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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券山의 지기

                                                     김형렬 



고비같은
사막에



모래
언덕의 마른 산 하나 있었습니다.




현인들이 책 나무를 심고 이름을 백권산이라 했습니다.



 



현인들은



산의
주인 되기를 마다했습니다.



대신
산지기가 되기를 청했습니다.



 



그렇게
손으로 흙을 파고, 마음으로 심는 일입니다.



나무가
이 되고



나무들이
되어갑니다.



 



산은
찾아 드는 나그네들에게



삶의
한숨 대신, 쉴 그늘과 착한 바람 한줄기를,




대신, 시원한 샘 한 모금을,



달콤한
지혜의 꽃향기를




줌 대가 없이 나눕니다.



 



나그네뿐인
이 산에는 주인이 없습니다.



주인은
주인들인 줄도 모릅니다.



그렇게
말 없이 산지지는




산을 기르고, 나무를 키웠습니다.



 



언젠가는



산에
처음 주인이 왔었습니다.



나무를
베어갑니다.



피지
않은 꽃을 뽑습니다.



그렇게
파고 패고서 훌훌 떠나 갑니다.



 



산지기는 울지 않고



붉게
멍든 밑둥에는 술을 붓고,




옆에 비석대신 새로운 어린 묘목을 심었습니다.



 



어느
여름엔가



산에
반가운 철새가 왔었습니다.



여기저기
열매를 따고 부러뜨리고, 새 따라 한 철은 날아갑니다.



 



산지기는
웃지 않고,



끊어진
가지 동여매고,



아프지
않게 새로운 꿈의 싹을 접붙입니다.



 



길지
않은 10년의 겨울이



묵언의
가막살이 하듯 지나갑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네요.



산에서
올망졸망 소리가 들려 옵니다.



나무가
나무인 줄을 알고, 꽃이 꽃인 줄을 알고



샘이
제가 샘인 줄을 다시 기억해 내는



봄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산지기는
산을 내려옵니다.



얼굴에
난 수염마냥 덥수룩한



엉겅퀴가
발목 붙드는 덤불의 길을 걸어갑니다.



가시나무
새를 헤치고 이제 건너편 사막의 언덕으로 힘겹게 갑니다.



 



멀리
사라져 갑니다.



작은
점이 되어 뒤돌아 봅니다.



知己는 산과 숲을 굽어 봅니다.



이제
비로소, 빙긋 웃는 것 같습니다.



비로소
주인 된, 저희도 따라 웃습니다.


※ 강신철 교수님 백북스에 대한 애정과 헌신에 감사합니다.
    잘 다녀 오십시오.

※ 시는 코드가 없어야 하겠지만,
    이 글은 백북스의 코드와 시퀀스를 밑그림으로 하기에
    시라고 할 수는 없네요.
    그 형식만을 빌어, 마음을 담았습니다.
    부족한 글이 고귀한 시의 세상에 누가 되지는 않기를 걱정합니다.


  • ?
    임석희 2012.01.04 17:42
    다시 읽어도, 다시 들어도 와락감동~

    좋은 시를 모두에게 들려주신 김형렬 회원님께 감사드리고,
    그간 백북스를 위해 애써주신 강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1년을 1달 같이 그렇게,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 ?
    이병록 2012.01.04 17:42
    독서모임과 강신철 교수님을 잘 떠오르게 하는 시....
  • ?
    송윤호 2012.01.04 17:42
    눈물 났습니다.
    감동입니다.
    감동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정남수 2012.01.04 17:42
    저는 백권산에 홀씨로 날아들어
    뿌리 깊이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가 되겠습니다~ 히~
    김차장님 멋져요~
  • profile
    김홍섭 2012.01.04 17:42
    형님은 진정한 간지남!!!
  • ?
    임석희 2012.01.04 17:42
    강교수님, 박원장님의 우정을 위하여~!! (건배~) ^^*
  • ?
    현영석 2012.01.04 17:42
    사람사는 세상, 책 읽는 사람들이 모인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참 아름다운 만남. 아름다운 생각입니다.

    강신철교수님께는 그간 10년(2002-2011) 백북스 봉사에 대한 안식년을 드려

    첫째, 백북스미국지회 건설
    둘째 사단법인 백븍스 장기발전방안수립 연구를 부탁드리도록 하지요
  • ?
    이병록 2012.01.04 17:42
    쉬로 가시는 분에게 과제를?
  • ?
    안희찬 2012.01.04 17:42
    강신철 교수님 재 충전의 기회, 잘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 ?
    조수윤 2012.01.04 17:42
    소리 없이 내리던는 눈
    함께했던 사람들의 반짝이던 눈
    강교수님을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이루어진 그날

    진한 감동으로 남을 수 있도록 대미를 장식해주셨던
    김차장님의 백북스를 향한 그 마음에 누가되지 않도록
    백권산을 더 푸르고 단단하게 만드는데
    제 미약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큰 과제(???)를 안고 떠나시는 강교수님!!!
    늘 건강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교수님에 대한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들려주셨던 책 이야기...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을게요 ㅎㅎ
  • ?
    강신철 2012.01.04 17:42
    아아 너무도 따뜻한 마음으로 환송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다름이 말투로) 여러분들~ 아름다운 날들이 주욱~ 계속될겁니다.

    지난 주 대형 프로젝트 하나 마무리하고, 오늘 또 하나 컨설팅 보고서 마무리하고 홀가분하게 떠나나 보다 했더니, 현교수님 또 숙제를 내주셨네요. 하여튼 저에게 늘 과제를 떤져(?) 주시는군요. 힘들지만 즐거운 일만 골라서 던져주시니까 거부가 잘 안 됩니다. ㅎㅎ 또 낚였습니다. 근데 한 달만 좀 쉴게요.
  • ?
    남준호 2012.01.04 17:42
    교수님! 그냥 평생노세요
  • ?
    육경화 2012.01.04 17:42
    안식년을 드뎌 떠나시는군요. 해외에 있는 저로서는 왠지 교수님이 더 가까운곳으로 오시는거같아 섭섭하지만은 않네요^^;; 부디 안식년이라는 단어에 맞게 편안하게 재충전하시는 시간들 되시기 맘모읍니다. 그래도 트윗이나 이곳에서 가끔 뵙기를 바랍니다^^
  • ?
    강신철 2012.01.04 17:42
    육경화님 제가 지금 와 있는 곳이 미네소타이니까 캐나다에 접경해 있어요. 지금은 너무 춥고, 5월 경 날 풀리면 캐나다로 여행 갈 예정입니다. 그때 만날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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