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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8 20:50

가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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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143
저자 문태준
출판사 문학과 지성
발표자 문태준 시인
일자 2008-06-10
장소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소개










『맨발』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문태준 시집. 미당문학상 수상작 '누가 울고 간다'와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그맘때에는' 등 총 67편의 시가 실려 있다.


표제작 '가재미'는 2005년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문예지에 실린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된 바 있다.


================

문인들은 문태준(文泰俊·35) 시인의 ‘가재미’를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시 중 가장 좋은 시로 뽑았다.


선정작업은 도서출판 작가(대표 손정순)가 이시영 문정희 최동호 정일근 안도현 등 시인·평론가 120명을 대상으로 했다.


문 시인은 지난해에도 시 ‘맨발’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





















 

우리 시대의 서정시를 쓰는 이,

 

문태준 시인

 

“사람은 쓸쓸할 수밖에 없다. 슬픈 사람인 거다.”


임보연 기자 limby@inewspeople.co.kr



 

헤어졌다 만났다 다시 헤어졌다.

손 놓고 맞잡는 사이 손마디가 굵어졌다.

그것을 오늘은 본다. 울퉁불퉁한 뼈 같은 시여.

네가 내 손을 잡아주었구나.

(-문태준「가재미」, 시인의 말 중에서)


 

시인에게 시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이리라.

시가 없으면 시인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는 질기고도 슬프다.

 

모진 목숨과도 같고 그것 자체가

인생을 담고 있기 때문에

슬플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초여름 저녁의 어스름한 공기를 떠올렸다. <가재미>라는 제목의 시집을 읽으며 초여름 저녁의 어스름한 공기를 떠올렸다. 뜨뜻미지근한 여름밤의 공기가 훅하고 가슴 속을 파고드는 순간 모든 것들의 존재가 시야를 파고들게 만드는 여름공기를 닮아있었다. 달콤한 여름 밤공기의 향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듯이 그의 시는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문태준 시인을 만나야했다. 오랜만에 가슴을 뛰게 만든 시를 쓴 시인을 만나야했다.


그의 시는 결코 인생이 아름답다거나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있음에 대하여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떠나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았다. 울음을 삭히듯 마음에 말을 남기고 시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어떤 존재도 소홀하게 대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섬세함이 있다.


‘내가 당신에게서 돌아설 때가 있었으니/ 무논에 들어가 걸음을 옮기며 되돌아보니 내 발자국 뗀 자리에 몸을 부풀렸던 흙물이 느리고 느리게 수많은 어깨를 들썩이며 가라앉으며 아, 그리하여 다시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이 무거운 속도는, 글썽임은 서로에게 사무친다고 할 수밖에 없다(-「내가 돌아설 때」전문)

드디어 문태준 시인과 마주앉았다














   
▲ 나를 나로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나 아닌 것들로 설명을 할수밖에 없다. 내가 내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나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다른 것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드디어 문태준 시인과 마주앉았다. 예상했던 생김새와 목소리로 기자를 맞는 시인의 모습이 어딘가 낯익고 반가운 기분마저 들게 한다. 문 시인의 첫인상은 그의 시처럼 고요하고도 적막했으며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친근함이 있었다. 그와 마주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취재수첩과 연필을 꺼낸다. 인터뷰 내용을 연필로 기록하는 기자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오랜만에 연필 쓰는 사람을 봤다면서. 가끔 글이 풀리지 않을 때, 생각이 뒤엉켜 있을 때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뭔가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는 어설픈 고백을 했다. 그런데 시의 분위기로 봐서는 문태준 시인이 원고지에 연필로 시를 쓸 거 같다고 했다. 내친 김에 물었더니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그. 왠지 그 방법이 아날로그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컴퓨터가 오래되어서 컴퓨터가 다운되는 바람에 가끔씩 다 완성한 시를 통째로 날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다시 쓰는 시는 이미 그 전의 시와는 다른 시가 되어버린다고 이야기한다.


시집<가재미>에 실린 첫 번째 장의 시는 시인의 모습을 닮아있었다. 물처럼 평온하게 모든 존재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모습으로 말이다.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물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볕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내가 예전엔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思慕-물의 안쪽」중에서)


<가재미>는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시를 쓸수록 시집을 낼수록 부족한 것을 느낀다. 더 나아지려고 더 마음에 꼭 맞는 시집을 내려고 계속 쓰는 거 같다. 마음에 꼭 부합하는 시집을 쓰기 위해서랄까?”시인은 처음부터 시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교 시절 시 쓰는 모임의 활동을 통해서 서서히 시인의 운명으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시인과 소설가들을 불러서 문학 강좌를 진행하면서 시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결코 확고하거나 선명하게 드는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이런 것들을 시라고 부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내 속에 시가 있었는지...”라고. 그리고나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몰라서 고전을 하고 지금은 마음에 부합하는 시를 쓰기 위해서 고전을 하는 중이다.

생각은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

그에게 줄곧 놓지 않는 시 속의 화두는 없다. 다만 시가 올 때, 제 때 받아써야 된다고 생각을 할뿐이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평소 생각은 시를 쓰는 행위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생각이 견고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이 왔을 때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써야 한다. 사실 시가 잘 안 오거나 할 때, 불안하다.

 

시인들이 한동안 시를 못 쓰면 불안해진다. 시인은 항상 습자지가 먹물을 흡수할 채비를 하고 있듯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밭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살기 좋은 땅처럼 정신이 준비되어 있어야 비로소 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시인의 아버지는 농사꾼이다. 때가 지나면 할 수 없는 것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문 시인에게 항상‘때’가 가지는 중요성을 강조하시곤 했다.
대학교 4학년 때 등단하여 지금까지 시와 함께 해왔다. 삶도 생각도 주변의 모든 것들은 시와 함께 존재해왔을 것이다. 과연 그 동안 그와 그의 시는 어떤 변화들을 겪어왔을까.“시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막 대할 수 없는 것이 시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하대하면 안 되는 존재가 바로 시인 것이다.”그의 처음 시집은 여느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성장 배경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시인이 시로 가지고 온 소재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들이다. 지나온 과거의 것들에서 지금의 시인을 둘러싸고 있는 것으로 관심이 확장된 것이란다.“벌써 시를 쓰며 지낸 세월이 11년째이다.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은 쓸쓸할 수밖에 없구나

“사람이 쓸쓸할 수밖에 없구나. 슬픈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들을 한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놓칠 수밖에 없고 놓아줄 수밖에 없고, 다른 세상으로 보내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느닷없이 닥친다. 사람 인생의 완성이‘이별’이구나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의 시를 이야기할 때 빠뜨리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서정성’이라는 단어. 그도 이 같은 반응에 동의한다.“지용이나 소월이나 이들이 큰 시를 썼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시 안에 큰 생각들이 들어있다고 말이다. 사실 시의 본질을 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다 말하지 않는다. 말의 뒤를 만들어주고 말이 먼저 나가지 않는다.

 

말 뒤에 공간을 끌고 다니는 것이다. 요즘 많은 시에서 말이 지나치게 많아지기도 한다. 용기백배에서 나가는 말이랄까? 그게 잘못 되었다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그의 시들을 보면 참으로 욕심이 없다. 주위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종교가 그의 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었을까.

 

어릴 적에 어머니를 따라서 조그만 절에 다녔었다. 칠석에 절을 찾기도 하고 농사짓는 틈틈이 불교의 명절이 되면 불공을 드리러 절을 찾곤 했다. 그런 경험들이 불교적인 생각들이 아무래도 자신의 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나를 나로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나 아닌 것들로 설명을 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내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나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에는 다른 것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그에게 불교는 시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든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법화경’의 한 구절에 대하여 말을 꺼낸다.“비가 내리면 비를 만난 대상들이 풀도 키 큰 나무들도 여러 종류의 푸른 것들이 제 나름으로 비를 맞는다. 비의 습성에는 가리는 것이 없다. 골고루 준다. 화단에 비가 내리면 화단의 푸른 모든 것들이 비를 맞는다.”

그를 자꾸만 시인이게 만드는 것들

시인에게 상복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너무 경박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는 참으로 상복이 많은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그리고 올 해의 소월시문학상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의 시에 태클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러한 상들이 그에게 주는 부담감은 없는지 궁금할 뿐이다.“많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더 허투루 할 수 없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민망하기도 하고.”


그는 바깥에서 자꾸 시인이게끔 만드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딴 짓을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도 시 쓰는 일이 좋은지 물었다.“권투 선수가 링 위에 오르는 것과 같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밤낮없이 논밭에 나가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열매가 있다. 그런데 열매가 익기 전까지는 참 힘들다. 시를 한 편 쓰는 것을 열매를 맺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농사를 짓듯이 뭔가를 짓는 거다. 사람이 하는 일이 다 무언가를 짓는 거다.”


그는 비단 상복만 많은 시인이 아니다. 비공식적으로지만 동료 시인과 평론가들에게‘올 해의 가장 좋은 시와 시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참으로 복이 많은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를 써내고 있다는 사실이다.“기분도 좋고 부담도 되는 것이 사실이다. 자꾸만 짐을 짊어져서 큰일이다.

 

지게를 지는 사람도 몸이 버틸 만큼 져야 하는데, 자꾸자꾸 짊어져서...(웃음)”때문에 주위의 선배 시인들이 많은 걱정을 해준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일이 위태위태한 일이라고 충고를 해준다고 했다. 자기의 성질을 헤칠 수 있기에 조심조심 가야한다는 얘기다.“주목을 받으면 과욕을 부리게 된다고들 말씀하신다.

 

그 말씀들이 맞는 거 같다.”.그는 시를 평생 놓지 않을 생각이다.“같이 가야죠. 어머니가 제 자식을 데리고 먼 길을 가듯이 가야죠. 시가 어머니인지 내가 어머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혼자 남겨져 뭔가를 수습하다

세 번째 시집을 낸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시와 떨어져 지내줄 모른다.“시집을 내면 한동안 시를 못 쓴다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안 쓸 이유도 없고 말이죠.”그는 스스로를 큰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크게 좋아하는 것도 많지 않다. 시작하는 것도 많은데, 그만큼 그만두는 것도 많다. 하지만 시는 예외라는 것이 그가 시인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 그가 꾸준히 즐기는 행위 중의 하나가‘혼자 걸어 다니는 일’이라고 한다.“혼자라는 게 중요하다. 혼자 있으면서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중요하다. 읽는 것도 보탬이 되지만 생각을 거듭하며 자기를 자꾸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그에게 시를 쓰는 일이란 혼자 남겨져서 뭔가를 수습하는 일이라고 했다.“혼자 견뎌야죠.”


그는 스스로가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무구하다’고 그러죠. 마음이 막 조급해서 매달리지 않고 다른 것들이 다 들어와 살다가도록 하고 싶다.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항상 나의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 있다. 폐를 끼치지 말라시는.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도 그런 마음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시의 말이 마음에 딱 부합하는 것을 쓰고 싶다.”

이야기의 꼬리를 물다














   
▲ 시의 본질은 서정이다. 시는 다 말하지 않는다. 말의 뒤를 만들어주고 말이 먼저 나가지 않는다. 말 뒤에 공간을 끌고 다니는 것이다.

그는 작년까지 채마밭을 가꾸었다. 올 해는 어쩌다 보니 가꾸지 못했지만 말이다. 채마밭에 관한 이러 저런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나 역시 집 앞의 조그만 공터에 봄이면 엄마와 함께 이것저것 심어놓고 보는 재미를 터득하였기에 제법 이야기가 즐겁다.

 

시인이 묻는다. 당신의 밭에는 무엇을 심었냐고. 가지며 고추, 상추니 하는 것들을 심었다고 이야기한다. 문득 열매 맺는 것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과 물을 주면 피어오르던 흙냄새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그가 나에게 묻는다.

 

이번 자신의 시집을 어떻게 보았느냐고 말이다. 솔직히 답했다. 좋았다고. 그래서 시집을 한 번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읽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얼굴에 수줍고 맑은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쑥스러운 기분이 든다.

 

내친김에 그의 시가 초여름 밤을 닮았다는 이야기까지 해버렸다. 초여름 밤이라는 단어에 그는 시골집의 대청마루 이야기를 꺼낸다. 초여름 밤에 대청에 앉으면 참 좋다고 말한다. 그는 가끔 시골집에 내려가면 저수지를 찾는다고 이야기한다.

 

아주 조그만 저수지인데, 참으로 아름다운 장소라고 말이다. 저수지를 가기 위해서는 터널을 하나 지나야 한단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곳으로 통하는 기분을 맛보는 것이 참으로 묘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도착한 저수지를 보면 참 좋다고 말이다. 어느 시인이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수직의 나무들이 수평으로 누워 있다고.

 

그의 말을 들으며 투명한 저수지에 어른거리는 주변의 나무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새벽의 저수지라는 말에 나도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고즈넉한 풍경이 생각났다. 언젠가 사찰을 찾았을 때 보았던 새벽의 저수지. 그곳에서 피어오르던 물안개가 생각나 그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문 시인은 새벽의 저수지에서 보았던 오리의 이야기를 한다. 물오리들이 저수지의 수면 위를 유유자적하다가 날아오르려는 순간, 그 순간이 참 좋다면서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가재미」를 다시 읽어본다. 차분하게 앉아서 아주 꼼꼼하게 읽고 또 읽기를 반복했다. 그의 시에서 서정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이라 함은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시를 읽으며 눈물이 글썽이게 만들기도 시를 통해서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게도 만들었으니 말이다. 꽤나 복잡한 마음에 심란해하는 이들이라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조차 버거운 이들이라면 그의 시가 묘약이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삶의 무게를 가볍게 짐질 수 있는 마음이라는 강에 일었던 물결이 잔잔하게 가라앉는 환상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꽃잎, 꽃상여//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벌의 옷을 장만했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옷, 꽃상여/ 그녀의 몸은 얼었지만 꽃잎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 두꺼운 땅거죽을 열고 독 같은 고요 속으로 천천히/ 그녀가 걸어 들어가 유서처럼 눕는다/ 울지 마라, 나의 아이야, 울지 마라/ 꽃상여는 하늘로 불타오른다/ 그녀의 몸에서 더 이상 그림자가 나오지 않는다’(-「가재미2」중에서)


‘그녀의 함석집 귀퉁배기에는 늙은 고욤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방고래에 불 들어가듯 고욤나무 한 그루에 눈보라가 며칠째 밀리며 밀리며 몰아치는 오후/ 그녀는 없다, 나는 그녀의 빈 집에 홀로 들어선다/ 물은 얼어 끊어지고, 숯검댕이 아궁이는 퀭하다/ 자 먼 나라에는 춥지 않은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끌어낸다/....../ 그녀는 나로부터 자유로운 빈집이 되었다 (-「가재미3-아궁이의 재를 끌어내다」 중에서)NP

2006년 09월 01일



오래된 곰삭은 시어와 특유의 고요한 서정시학으로 주목받아 온 시인은 작은 존재들과의 사소한 교감을 통해 자신의 존재론을 조심스럽게 탐문하고 있다.



유년 시절, 고향 마을 어귀의 고갯길, 뜰, 채마밭, 빈 처,허공, 오래된 숲과 사찰 경내, 계절,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미약한 존재 등 이미 시인의 이전 시를 통해 익숙해진 장소와 시간이 빚어낸 또 다른 무늬를 밟고 있다.
  • ?
    이상수 2008.05.28 20:50
    참으로 섬세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디오 문태준 시인이 오시는 군요. 기대됩니다.
  • profile
    김홍섭 2008.05.28 20:50
    저도 기대가 정말 큽니다. 문태준시인을 모시느라 수고해 주신 운영위원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
    이해선 2008.05.28 20:50
    아~! 그렇게 말로만 듣던 문태준 시인이 드디어 오시는군요...기대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수고해 주신 운영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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