.

                        나는 할머니의 이 모습을 모면서 농촌의 사람 부족에 걱정이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아 길고 긴 모정의 세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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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08.06.14 20:43
    어렸을 적 엄마 따라 여름 뙤약볕에서 동부밭이며 녹두밭을 헤메이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또 파밭에서 눈물을 흘려가며 파를 다듬어 볏짚으로 묶던 모습도 생각이 납니다. 거인처럼 당당하셨던 그 어머님이 이제 허리도 구부러지고 파킨슨병으로 발을 덜덜 떠시는 초라한 노구로 변했습니다. 저 82세의 할머니 방석을 동여맨 비니루 노끈이 엄마손등에 불거진 힘줄처럼 슬프게 보입니다. 그 힘줄 굵기 만큼 나는 이렇게 편히 자라 세 아이들의 아비가 되었지요. 내 손등에 붉어져 나오는 힘줄이 저렇게 험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에 문득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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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8.06.14 20:43
    방석과 뒷모습, 그리고 인생 역정을 관찰하고 느끼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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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영석 2008.06.14 20:43
    늘상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삶의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는 눈이 훌륭한 작가를 만드나 봅니다. 놀랍습니다. "아 길고 긴 모정의 세월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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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설 2008.06.14 20:43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좋은 글과 사진이네요.. 아마도 저 방석이 저렇게 되도록하는것도 땅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합니다. 도심에 소외받은 할머니들을 같은 영상으로 보며 그 분들의 노고가 다르지 않지만 지금에서는 다른 값어치로 보이니 말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커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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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현 2008.06.14 20:43
    파주 통일촌이라는 곳에 친정 농장이 있고 그 곳에서 제 어머니가 저런 모습으로 매일 홀로 일하고 계십니다. 두 오빠와 올케 조카들, 그리고 우리 식구들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 짬 나는 대로 가서, 제초제와 농약을 안 주는 우렁이논에서 피를 뽑거나 고추밭에서 풀 뽑기, 고추 따서 말리기, 논두렁 풀깎기, 논 물 대기, 배추벌레 잡기 등을 하고 품값으로 쌀 김치 고추 토마토 가지 호박 참외 수박 피망 아욱 고구마 참기름 들기름 들을 갖다 먹습니다.
    일흔 두 살에 우렁이농법을 공부하여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기를 시작하신 아버지가 2006년에 돌아가시자 모두 아마추어인 남은 식구들과 사돈, 이웃까지 힘을 합해 농사를 유지하고 있고 그 일을 주관하시는 일흔 세 살 어머니는 그나마 소일거리가 있어 좋아하기도 하시지만 일이 많아 힘겨워하기도 하십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 짓기 증~말 힘듭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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