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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시도하는 전통학문의 재구성


 비난과 찬사 엇갈린 클림트의 철학, 법학, 의학 2010년 01월 19일(화)






명화산책 구스타프 클림트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일찌기 오스트리아 화단의 기대를 받은 화가이다. 그는 시대적 흐름을 무시한 제도권에 불만을 느껴 뜻을 같이 한 젊은 화가들과 함께 <빈 분리파>를 결성했다. 빈 분리파는 ‘각 시대에는 각 시대의 예술을, 예술가에게는 자유를’이라는 모토 아래 세 가지 주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세가지는 ①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의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것, ②최고의 외국 미술가들의 작품을 빈으로 들여오는 것, ③독자적인 잡지를 발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겠다는 <빈 분리파>의 결성 목적대로 클림트는 오스트리아 미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

빈 분리파 회장으로 선출된 클림트가 아카데미 회화 방식을 거부하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쳐 보임으로서 당시 물의를 일으켰던 작품이 빈 대학 대강당의 천장화 <철학>, <법학> <의학>이다.

자신만의 방식 고집한 <철학>, 맹렬한 비난에 시달리다

빈 대학은 전통적인 학과인 <철학>, <법학>, <의학>의 그림을 클림트에게 의뢰한다. 클림트는 대학의 방침대로 이성의 위대함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내용을 구상했지만, <철학>이 제7회 분리파 전시회에서 대중들에게 공개가 됐을 때 엄청난 비난에 받기에 이른다. 대중들은 위대한 철학자에 대한 찬양을 그림에 기대했기 때문이다.

클림트는 이 작품에서 관례적이고 서술적인 표현방식에서 벗어나는 파격을 보였다. 그는 대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철학을 전통적인 상징으로 표현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 <철학>-1899--1907년, 캔버스에 유채, 430*300, 1945년 임멘도르프 성에서 소실 

무한한 공간을 배경으로 몽환적이면서 사색하는 인물의 두상이 나타나 있다. 왼쪽의 벌거벗은 여인들은 기둥을 이루고 있으며, 화면 하단의 여인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에서 하단의 여성은 지식을 상장하며 우주 공간의 배경은 지식의 혼돈 속에서도 해답을 찾는 철학적 정신을 나타낸다.

하지만 <철학>은 벌거벗은 여인 때문에 발표가 되자마자 빈 대학 교수들이 맹렬하게 비난하기 시작한다. 진리의 상징인 학교와 학문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87명의 빈 대학 교수들은 반대 성명을 내면서 교육부에 작품 의뢰를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제출한다. 또한 이 작품은 빈 대학 교수뿐만 아니라 당시 빈 지식인들과 종교계에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켜 대중들에게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빈 지식인들 사이에 비난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제 4회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작품에 대한 논란 속에서 교육부장관 리터 폴 하르텔 박사는 클림트는 지지한다. 클림트는 논쟁의 와중에 <의학>을 발표한다.

<의학>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 강조

<의학>은 <철학> 맞은 편 천장에 위치하기로 되어 있어 구성은 비슷하지만 좌우는 반전이 되어있다.







▲ <의학>-1907년, 캔버스에 유채, 430*300, 1945년 임멘도르프 성에서 소실 

화면 오른쪽 <철학>과 마찬가지로 벌거벗은 여인들로 기둥을 이루고 있으며 왼쪽의 여성은 혼자 서 있다. 여성들은 삶을 상징하고 있으며 사이에 있는 해골은 죽음을 상징한다.

화면 중앙 하단에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은 팔에 뱀을 감고 손으로 물을 담은 컵을 들고 있다. 여성은 건강의 여신 히게이아를 상징하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히게이아는 최초의 의사인 아스클레피오스의 딸이다. 히게이아는 전통적으로 뱀을 든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클림트는 의학의 목적인 질병 예방과 치료를 생략하고 인간의 삶과 죽음을 강조했다. 이 작품 역시 <철학>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막지 못하는 의학의 무력함을 표현해 의사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법의 정의보다 응징을 표현한 <법학>

마지막 작품 <법학> 역시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법학>-1907년, 캔버스에 유채, 430*300, 1945년 임멘도르프 성에서 소실 

장식적인 배경 앞에 있는 세 여성이 노인을 바라보고 있고 노인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다. 노인을 고문하고 있는 세 여성은 진실, 정의 법을 상징하고 있으며 노인은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다. 노인을 감싸고 있는 문어처럼 생긴 동물은 처형자를 상징한다.

법의 정의보다는 응징을 표현한 이 작품은 <철학> <의학>과 같이 상징하는 것은 같으나 양식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이 작품들은 교육부 장관의 지지를 받아 완성됐지만 비난 여론 때문에 원래의 목적대로 빈 대학 강당을 장식하지는 못했다. 클림트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개최되는 국제 박람회에 이 세 작품을 전시하고자 했으나 국제적인 논란에 휩싸일 것을 두려워한 주최측에 의해 거절당한다.

계속되는 비난에 클림트는 “이제 나는 내 뜻대로 할 것이다. 나는 벗어나고 싶다. 내 작업을 방해하는 모든 기분 나쁜 허접 쓰레기들을 다 몰아내고 다시 자유를 얻고 싶다. 나는 국가의 어떠한 지원도 거부한다. 더 이상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적 자유를 제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단언하면서 학부 회화를 더 이상 그리지 않는다고 결정한다. 그리고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그 작품들을 회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많은 비난을 받았던 이 작품들은 클림트 예술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여론의 비난에 당혹감을 느낀 클림트는 이탈리아 여행 중에 접한 비잔틴 예술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회화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파격적인 표현을 시도하게 된다.

클림트(1862~1918)의 이 세 작품은 1943년 빈 시장이 기획한 클림트 탄생 80주년을 마지막으로 공개됐으며, 2차 세계 대전 때 유대인 배척 정책에 따라 오스트리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이후 작품의 안전을 위해 임멘도르프 성으로 옮겨졌으나 나치 친위대가 퇴각하면서 성을 불태웠다. 그 불로 이 작품을 비롯한 클림트의 다른 13점의 작품도 함께 소실되었다.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0.0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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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준 2010.01.20 03:26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소개해주셔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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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향 2010.01.20 03:26
    그림에 문외한인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림만 바라 봤을 때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설명을 읽어 가며 다시 보니 클림프의 철학, 의학, 법학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네요.
    저도 science times에 자주 들어가서 다른 기사들을 읽는데 이번 기회로 그림도 자주 찾아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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