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2. 체르마트 - 잊을 수 없는 진정한 퐁듀의 맛

by 이정원 posted Aug 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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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경험, 진정한 퐁듀의 맛.








우선, 퐁듀라는 이름은 너무 예쁘다.

Pondue가 아니라 Fondue인 것을 알고 제대로 발음한다면 더욱 예쁘게 불리는 이름이다.



먹는 폼도 제법 우아하다.

왠지 우리나라의 샤브샤브와는 달라 보인다.



퐁듀는 원래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방의 사냥꾼이나 목동들이 먹던 음식이다.

사냥 중 추운 날씨에 얼어버린 마른 빵을 먹기 위해 치즈를 데워 찍어 먹던 것이 그 기원이다.

퐁듀는 스위스 고산지대에서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음식이었던 것이다.



한여름 호숫가의 제네바보다는 산악 도시인 체르마트에서 퐁듀를 먹어보기로 했다.

체르마트 호텔에 도착하자마나 퐁듀를 가장 잘 한다는 스위스 전통 음식점을 소개받았다.








식당 주인은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던 오일 퐁듀를 권했다.

동양 사람들이 먹기 좋도록 준비한 메뉴라고 했다.

얼핏 보니 우리나라의 샤브샤브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우리는 당신들이 이 지방에서 먹던 스위스 퐁듀를 먹으러 왔단 말이오. 치즈 퐁듀를 주시오."






우선 얇게 썬 소시지로 허기를 달랬다.

하지만 배가 차기엔 어림도 없었다.



허기와 호기심으로 기다리던 치즈 퐁듀. 








 
치즈가 꽤 걸죽해 보였다.

먼저 빵 한 조각을 치즈에 찍어 맛을 본 여행메이트가 나즈막히 신음 소리를 냈다.

이내 태연한 표정으로 우선 냄새부터 맡아보라고 했다.



손으로 끌어당겨 맡아 본 냄새는, 역시 내게도 신음 소리를 자아냈다.

막상 먹어보면 냄새와는 다르다고 하길래 한 조각 입 안에 넣어 보았다.



내가 여태껏 먹어봤던 치즈 중 가장 먹기 힘든 치즈의 할아버지뻘은 되는 치즈였다.

먹기 힘든 치즈맛을 많이 보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 치즈를 보글보글 끓여놓으니 냄새가 강하게 코를 자극했다.

빵이 한껏 머금은 치즈는 고형 치즈와는 달리 혀 구석구석까지 닿았다.



스위스 산악지방에서 먹던 전통 치즈퐁듀는, 

안타깝게도,

내가 먹을 수 있는 종류의 음식이 아니었다.



잊을 수 없는 경험임에는 틀림없지만,

왠지 그 맛은 금방 잊혀질 것 같았다.

내가 이전에 알던 어떤 음식의 맛과도 비교하거나 비유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맛을 잊기 전에 그 자리에서 형용할 단어를 생각해 내자고 머리를 모았다.

우선 떠오른 단어는 '썩은 맛'이었다.

썩은 맛인데 썩은 맛인데, 대체 뭐가 상하면 이런 맛이 날까 한참을 고민했다.

우유? 생선? 떡? 아니었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한 것을 찾아야 했다.



주인 아저씨가 중간중간 오셔서 치즈를 계속 저어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치즈가 굳으면 맛이 없다고.



치즈를 저으며 계속 생각했다.
썩은 맛, 썩은 맛, 대체 뭐가 썩어야 이런 맛이..



마침내 여행메이트가 결론을 내렸다.



"이건 썩은 두엄을 끓여 먹는 맛이야!"



나는 동어반복이라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며 얼른 동의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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