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소 한 마리

by 김수호 posted Jul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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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오일장이 열리면 7리 고갯길을 걸어 우시장에 가곤 했다. 여느 시골처럼 경북 북부 산간 벽지에서 대지주였던 빈농(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작고하신 아버지를 따라 오일장을 가면 뭉칫돈이 오고 가던 우시장이 가장 재미있었다. 정들었던 황소 한 마리를 팔아 넘기고 50만원을 손에 쥔 아버지는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에 즐거워 하셨고  함께 먹었던 장터국밥은 부자지간의 즐거운 외식이었다. 술 좋아하시고 놀기 좋아하시고 기세등등하시던 늘 자유롭고 배짱 좋으시던 아버지는 유독 이 아들 말이라면 그래도 잘 들으셨는데 유한한 인생의 이별이 못내 그립고 아쉬울 뿐이다. 소 한 마리 가격에 이래저래 흥정도 하시고 고함도 지르시고 못이기는 듯 황소 한 마리를 주고 받은 그 돈은 풋고추 팔러 40리 길을 지게지고 가서 판 돈에 비하면 참 괜찮은 농가 소득이었다. 그 돈으로 자식들 학비도 대주었는데 4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은 숫소가 한 400만원, 암소가 한 500만원 정도 하는데 약 10배의 가격 차이를 낸다. 우리나라 소, 한우의 가격 얘기 뒤에는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와서  한참을 잊고 지냈던 아버지와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다. 그런 추억만으로도 조금 더 나은 인생가치를 위한 우리네 인생살이에 큰 마음의 힘이 될 것이다. 어제 소 한 마리 얘기에 특별히 공감해준 어느 여사님도 지금보다는 나은 행복한 생활이 함께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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