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드와 한국기업

by 정광모 posted May 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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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아내가 북유럽 출장에서 사 온 핀란드 우표다. 앵그리버드가 경쾌하게 아이스하키를 하는 모습이다. 아래쪽의 SUOMI는 핀란드어로 ‘핀란드’이고, 위쪽의 LUOKKA는 핀란드어로 CLASS라는 말이라고 한다. 1LUOKKA는 그러니 First Class라는 뜻이다.

First Class인 앵그리버드는 핀란드의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인 로비오(Rovio)가 만들었다.

최근에 나온 ‘앵그리버드 스페이스’는 출시한지 한 달 만에 다운로드 5,00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인형 등 캐릭터 시장에서도 잘 나간다. 앵그리버드 게임은 단순하면서 묘하게 중독성이 있다.

로비오 사는 종업원 55명의 벤처기업이다. 2003년에 세워진 로비오 사는 벤처기업들이 그렇듯 초기에는 파산할 위기에 처할 정도로 힘들었다. 게임회사를 유지하고 수익을 내는 일은 폭풍에 대양을 운항하는 일과 비슷하다. 회사는 불안한 경영 속에서 앵그리버드를 만들기 전에 51개의 게임을 개발해냈다. 앵그리버드가 행운으로 얻은 대박이 아닌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핀란드 앱스토어에서 1등을 하면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먼저 그 나라에서 주목을 받아야 세계 시장에서 기를 펼 수 있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과 일본에는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는 ‘강소기업’들이 널렸다. 당신은 ‘하마마쓰 포토닉스’, ‘드 라 뤼’ ‘ 일렉트로나이트’란 회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히든 챔피언’으로 빛을 의학에 이용하는 일본회사와 화폐위조를 방지하는 보안종이를 만드는 영국회사, 철강산업용 센서를 생산하는 벨기에 회사다.

한국은 IT쪽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의 근본인 제조업에서 강소기업이 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패자부활전은 하늘의 별따기로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다. 신용불량자의 늪은 무섭고 아득하다. 그래서 정부가 벤처에 투자하고 실패해도 재기하기 쉽도록 시스템을 갖추려 하면 온갖 협잡배들이 모여들어 코스닥에 상장한 후 먹튀를 하거나 사기를 친다.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벌어지는 코스닥업계의 추잡한 상장 놀음에 사람들은 질릴 대로 질렸다. 이래저래 고민이다.

거기다 기업사회에서 정해놓은 규칙은 먼저 진입한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짜여있다. 한국사회는 기업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벽이 높아간다. 특히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쌓은 벽은 모든 사람과 기업의 의욕을 꺾는다. 신문을 펼치면 그런 불공정한 게임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기가 막힌다. 이래서는 벤처기업, 강소기업이 탄생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