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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06:01

내가 읽는 <군주론>

조회 수 2395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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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11장 : 다양한 군주국의 종류에 대하여
12장-14장 : 군대에 대하여
15장 -23장 : 군주의 행동에 대하여
24장-26장 : 운명 등 기타



우리가 마키아벨리즘이라고 부를만한 근거를 제공하는 장은 바로 15장-23장에 해당한다. 흔히 말하는 처세술의 원조격이고, 또한 악의 교사라 하여 교황청의 금서가 된 원인도 이 부분에 근거할 것이다.


각 장의 제목을 살펴보자


15장 군주가 칭송받거나 비난받는 일들
16장 관후함과 인색함
17장 잔인함과 인자함, 그리고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과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것 중 어느 편이 더 나은가
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19장 경멸과 미움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가
20장 요새 구축 등 군주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많은 일들은 과연 유용한가 아니면 유해한다
21장 군주는 명성을 얻기 위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22장 군주의 측근 신하들
23장 아첨꾼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보다시피 구체적인 군주의 행동 강령이지만 그것은 도덕적인 당위와는 거리가 멀다.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것을 행하지 않고, 마땅히 행복해야 할 것을 행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잃기가 십상입니다”


따라서 “군주는 상황의 필요에 따라서 선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라고 비도덕성, 혹은 초도덕성을 세상에 떳떳히 천명하고 있다. 나아가 ‘악덕으로 인해서 악명을 떨치는 것도 개의치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도덕주의자와 종교주의자들이 볼 때 악의 교사로 불리울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군주 개인의 권력을 위한 간교한 꾀와 얄팍한 처세술에 불과한 것일까?



마키아벨리에게는 국가에 2가지 계급이 있다. 귀족계급과 인민계급이다. 군주는 이 두 대립집단에 대하여 적절한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 귀족은 소수이나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인민을 괴롭히고 수탈한다. 그러므로 군주가 귀족의 편이 아닌 인민의 편에 서야만 그 균형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군주론>에서 군주의 행동은 철저히 이 관점으로 일관되어 있다.



16장 “관후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단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이익을 주기 때문에 다수의 불만의 징조를 느끼게 된다”


즉 인심 좋다는 평판을 듣기 위해서 다수 인민의 재산을 취하여 소수의 귀족에게 헤프게 베풀지 말고 차라리 인색 하라는 것이다.



17장 “잔인하다는 비난을 받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너무 자비롭기 때문에 무질서를 방치해서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거나 약탈 당하게 하는 군주보다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씬 더 자비로운 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키피오 예를 들고 있다. 스키피오가 임명한 지방 장관에 의해서 주민들이 약탈당했을 때 그는 너무 자비로워서 그 지방장관을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비는 유해하다고 딱 잘라 말한다. 요는 인민을 약탈하는 귀족에게 절대 자비로우면 안된다는 것이다.



18장은 특히 술책이 진실을 이긴다고 강변하고 있으며 짐승의 방법, 즉 여우와 사자의 방법을 모방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할 때 그리고 약속을 맺은 이유가 소멸되었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또 지켜서도 안됩니다. .... 인간이란 사악하고 당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 자신이 그들과 맺은 약속에 구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군주와 약속을 맺은 자는 누구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군주에게 약속을 하기도, 약속을 받기도, 또한 상황에 따라 배신하기도 하는 이들은 귀족들이다. 귀족의 속성이 그러하니 그런 귀족과의 약속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9장. “대다수의 사람들은 재산과 명예를 빼앗기지 않으면, 만족해서 살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군주는 야심 있는 소수를 잘 다루기만 하면 되는데,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야심 있는 소수, 귀족이 아니고 누구겠는가.



“질서가 잡힌 국가와 현명한 군주는 귀족들이 분노하지 않도록 또 인민이 만족하도록 항상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왔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모든 군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귀족과 인민 간의 대립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귀족들의 야심과 거만함에 제갈을 물리는 장치로 고등법원의 예를 들고 있다. 프랑스 왕은 인민이 귀족을 두려워하고 미워한다는 점을 알고 그들을 보호하려 하였고,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을 내세워 귀족들을 견제하고 인민을 보호하였다. 이는 매우 신중하고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로마황제의 사례를 들고 있다. 로마는 귀족과 인민의 대립 뿐만 아니라 군인이라는 집단이 하나 더 존재했다. 이들 계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웠으므로 로마 황제들은 인민보다는 더욱 강력한 군인들의 비위를 맞추게 되었다. 그 당시의 상황으로는 인민들보다 군인들이 더욱 강력한 세력이었으므로 군인들을 만족시킬 필요가 많았으나 오늘날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수의 미움이나 경멸을 받는 것만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오늘날의 그 다수는 인민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말은 “군주가 음모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책들 중 하나는 인민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20장. 인민이 군주의 편임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인민들의 무장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신이 그들을 무장시킬 때, 그들의 무기는 실상 당신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후렴구-“군주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요새는 인민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군주와 인민은 한 편이 되어야 한다.



21장. 군주는 “시민이 안심하고 상업, 농업 및 기타 분야에서 통상적인 생업에 종사하도록 권장해야 하며..."



22장. 대신의 선임에 대하여 “군주는 대신으로 하여금 그 자신이 오직 군주에게만 의존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고, 이미 얻은 많은 명예와 재부로 인해서 더 많은 명예와 재부를 원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신이 맡은 많은 관직들을 잃을까 염려하여 변화를 두려워 하도록 대우해야만 합니다.”


더 많은 명예와 부를 원하는 자, 누구보다 견제해야 하는 집단이 귀족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3장. “인간이란 어떤 필연에 의해서 선한 행동을 강요받지 않는 한, 군주에게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좋은 조언이란 어느 누구가 하든 상관없이 근본적으로 군주의 지혜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군주의 지혜가 적절한 조언에서 비롯될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군주에게 조언을 하는 자도, 악행을 하는 자도 다 귀족이다. 조언이든 악행이든 행동의 동기는 귀족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에 근거할 뿐이다. 좋은 조언을 받았다 해서 귀족에게 감탄하거나 내 편으로 삼아 믿고 의지하면 안된다. 좋은 조언을 받아내는 것은 군주의 능력일 뿐이다.



이렇듯 마키아벨리는 시종일관 귀족들에 대한 견제를 종용하고 있다.
그러나 군주의 행동은 단순히 군주 개인적 차원의 권력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요는 주변 강대국에 치여서 누더기 처럼 비참해진 이탈리아를 통일하여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여차하면 군주까지 갈아치울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잡은 소수의 귀족과, 힘없이 수탈당하나 다수를 이루고 있는 인민 사이에서 군주는 과연 어느 편에 서야 유리한가. 그는 단연코 인민의 편에서야 함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군주의 권력은 보장 받지 못할 것이라고 - 쪽박 차기 십상이라고- 사실 은근하고도 집요하게 협박하고 있는 셈이다. 첫 장과 마지막 장에서 메디치가에 한없는 아부를 바치고 있지만 말이다.


부와 권력을 쥐고 있는,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 밖에 챙길 줄 모르는 귀족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권모술수를 뛰어 넘는 더 큰 술책들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는 쿨하고 모던하게 말한다.


능숙하게 기만하고 위장해. 여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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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혜정 2009.04.23 06:01
    저도 군주론 독후감 써서 올리려고 했는데 연구 수업때문에 계속 정신이 없었거든요...주말내에 올려야겠네요...잘 읽었습니다 ^^
  • ?
    김원기 2009.04.23 06:01
    <군주론>을 읽고 나면 우리가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마치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요 ^^; 좋은 독후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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