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백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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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가 끝나고 강사인 문소영 기자에게 슬쩍 한 마디 던졌다. “문기자, 강의 연습 더 해야겠어요?” “아, 예, 제가 첫 강의라서요.” 


  그렇구나. 첫 강의였다. 강의가 우와좌왕하면서 산으로 가다, 급히 돌려 방향을 잡는 경험. 눈앞의 청중이 까마득하게 보이고, 한 번 이야기가 삐끗하면 준비한 순서가 헝클리고,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모든 첫 경험은 어렵다. 


  첫 강의, 조금 헤매도 좋다. 문소영 기자는 훌륭하다. 과감하게 한중일의 근대 문화와 경제력을 비교한 ‘못난 조선’을 쓴 것부터가 대단하다. 더우기 두 번째 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기자들은 책을 잘 쓰지 않는다. 그 많은 경험과 암묵지는 술집에서 개인 경험담으로 소비될 뿐이다. 왜 그럴까? 한국에서 기자, 특히 조중동을 비롯한 중앙지와 방송 기자는 아쉬울 게 없는 특권층이다. 


  정치부 기자는 출입처에서 정치인에게  밥을 늘 얻어먹는다. 경제부와 산업부 기자는 그야말로 등 따시다. 수많은 회사가 정기적으로 기자를 접대한다. 문화부 기자도 출판사부터 시작해서 접대 받는 곳 많다. 점심과 저녁 시간은 늘 약속으로 차 있다. 뭐 하려 골머리를 싸고 책을 쓰겠는가?




  언론사는 기자들에게 책 쓸 시간이나 안식휴가를 주지 않는다. 기자들도 매일 쓰는 고작 8매 가량 글에서 만족한다. 책도 잘 읽지 않는 기자들은 폭탄주에는 무척 강하다. 그래서 또릿또릿하게 입사한 기자들 콘텐츠는 날로 떨어져 기사 질이 별로다.




  책 제목이 ‘못난 조선’이다. 부제가 16~18세기 조선과 일본 비교다. 책의 요지는 간단하다. 일본이 한국보다 문화와 경제 모든 면에서 나았다는 것이다. 책은 한국이 자랑하는 도자기 비판에서 시작한다. 코발트를 수입하지 못해 만든 조선백자와 17세기 세계 유색자기를 선도한 일본자기, 일본 판화와 조선과 일본의 16~17세기 해외교역과 해외 문물 교류를 파헤친다.




  사실 너무 당연해 책으로까지 써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책까지 써서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강사가 자신이 대학 교수가 될 것도 아니고 대학에서 역사 강의를 할 것도 아니기에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할 정도다. 


 


  한국인은 한국문화가 뛰어나고 한국이 일본보다 우월하다는 신념을 어릴 때부터 교육받는다. 그러나 한 나라의 왕비인 민비가 궁궐에서 살해당할 지경에 처한 나라는 못난 조선이 아니라 이미 망한, 망해버려야 마땅한 조선이 아니었을까? 조선 말기에 망국으로 몰고 간 지배층은 철면피하고 아둔하고 사악하기까지 하다. 




  한국인은 일본 문화와 경제, 역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으면서도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본서기와 고사기, 8세기 말에 일본 노래 4,516수를 기록한 만엽집(신라와 고려 시대 가요가 몇 개나 남아 있는가?) 11세기 쓰인 10권이나 되는 장편소설인 겐지 이야기, 그리고 일본 근현대사에 감감하다. 소설 대망을 읽고 일본 근대사를 다 안 것처럼 인용하기도 한다. 




  책은 그런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강의 요점도 그랬다. 그런 비판과 학습을 통해 현대 한국이 나갈 길을 돌아보는 것, 2011년을 살아가는 지식인과 기자들의 덕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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