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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6기] 외나로도 생활 1년을 돌아보며...(첫번째)

by 서윤경 posted Jan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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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훨씬 전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나의 첫 직장의 근무지는 지방이었다. 그것도 그 회사를 입사하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그런 도시가 있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충북의 한 구석바기... 첫 시작이 그래서 였을까 어떻게 된건지 10년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의 직장 생활중 2/3이상이 보따리 인생이었다. 거의 매주 시작을 보따리 싸서 내려가고 다시 주말이면 집을 향해 움직이는 생활 말이다. 내 직업이 순환 근무를 하는 군인도 아니고 교사도 아니건만...

바로 전 근무지는 아주 멀었다. 정말 멀었다. 대전에서만 초행인 경우 5시간 정도이고 서울에서부터  움직이면 7시간 정도 걸렸다. 누군가 그랬다. 여권은 준비하지 않아도 되냐고...게다가 정말정말 오지였다. 근무지에서 10~15분 정도 차타고 나오면 있는 마을에 편의점 하나 있는게 눈물나도록 고마울 지경이었고 내가 떠나올때까지 끝내 세탁소는 찾지 못했다. 주로 주변에 보이는건 횟집같은 식당들과 그 사이를 메꾸고 있는 이전저런 상점들뿐...그곳은 외나로도라 불리는 연륙섬이었다.

어찌어찌하다가 내가 그곳에서 거의 선발대 격으로 근무를 시작했던게 2006년 11월 중순부터였고 떠나온 건 작년 2007년 12월 초였으니 1년하고 며칠을 넘긴 기간 동안 그 섬을 매주 오고갔다. 처음 내려갔을때는 여관생활을 2달 반동안 하다가 동료 하나가 퇴직하는 바람에 괜찮은 방이 나서 민박집으로 옮겨 다시 1달 반동안 민박집 생활을 했다. 민박집 생활은 그나마 여관 생활에 비해 나았다. 아무리 바깥에 찬바람이 불어도 찜질방처럼 땀 푹내면서 잘 수 있을 만큼 따듯한 방이 있었고... 새벽이면 보일러 온도를 조절해주는 친절한 민박집 주인 할머니가 계셨고... 아침이면 내 방 창문을 통해 바로 집 앞 나로해수욕장에서 맞는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늘 늦게 퇴근하다보니 몰랐지만 민박집 뒤편으로는 넓은 평지가 있어 일몰도 장관이었다. 아! 바로 집앞 멋진 소나무도 빠트릴 수가 없지...


 


(사진1. 차 유리에 비친 나로해수욕장의 일출과 멋진 소나무...)

 




(사진2. 빨간 등대와 낚시질하는 섬주민들...)






그렇게 4개월을 보내고서는 근무지 내에 숙소가 완공되어 작지만 불편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방을 배정받아 나머지 기간동안 생활하였다. 첫 입주 자격이 주어진 것에 맞춰 당연히 그럴거란 기대에 한치도 어긋남 없이 9평짜리 빈 공간에 덜렁 이부자리만 펴놓고 며칠을 지내다가 하루는 매트리스와 TV가 들여졌고... 어느날은 구색을 맞춘 침대가 만들어졌고 그 후 또 한참 있다가 방바닥에 엎드려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책상이 들여와 졌다. 신혼 살림도 아니었건만 숙소 살림살이가 하나씩 장만되는 감격에 목이 메는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즈음 나는 와인을 홀짝이는 밤이 많았다. 아마도 매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노동을 마치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올때면 나를 기다려줄 무언가가 필요했었던거 같다.


(사진3. 숙소 앞 바다에 비친 아침 빛)

 




(사진4. 위의 사진 3에서 햇살받는 섬의 정체..일명 거북섬)

 




(사진5. 외나로도 길목의 해질녘 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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