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백북스

후기
2009.07.25 20:16

소 한 마리

조회 수 3312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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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다. 오일장이 열리면 7리 고갯길을 걸어 우시장에 가곤 했다. 여느 시골처럼 경북 북부 산간 벽지에서 대지주였던 빈농(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작고하신 아버지를 따라 오일장을 가면 뭉칫돈이 오고 가던 우시장이 가장 재미있었다. 정들었던 황소 한 마리를 팔아 넘기고 50만원을 손에 쥔 아버지는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에 즐거워 하셨고  함께 먹었던 장터국밥은 부자지간의 즐거운 외식이었다. 술 좋아하시고 놀기 좋아하시고 기세등등하시던 늘 자유롭고 배짱 좋으시던 아버지는 유독 이 아들 말이라면 그래도 잘 들으셨는데 유한한 인생의 이별이 못내 그립고 아쉬울 뿐이다. 소 한 마리 가격에 이래저래 흥정도 하시고 고함도 지르시고 못이기는 듯 황소 한 마리를 주고 받은 그 돈은 풋고추 팔러 40리 길을 지게지고 가서 판 돈에 비하면 참 괜찮은 농가 소득이었다. 그 돈으로 자식들 학비도 대주었는데 40여년 세월이 흐른 지금은 숫소가 한 400만원, 암소가 한 500만원 정도 하는데 약 10배의 가격 차이를 낸다. 우리나라 소, 한우의 가격 얘기 뒤에는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와서  한참을 잊고 지냈던 아버지와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더 크다. 그런 추억만으로도 조금 더 나은 인생가치를 위한 우리네 인생살이에 큰 마음의 힘이 될 것이다. 어제 소 한 마리 얘기에 특별히 공감해준 어느 여사님도 지금보다는 나은 행복한 생활이 함께 했으면 한다.
[Copyright ⓒ Since 2009, HNH한신본, 한도 김수호[韓道 金秀鎬]의 하루.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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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희 2009.07.25 20:16
    사람이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정말 그런가봅니다.
    넌센스 퀴즈 문제로 소 한마리가 나오더니만,아련한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내달리는 것같습니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진 않았지만 고향과 유년의 화제가 등장되면 가슴속에 묻혀진 그리운
    풍습들이 어쩔줄 모르게 흥분의 도가니가 되는게 아마도 나의 DNA가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고향의 어디에서 뇌를 자극하게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되짚어지는 추억들이 있어 그나마 행복하고 소팔아 학비 마련해준
    아버지의 지성으로 여기까지 왔을것이며 앞으로도 그 힘으로 우리 모두모두
    같이 발전하고 같이 행복합시다.
    향수를 느끼게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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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록 2009.07.25 20:16
    그 당시 시골에서는
    소가 유일한 목돈이었고 비상금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족이었던 같습니다.
    여름에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네 당산 밑에서 한 잠을 자고나서는
    소와 함께 뒷산에 가서
    소는 적당한 나무에 묶어 풀을 뜯게하고는
    얘들끼리 신나게 뛰어놀다가
    어두워지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도, 소들도 자연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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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연 2009.07.25 20:16
    뜬금없이 소 한마리 얘기를 꺼내시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뒤에는 이런 생각들을 품어 안고 계셨군요..
    김수호님 덕분에 즐겁고 활기찬 모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다음에도 잘 부탁드릴게요~~(^^)(__)
    표현하지 않아도 감사한 마음 가득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리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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