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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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노인은 왜 공경해야 하는가? 왜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가? 도대체 왜 나이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은적이 있다.


"나도 늙을테니까.. 그때 대접 받으려면.."
이라며 우스개 소리로 답 했던 기억이 난다.


그건 말도 안되는 설명이고, 최소한 나의 기원에 대한 감사의 뜻,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기원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공경이라는 것이 나와야 함이 옳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머리로 알았다. 즉... 마음으로 100% 이해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땐 여전히 남아있는 의무감, 도덕심을 지울 수는 없었다. 




우리는 부족한 기술을 빨리 만회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와 협력을 택했다. 그것이 러시아다. 오늘 우리는 작은 시험이지만, 첫 시험이고, 또 중요한 시험을 끝냈다, 아무 사고 없이.


사소한 문제점들은 있지만, 해결 가능한 것들이고,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들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오늘 시험은 원만하게 잘 마무리 되었다.


갑자기 일에 푹 빠져 살던 어느 날, 한 선배로부터 이런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네가 없었으면, 지금 우리가 러시아랑 같이 일 하고 있을까?” 물론 내가 러시아와의 협력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나라와 러시아간에는 교류가 있었고, 그 협력이 보다 구체화되고 업무가 막 시작되던 시점에 내가 합류한 것 뿐이다. 다만, 내가 열심히 발로 뛰었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 부지런함이 지금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에 일조했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선배, 동료들의 말이 비록 그냥 듣기 좋은 소리일지언정 혹은 진심어린 칭찬이든간에 나 때문에 오늘 이 순간이 있다는 얘기는 그리 듣기 나쁜 말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신경 날카롭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일하는 때엔 이런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곤 한다. 그리고, 문득 ‘현재가 존재하게 된 근원으로서의 과거에 대한 감사’가 진짜 감사의 이유라는 대화가 떠올랐다.




공경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의 ‘기원에 대한 감사’는 의무감 때문인지 그닥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존경(혹은 존중)받는 입장에서의 ‘기원에 대한 인식과 감사’는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인간의 간사함이라니!


 


어쨌든, 내가 어떤 일에 기여한 것과 그것이 지금을 있게 한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그러니, 내가 내 부모를 존경하고, 또 부모가 나를 키워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며 당신들의 존재 의의를 나로부터 일부 느끼실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더 나아가, 현재의 존재를 인정하려면, 과거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그런 과거에 대한 감사와 인정은 어떤 강요나 의무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지난 주말 선생님을 만났다. 졸업생이 선생님을,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억해 줄 때 선생님은 보람을 느끼신다고 하셨다. 나에게는 그것이 선생님이 존재의 의의를 느끼신다는 표현처럼 들렸다. 졸업생의 그 기억은 감사의 기억일 것이다. 지금의 내가 있게된 나의 존재를 과거의 기원에 두는 것이다. 비단 선생님만 그런 것은 아닐 것같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내 자신 또는 내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 만약 나의 존재 의의가 내 미래의 과거로서 존재를 한다거나,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내 조상에서 기인함을 잊지 않는다면, 내 존재가 매우 소중해지고, 또 나의 과거도 매우 소중해 진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이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이 고맙고, 우리 부모님과 함께 동고동락 해 주셨던 친척분들이 고맙다.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와 또 우리 조상들. 더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이 자연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조상들... 


순간 머리를 스치는 단어가 하나있다. 


몇번 외쳐 불렀던 그 단어가 이 순간에 떠오른다.


그 아칸소스테가?


아~, 아칸소스테가! 



이제야 진심으로 그 존재에 감사를 드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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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혁 2009.04.26 06:20
    석희님 글로라도 종종 뵈니 반갑습니다.
    아칸소스테가...
    근데 제가 회를 좋아해서 좀...ㅎㅎ 농담입니다.
  • ?
    윤현식 2009.04.26 06:20
    누님.. 화이팅입니다.! (언제나 그러시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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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지미 2009.04.26 06:20
    진행되고 있는 실험과정이 잘 마무리 되고..,
    과학자의 눈으로
    "감사의 기원"을 헤아려 본 글.
    잘 보았다는 인사로 대신 함.
    석희님~~바쁠때일수록 건강관리
    특별히 신경쓰기 바래.
  • ?
    이병록 2009.04.26 06:20
    인간사회에는 경험이 지식일 때는 그 비중이 높았겠지만,
    정보의 홍수사회에서는 '기원'의 비중이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
    정인성 2009.04.26 06:20
    오래전 알랙스 핸리라는 미국 흑인 작가가 아프리카의 자기 조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쓴 뿌리를 찾아서라는 책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기원과 근본에 대한 겸허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감사 합니다.
  • ?
    이기두 2009.04.26 06:20
    아칸소스테가에 감사한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최초의 포유류는 쥐라는데

    우리 집 천장에 우당탕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무척 신경쓰입니다.

    그들이 살아 남았기에 우리가 있는 것이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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