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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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정에는 어떤 생존물품이 실려 있을까?

육지에서 늘 사는 실생활에 소용되지 않는 의문이다. 아마 막 일본에서 한국으로 선박항해를 마쳐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타고 가던 선박이 갑자기 침몰한다고 상상해보자.

배가 침몰해서 구명정으로 옮기면 그 안에 실린 생존물품에 목숨이 달려있다. 그런데 궁금증을 해소하려 인터넷을 뒤져봐도 그 생존물품 자료가 그다지 없다.

소설 ‘파이 이야기’에 그 자세한 물품 내역이 나온다. 이 작품은 태평양 망망대해에서 벵골산 호랑이 한 마리와 같이 구명보트에 탄 - 왜 호랑이와 타게 되었느냐면 사연이 복잡하다 - 소년의 생존기이다.

먼저 비스킷 열 여덟개로 구성된 500그램짜리 응급식량이 들어 있다. 비스킷은 밀, 동물성 지방, 포도당 성분이 들어 있다. 이게 32통이니 총 15.5킬로그램이다. 500그램짜리 한 통은 생존자 한 명이 사흘간 버틸 분량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파이가 96일 동안 버틸 음식인 셈이다. 0.5리터 들이 물이 든 깡통이 124개였다. 하루 한 통을 먹으면 124일 간 버틸 수 있다.

파이가 탄 그 구명정에는 방수성냥이 2상자, 물에 뜨는 오렌지색 화염 신호 2개, 화염 수신호 6개, 낙하산 투하식 조명탄 4개, 합성 밧줄, 낚시 도구 2세트, 모직 담요 16장, 플라스틱 양동이 2개, 도끼 2개, 대형 사냥용 나이프 1개, 빗물받이 2개, 신호용 거울 1개 등 수많은 물품이 들어 있다.

파이는 이 물품 중에서 ‘태양용 증류기’와 ‘생존 지침서’ ‘낚시 세트’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태양용 증류기’는 바닷물을 넣으면 증류해서 민물을 뽑아내는 장치인데 12개 세트가 들어 있다. 바닷물이 넘치는 대양에서 ‘태양용 증류기’로 만든 물을 마실 때의 기쁨을 상상해 보자. 소설 ‘파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파이는 227일간 태평양을 표류하다 육지에 닿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구명정에 실린 생존물품과 도구는 결정적이었다. 그 생존물품과 도구가 없었다면 파이는 단 1주일을 버티지 못했으리라.

망망대해에서 조난당했을 때 큰 고충은 등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해안에서 흔히 보는 등대는 백색등과 녹색 등을 깜박이며 육지와 암초를 알려준다. 등대는 밤마다 3천 여회 정도 빛을 발하며 반복해서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그 메시지는 하나지만 강력하다. 그래서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은 그 메시지를 언제 어디서나 읽어내며 안도한다.

바다는 넓다. 윤태근 선장이 2011년 한국인 최초로 요트로 세계일주를 했을 때, 태평양을 39일 동안 건너오면서 배를 몇 척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 넓은 바다에서 어디선가 등대를 본다면 그건 바로 육지가 바로 옆에 있다는 뜻이라. 반복해서 일관되게 믿을 수 있게 등대가 던지는 메시지. 거친 파도와 강풍이 부는 바다에서 표류하는 인간은 그 메시지를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에서 본의 아니게 구명정에 옮겨 탄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구명정의 비상식품과 생존 도구, 그리고 등대의 불빛이 필요하다. 저 불빛을 향해 다가가면 그리운 육지가 나타난다는 믿음. 그 믿음이 구명정에 탄 희망 잃은 사람을 살려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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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윤호 2012.06.12 20:36
    소설 속의 구명정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철학 ^^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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