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백북스

조회 수 28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제비 한 그릇

한동안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그 틈에 국내산 밀로 만든 패스트푸드가 비싼 가격에도 웰빙 바람을 타고 잘 팔리고 있다고 한다. 밀가루로 만든 대표적인 우리나라 음식인 수제비를 큰 재래시장 인도와 차도에 야외용 테이블 몇 개 뿐인 이름 없는 노점에서 앉을 자리를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 틈에 끼어 한 그릇 먹었다. 큰 맛이야 없을 수도 있지만 한 그릇에 2,000원 밖에 안하니 손님 대박이다. 오른쪽 노점은 모자가, 왼쪽 노점은 세자매가 주인이다. 오른 쪽 아줌마는 만들어 내고 아들은 서빙에다 설겆이를 하다가 가벼운 화상을 입었는지 내내 얼굴이 굳어 있고 아닌 척 자꾸 안타까운 듯 쳐다보는 아줌마는 얼굴에 땀이 고여 있다. 왼쪽 맏언니는 큰 냄비 두 개에 이리 저리 만들어 내고 둘째와 셋째는 테이블 청소며 풋고추와 된장 리필에다가 가까운 이웃 점포의 배달까지 하느라  참 바쁘다. 하여간 단골도 많다. 운전에 지쳤을 택시기사는 편히도 들고 시설공단 도로주차료 500원을 주고 간다. 아무래도 택시 사납금 맞추려면 고될 테고 하니 가볍게 요기도 하고 참 괜찮아 보인다. 15년 정도된 노점에서 새벽 3시 30분에 나와 저녁 7시까지 장사를 하니 15시간의 고된 노동이다. 더군다나 뜨거운 불옆에서 요리를 하니 여름에는 고역이다. 빨간 바구니에 천원짜리가 수북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줌마,  밀가루값도 올랐는데 이래 받아서 안남지, 참'이라고 어떤 손님은 마음에 없을 듯한 대꾸도 한다. 저렴하게 요기해서 좋으나 남기는 남는지 주인은 '많이만 팔리면 남아요' 라고 웃어 준다. 1,000원이 남는다면 50그릇이면 5만원을 벌고 100그릇이면 10만원이다. 아무래도 왼쪽 세자매는 더 많이 팔아야 할텐데 그래도 장사 안돼 고민하는 것 보다는 나은 일이라지만 큰 돈 장만까지 그들의 희망을 밑천삼아 그렇게들 장사할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안에서는 풍족함은 뒤로 하고라도 작은 불빛 하나가 보여 어느 정도 길이가 예측된다면 조금 덜 힘들텐데, 작으나마 희미하게라도 희망을 주는 일이 급하다. 새벽에 일찍 나와서 힘들게 일하는 만큼 마음까지 힘들지 않도록 하는 일이 민생이다. 경제 상황도 좋아지고 장사도 더 잘되고 서민 지원 정책도 다양해지고 하는 그런 희망을 꼭 붙잡고 살아가야 한다. 



한도(韓道) 김수호(金秀鎬) planningtong@hanmail.net
Copyrights ⓒ 2006~ 한신본[한반도중심신세계추진본부]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9년 8월 3일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 백북스삼행시 2 최경희 2009.07.05 2493
67 두번째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6 홍종연 2009.07.07 2418
66 RNA 타이 클럽과 술 마시는 과학자들, 그리고 통섭 2 이형래 2009.07.10 2878
65 대구백북스 세미나 일정 9 이형래 2009.07.14 2460
64 3회 대구 백북스 정기 세미나 공지 5 홍종연 2009.07.15 2440
63 자료 혁명의 분자 RNA는 우리의 상상력을 벗어나 있는 존재 1 이형래 2009.07.23 2831
62 자료 이번 일식, 중력 이상 관측 최적 기회 금세기 최장 개기일식이 특별한 이유 1 이형래 2009.07.23 2874
61 후기 소 한 마리 3 김수호 2009.07.25 3312
60 제3회 대구백북스 후기~~ 5 홍종연 2009.07.27 2667
59 자료 한국 핵융합장치 관련 기술 세계적으로 인정 1 이형래 2009.08.06 2905
58 자료 지하철에서 신문을 편하게 읽는 "신문클립" 1 이형래 2009.08.06 2901
57 꿈(그아련한기억속으로의여행) 3 표구철 2009.08.13 2243
56 설치미술 2 표구철 2009.08.14 2304
55 공지 제4회 대구백북스 정기세미나 공지 2 이효주 2009.08.16 3067
54 희망과 꿈의 메세지를 1 신동국 2009.08.20 2346
» 자료 D100B-4[20090821] 마치며, 다 같이 힘냅시다! 김수호 2009.08.24 2861
52 자료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이형래 2009.08.31 2903
51 자료 염색채의 방랑자 집시, 집의 춤 플라멩고 파이RNA 이형래 2009.09.04 2935
50 공지 제5회 대구백북스 정기세미나 2 이형래 2009.09.16 3016
49 자료 초심(初心) 1 김수호 2009.09.17 3045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