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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법칙 (제 33회차 모임)

by 송윤호 posted Dec 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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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클럽 제 33회차 모임 - 래리 킹 [대화의 법칙]



발제자 : 한남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김홍범 교수



이렇게 의미 있는 모임에 저를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을 선정하긴 했는데 다소 서양문화적인 것에 치우쳐 있고 동양에서 말하는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따로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토론을 하되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화법과 대화에 관한 소견과 정리한 자료를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과연 “말을 잘하는 것” 의미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데 과연 그것의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유창하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동양문화에서는 개념을 조금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양문화에 기초한 말을 잘 하는 것에 대해 제 나름대로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봤습니다.



첫 번째는 “잘 듣는 것” 입니다. 우리가 화법이라고 하며는 말하기와 듣기 두 가지가 있는데 현대인들은 보통 ‘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대화의 제 1규칙은 “경청하라”라고 나와 있듯이, 말을 하기에 앞서서 잘 듣는 훈련을 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인 것 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듣는 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대화는 서로 듣고 말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의 반복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도 그 말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말이 끝나고 나면 내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처럼 듣는 다는 것에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이렇게 성의 없이 듣는 단계, 그저 막연히 듣는 단계, 아주 자세히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단계, 그리고 최종적으로 상대방의 말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 감정 이입이 된 상태로 경청하는 단계가 있습니다. 이 단계를 공감적 경청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듣는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화의 방법인 것입니다. 제가 한남대에서 교양과목으로 ‘대화의 이론과 실제’라는 과목을 강의하면서 개강 첫 주에 학생들에게 잘 듣는 것을 강조를 하고 그에 대한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난 후 학생들은 듣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상대방이 말할 때 가로채고, 끊고 자신과 의견이 틀리면 듣지 않는 등의 습관이 길들여져 아주 어렵다는 반응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듣기를 방해하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것에 대한 훈련방법을 찾아야 겠죠.

듣기가 잘 안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잡음(물리적,정신적 잡음)과 자기 중심적 사고 입니다. 한 마디로 듣기가 잘 안되는 이유는 자기 자신한테 있다는 겁니다. 자기 중심적 사고는 결국 타인에 대한 선입견으로 발전이 되는 것인데, 이는 보통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말안해도 안다.”라는 식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상대방 말을 예단하는 행동을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또한 자기 방어적 성향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화를 하면서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소재라던가 하는 자기 방어적 성향이 개입되기 때문에 경청을 막게 됩니다. 특히 업무적인 대화가 아닌 일반적인 대화에서도 예를 들어 직장 상사와 하급 직원이 대화를 하는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면 그러한 성향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리더가 있기 마련인데, 훌륭한 리더는 바로 조직원들의 말을 잘 듣는, 경청하는 리더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한 마디로 ‘잘 듣는 것’ 자체가 적극적인 리더십의 한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행동을 잘 실천하기(言行一致)”라고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말이 행동보다 넘치는 것은 잘 못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양 가치의 기본적인 생각은 넘치는 것 보다는 약간 모자라는 것이 낫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허언이 되는 것입니다. 공자는 덕을 갖춘자의 말은 도가 있지만 그렇다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덕을 갖추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을 했습니다. 말만 가지고 상대방을 상대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사기꾼이 되는 것입니다. “말을 할때는 근심해야 하고 행동할때는 민첩해야 한다”는 공자의 말은 화법의 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자기를 잘 드러낼 것”입니다. 대화는 기교 보다는 자신의 마음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의 자아관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대화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지 입을 통해 나오는 말만 가지고 대화의 능력이 길러졌다고 보기엔 많은 부분 부족합니다. 개그맨 신동엽이 텔레비전 상에 나와서 말을 할 때 전국민의 웃음을 자아 내는 것은 솔직함때문입니다. 자신을 꾸미기 보다는 망가진다 하더라도 솔직히 말하는 그의 말과 행동에 시청자들도 스스럼 없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할 때 꼭 그 사람의 유창한 말 자체보다는 그 말 안에 담겨져 있는 그 사람의 인격이나 솔직함을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으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잘 드러내고 인격을 수양하는 것이 진실된 대화의 법칙입니다. 솔직한 것이 최선이고 섣부른 거짓말이나 자신을 숨기는 말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아무리 말과 행동을 잘 해도 자신을 감추게 되면 그 인간관계는 실패하게 됩니다. 열린 자아를 갖고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네 번째는 “상대방을 잘 배려할 것”이라고 제목을 붙여 봤습니다. 이는 ‘무패의 원리’를 잘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대적인 대화에서 승리를 욕구합니다. 은근히 말로 상대방을 이기는 것을 바라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승리한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은 패배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대화는 무패의 원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즉 승자도 패자도 없는 대화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패한 쪽은 체면이 손상이 됩니다.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것은 대화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승리의 기쁨은 한 순간이지만 체면의 손상은 그 인간관계의 근본을 흔들게 됩니다. 상대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는 정중어법을 구사해야 합니다. 첫 번째 규칙으로 말했던 “잘 듣는 것” 또한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네 번째 규칙과도 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화에 있어서도 협동의 원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탁구 경기를 할 때 (말을 주고 받을 때) 서로 상대방이 치기 좋게 공을 잘 띄어 주는 것이 랠리가 오래 가듯이 서로를 배려해 가면서 대화를 한다면 대화도 풍족해지고 인간관계도 돈독해질 것 입니다. 대화에서 가장 어리석은 행동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아픈 곳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또한 대화는 상대성을 띠는 행동이므로 혼자 말을 하는 등의 대화의 독점 현상을 멀리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함이고,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말 뿐만 아니라 말과 일치된 행동을 해야 합니다. 또 마음을 얻기 위해선 상대방의 믿음을 이끌어 내야 하므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내 보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를 해야 할 것입니다. 즉, 위 네 가지를 유기적으로 잘 어울리게 하여 화법을 구사한다면 성공적인 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