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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1 20:03

독서산방 단상

조회 수 3590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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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 서가에 등장한 ‘위험한 생각들’이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때문인지 어딜 가나 ‘미래학’, ‘예측’ 같은 단어가 따라다녔다. 수십 종의 미래학 서적이 출간됐지만 아직 그 해답을 찾진 못한 모양이다. 대미를 장식하듯 엣지재단(www.edge.org)에 속한110명의 석학에게 각자가 생각하는 위험한 생각을 물었다. 열정적이고 호기심 많은 석학들이 진화 생물학, 컴퓨터 과학, 신경 생리학, 심리학, 물리학 분야의 위험한 생각들(?)을 쏟아냈다. 한 권의 책에 110명의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책의 깊이가 덜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몇 줄 부터 시작해 최대 서너 장을 넘지 않으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들의 위험한 생각도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이들이 모여서 토론하는 방법과 장소다.


 


각 분야의 석학들을 한 공간에 모은 다음 아무도 자리를 뜨지 못하게 문을 잠그고, 각자가 현재 답을 찾고 있는 문제들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게 하는 형태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산물이다. 방식도 특이하지만 그들이 모이는 장소는 더 독특하다. 큰 큐모의 호텔이나 컨퍼런스 홀이 아닌 한적한 시골 농장에 모인다. 농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면모를 보면, 린 마굴리스, 스티븐 핑거, 라마찬드란, 그리고 만들어진 신의 리처드 도킨스까지 없는 분야를 찾기 힘들다. 그야말로 다양성이 넘쳐나는 공간이다.


 


최근 독서산방(강신철 교수님 시골농장)에서 자주 모임을 갖는다. 독서산방이 처음 공개된건 50회 독서토론회 때 수유너머(이진경, 고미숙, 고병권) 회원들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그 때도 새벽 2시까지 뒷풀이 토론을 나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토론 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 들어 강신철 교수님의 배려로 그곳이 모든 회원들에게 개방됐다. 주말 동안 방해받지 않고 책 읽기를 원한다면,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아직 정식으로 산방에서 책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이미 경험하고 온 소립 회원의 말을 빌리자면,


 


" 아침을 먹은 후 전날부터 읽던 <생명 최초의 30억년>을 다시 읽었는데 중간 중간 잠깐씩 두번 잠이 들었다. 아주 개운하게 푹 잔느낌인데 시계를 보면 기껏해야 20~30분 정도 흐른게 전부였다. 시간이 멈춘 듯 또는 천천히 흐르는 듯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잠깐 엉뚱한 생각을 한것이, 독서산방에서는 빛이 작은 변화로 일정하게 흐르기 때문에 시간의 속도감이 늦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니까 도시에서는 각양각색이 변하고 자동차만 하더라도 아주 빠르게 지나가니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는 나로서는 빛의 변화가 많아지고 시간의 속도를 독서산방에 비해서 빠르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적한 곳에 위치한 독서산방에 오면 가슴이 시원하다. 가까운 곳에 뇌에 자극을 주는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마 내년엔 이곳을 찾는 횟수가 늘것같다. 우리 클럽의 소그룹 모임을 비롯해 여러 외부 단체와 소통의 무대가 되길 희망한다. 각자 바쁜 일정으로 짬을 내기 힘들지만, 내년엔 좀 더 다양한 열정들과 손잡기를 기대한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07-12-08 17:33:44 회원게시판(으)로 부터 복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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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원 2007.12.01 20:03
    독서산방도 간혹 문이 잠기곤 하죠.
    입구의 사슴농장 주인이 문을 잠그면 쉽게 드나들지 못하게 되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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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2007.12.01 20:03
    독서산방은 독서클럽의 정취를 독서클럽 사람들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공간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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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철 2007.12.01 20:03
    사슴농장 주인이 문을 잠그면 차만 못 들어갑니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맨땅을 밟으며 걸어서 올라가면 독서산방은 언제나 열린 공간입니다. 사실 난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사슴농장에서부터 독서산방까지 이르는 200미터 흙길은 포장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차도 잘 안 다니는 길로 남겨두고 싶고요. 짐이 없으면 일부러 걸어서 오르는 것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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