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복 짱가님의 말들

by 이정원 posted Jan 24, 201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제 강연 중 메모한 것으로 재구성 했습니다.
제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생략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흐름이 끊어지거나  비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한 번에 정리하고 다시 읽어보지도 않고 올립니다. ^^;


2013. 1. 22. 유창복 <나는 마을에서 논다>
- 유창복 님은 마을에서 짱가로 불린다. 아이들도 어른들을 닉네임으로 부른다. 수평적 소통을 구현한 것이다. 초대 어린이집 원장이었던 정병호 교수의 철학이었다. 아이들이 존댓말 쓰지 않는 것.
- 2001년 성미산을 불도저로 밀어버리려는 서울시와 맞서 싸운 것이 2년을 끌었는데, 그 절정은 백골단과 대치했던 3.13 대첩이었다. 가슴을 세 방 맞고 나가 떨어졌는데 그로부터 며칠 후 이명박 시장 면담 작전을 펼쳤다. 지하철 출퇴근 루트를 미리 파악하고 8분 동안 작전을 펼쳐 시민들과 협의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그리고 공청회를 열었는데 이미 수도 시설이 충분하므로 성미산을 허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성미산을 지켜 냈다.
- 공동체 운영은  끝장 토론으로 결정한다. 한 예로 어린이집 식단에 계란을 넣느냐 마느냐로 3일을 토론하고 결국 유기농 계란을 아토피 아이에게 먹여보고 그날 밤 잘 자는 걸 보고서야 유기농 계란을 어린이집 식단에 넣기로 했다.
- 기획자들은 외롭다. 누군가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외롭다. 첫째로 내 뜻을 몰라준다는 마음이 들어 외롭고, 둘째로 자신의 능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서 외로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기획자는 자기 필요에 의해서 시작해야 한다.
- 생협의 획기적 티핑포인트는 반찬가게가 70가구에 반찬을 공급하게 되고 그 식자재를 생협에서 조달하기 시작하면서였다. 배달은 아이들이 하는데 말그대로 알바 창출이다. 그 와중에 난 놈들은 영업을 하였으니 배달비를 흥정하는 아이들이 나오더란다.
- 여자여자여자 클럽은 술 먹는 모임인데 두 가지 규칙이 있다. 신랑 얘기 안 하기, 애들 얘기 안 하기. 규칙을 어기면 1만원 씩 내고 실컷 마신다. 술 깨기 전에 후기 쓰는 것이 미션이었다. 줌마네 대표 이숙정 씨가 멤버였는데, 8명이 500만원 씩 출자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하는 모임이었다.
- 작은나무 카페는 마을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곳이 되었다. 원래는 아토피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이고 싶어서 30만원 짜리 영업용 아이스크림 기계를 들여놓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유기농 과일을 갈아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2천원에 팔았는데 그것으로는 적자여서 커피를 함께 판 것이다. 1천만원 씩 출자하여 가게를 열었는데, 참여한 엄마들은 40대 초중반의 커리어우먼들이었다. 아이들 교육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고 마을 기업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카페는 3년 적자를 보고 문닫을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한 까칠한 엄마가 가게를 확장하라는 의견을 내어 마을에 방을 붙이니, 한 달 새 3300만원이 모였다. 자담 건출회사에서 800만원 어치 용역 출자를 하고 생협에서 500만원 출자하니 그 이후로는 쉽게 출자액이 모였다. 그 까칠한 엄마의 진단이 적중하여 가게를 확장하니 커피 매출이 급증하여 월 250만원에서 월 900만원으로 매출이 뛰었다. 그러자 아빠들은 카페에서 술을 팔자고 운영위원들을 꼬시기 시작했는데, 술 매출이 얼만데 마을 기업에서 술을 팔아야 풀뿌리경제가 사는 길이라고 설득하였다. 결국 저알콜 맥주만, 8시 이후에만 팔기로 하고 작은 병을 홍대 앞과 같은 가격 3천원에 팔았다. 그래도 불티나게 팔렸다. 작은나무 카페는 연 1억 매출을 올리게 된다.
- 기업은 결국 관계와 사연이 바탕이 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시장 논리에 의해서는 금방 쓰러진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기업과 관계를 맺고 기업과 공유하는 사연이 생기면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작은나무 카페는 마을의 광장이라는 공간이었기에 3년 적자를 버텨내고 출자를 늘려 매출을 낼 수 있었다.
- 성미산밥상은 김 요리사의 작품이다. 특허사무소 직원이었던 김 요리사는 요리사 자격증 3개를 연달아 취득하고 제일 먼저 요리 워크샵을 연다. 엄마는 금지, 아빠가 애들을 데리고 와야만 하는 워크샵이다. 엄마들이 제일 좋아했다. 깐소새우 탕수육 주민들 입맛에 맞는 레시피 검증을 그렇게 완료했다. 그렇게 해서 김 요리사가 식당을 열었는데 100여명이 출자했다. 
- 도시의 장점은 모든 재주꾼이 다 있다는 것이다. 농촌의 관계망은 이미 해체되고 있다. 
- 무말랭이 극단은 주민 배우가 극을 올린다. 마을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주인공은 세탁소집 막내아들 유창복 님이었다. 연기가 아니라 삶이었다. 안톤 체홉의 갈매기를 올리기도 했었다.
- 되살림 가게 한땀은 버리는 물건이 아닌, 남이 쓸 수 있는 물건을 내놓도록 했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 통화 두레를 발행하였다. 아이들이 나와서 좌판을 벌이기도 하는 등 되살림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졌다.
- 한땀 두레는 면 생리대로 시작했다. 면 생리대가 대박을 쳐서 생협에 게릴라 납품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비누도 만들고, 저고리도 만들었다. 
- 소행주는 코하우징 건설 업체다. 주민들 분양을 받아서 1대1 면담을 하고 맞춤형 설계를 했다. 2층은 도토리 방과후 교실과 공동 거실로 썼다.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엘리베이터 내리면 바로 신발을 벗게 되어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건물 전체가 집이었다. 세 번째 건물은 땅도 보기 전에 분양을 시작했다. 이른바 역 알박기다.
- 대동계는 1년에 두 번 여행을 갔다. 직계가족까지 무조건 공짜다. 안 가면 손해다. 관광버스 4대 씩 빌려서 여행을 갔다. 관계를 먼저 맺어야 마을에 접속할 수 있다. 3년 살아야 새내기라고 부른다. 새내기는 무조건 대동계에 먼저 집어 넣는다. 
- 가제트 공방은 망했다. 아빠들끼리 해서 망했다. 아빠들이 해서 아직도 남아 있는 건 성미산FC 밖에 없다. 여성 7, 남성 3 정도의 비율이 최적인 것 같다. 병종이 끼면 더욱 재밌다. 
- 카쉐어링은 10년 된 차로 시작했는데, 차가 퍼지면서 그만 두었다. 망했지만 망한 게 아니었다. 나중에 경차 2대를 지원받았다. 활동가들은 성격이 급해서 빨리 일을 저지르고 보지만,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는 법이다.
- 나랏돈은 약일까 독일까. 두 가지 원칙이 있다. 당사자주의와 보충성의 원리.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라는 것이 당사자주의다. 남을 위해서, 혹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70% 정도 채우고 모자라는 것은 나랏돈으로 보충해도 된다. 그것이 보충성의 원리다. 생색은 나라가 내라고 해라. 어쨌든 주인은 우리다.
- 사회적 기업을 시장 논리로 보면 안 된다. 수익이 없어서 접자고 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성미산에서는 어느 기업이나 똔똔이 목표다. 
- 어린이집 구연하는 할아버지를 모셨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있는 걸 보고 꺼려하는 엄마들이 있었다. 그런데 한 아이의 할아버지에게 구연을 부탁했는데 다들 너무 좋아했다. 결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동의 질이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익명의 자본주의 노동시장에서의 고용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이다. 이것이 마을고용이다. 출자와 일꾼, 단골을 모두 갖춘 다음에 출발하는 것이 마을기업이다. 일종의 내부거래가 성사된다. 협동조합적 마을기업은 내부거래가 이루어 져야 하는 구조이고, 소비자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구조로 돌아간다.
- 협동조합적 마을기업에서도 출자하고 세팅하고 나면 주인이 소비자가 된다. 그것도 아주 까치한 소비자가 된다. 변덕스러운 주인의 주인되기가 관건이다. 자신의 흔적이 있고 사연이 있어야 주인이 된다. 물질도 들어가야 자기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은 위기가 있어야 주인되기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위기는 알려야 한다. 운영자 혼자 위기를 감당하고자 하면 소비자들이 소비자로 머무른다. 카세터 차병원이 그래서 망했다. 남자들은 혼자서 잘해보려고 한다. 여자들은 여기저기 알린다. 그 차이다.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