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

by 김수호 posted Nov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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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韓道] 김수호[金秀鎬]의 하루- 파랑새


이른 아침에 사무실로 걸어 나오면서 시내 고층빌딩 옆으로  밝은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 늦은 가을 아침에 어디선가 대형 유리에서 반사되어 나왔을 파란 빛을 보았다. 따뜻함은 좋았지만 스치듯 지나갔을 그 빛을 다시 찾을 수는 없었다. 정열의 빨간색이나 푸르름의 녹색도 좋아하지만 오늘 놓친 것은 그 동안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스쳐간 파란색이었다. 출근 길 사람들 사이로 이리저리 모이를 찾는 비둘기 한 두 마리에 파란색의 잔영때문에 진정 가고자 하는 나의 길에서 거의 보지 못한 파랑새라도 만난 듯한 착각이 한참을 떠나지 않았다. 흔하지 않아 자주 볼 수 없는 한국에서 파랑새는 꿈으로 희망으로 자주 표현된다. 인도나 일본 등지에 살고 선명한 청록색에 날개짓할 때에는 흰색으로 보이지만 날개깃 중앙에 코발트색 무늬를 가진 파랑새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여름새다. 며칠 전 먹을 건 며칠을 굶어도 책은 사봐야 된다며 한 방 가득 작은 도서관처럼 꾸미고 계셨고 4개 국어를 한다던 시골 노인께는 얼마전 통화하고 지낼 수 있는 다시 만난 여동창생과의 사랑이 작지만 파랑새일테고, 같은 날 적은 관객 앞에서도 온 힘을 다해 공연하던 뮤지컬 여배우에게는 주연배우가 큰 파랑새일테고, 어제 첫 월급날이라고 한 턱을 내며 모처럼 희색이 만연하던 부동산 영업을 하는 친구에게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조금 큰 돈이 파랑새일테다. 녹록하지 않는 세상살이에 직장을 그만 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으며 긴 장미 담배를 물고 있을 시인 후배에게도, 뜻하지 않게 잠깐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내가 모르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음을 어떻게든 꼭 들려주고 싶다.

 

 

 

 

한도(韓道) 김수호(金秀鎬) planning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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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