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10.05.21 03:55

귀환-1

조회 수 20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원주민과 호주 카우보이 덕분에 기적적으로 퍼스행 콴타스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행색이 지저분해 사람들이 의식됐다. 다행인건 창가 쪽 좌석이다. 항공기가 굉음을 뿜으며 활주로를 달리는 게 어색하다. 그곳에서의 4일이 아직 몸에 베있다. 비행기가 뜨자 브롬시의 불빛이 아련하다. 잠시 뒤 그 불빛은 완전히 사라지고 킴벌리 아웃백에서 애절하게 처다 본 별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맙고 원망스럽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잠을 청할 수 없다. 자꾸 옆 사람이 의식된다.


11시 반 이내 퍼스에 도착했다. 왔던 곳으로 귀환이지만, 맘이 무겁다. 하루 전 선발대가 들어왔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 칠 않다. 열흘 전 퍼스에 도착했듯이 게이트로 나와 택시를 탔다. 스완강 다리를 건너 시내 하이웨이를 타고 비슷한 시간에 퍼스 시내로 왔다. 착찹한 마음에 택시비를 지불하고, 열흘 전 묵었던 YHA 벡베커에 도착했다. 이곳에 선발대가 묶고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겁다. 낯설지만 익숙한 그곳 문을 열었다. 체크인하는 목소리를 들었을까. 일행 한 명이 우릴 알아봤다. 선발대는 1층에 있는 맥주바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짐도 못 풀고 그들과 잠시 회포를 풀었다. 맥주 한 병 취기에 무용담을 늘어놨다. 앞으로의 행보가 걱정되면서 동시에 묘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앞으로 24시간 후면 한국에서 60명이 도착한다.


"차라리 돌아오지 말걸 그랬나.."


"그 길을 다시 갈 수 있을까..."


수천킬로를 날아오면서 했던 생각이 멈추질 않았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7 공지 [필진] 과학, 우주에 마법을 걸다 2 전재영 2008.02.06 4703
166 공지 [필진]고미숙 박사님을 만나다 8 김홍섭 2007.12.07 3786
165 공지 [필진]외나로도 생활 1년을 돌아보며...(마무리) 6 서윤경 2008.03.30 4804
164 공지 博覽强記 - 엘리티즘을 경계한다 13 강신철 2009.01.22 3795
163 詩人憂詩 不當憂貧 1 박성일 2012.10.29 1685
162 공지 간밤에 흰눈이 왔어요! 4 김용전 2009.01.25 3471
161 개똥 철학.. 3 이부원 2013.09.01 2648
160 공지 거름을 나르며 2 file 김용전 2008.03.23 4663
159 거세개탁(퍼온글) 3 이병록 2013.01.03 1823
158 걷는다는 것에 대하여 7 이기두 2012.08.06 1720
157 과학자와 공학자,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이중훈 2013.02.05 1913
156 공지 교육의 목적 1 임해경 2007.12.03 3527
155 공지 교육정책 아이들 이야기도 듣는다면 - 독후감 9 김용전 2008.04.18 5323
154 구식 시 몇편 3 전동주 2009.11.19 2274
153 군대에서 읽은 책들 ① 3 장준오 2012.11.16 1912
152 군대에서 읽은 책들 ② 1 장준오 2012.11.23 2076
151 군대에서 읽은 책들 ③ 2 장준오 2012.12.07 1909
150 군대에서 읽은 책들 ④ 2 장준오 2012.12.22 1942
» 귀환-1 문경수 2010.05.21 2034
148 귀환-2 문경수 2010.05.27 214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