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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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모임의 이야기...와 제 생각.

한정규의 “자연과학 공부의 안과 밖” (8)


[밖] 가장 궁금한 질문부터

00study1.jpg » 학교 울타리 밖에서 지적 갈증을 달래는 공부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사람들. 사진/ 한정규


순한 참석자가 아니라 모임이나 대회를 설계하고 준비해서 여는 이른바 ‘주최자’가 되면 누구나 걱정하는 부분이 반드시 한 가지 생기게 마련이다. 바로 ‘흥행’ 여부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 새로운 사람이 참석할까? 준비 과정에서는 늘 설레고 걱정되는 부분일 게다.


내가 ‘주최자’로 다달이 참여하는 생물학습모임에서는 참여자들이 늘 일정한 수로 참석한다. 사실 생물학 학습모임에서는 꾸준한 학습이 필요한 ‘교과서 읽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모임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우리 학습모임에는 직장인들이 많아 생물학습모임이 생업 때문에 후순위로 밀리는 바람에 출석률이 높지 않은 분들도 있다. 또한 연속적이기보다는 그때 그때의 학습 주제에 맞춰 선택적으로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생물학습모임을 찾는 분들의 참여 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연재(“생물학습모임에 온 CEO, 변호사, 시인, 주부…왜?: 열정으로 생물 공부를 시작하다”)에서 밝혔다시피, 많은 참여자들은 ‘생물, 생명’에 대한 강력한 호기심, 열정이 주된 동력으로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기회에 좀 더 깊이 그 실체를 파헤쳐보자.



물음에 바로 답해주는 책, 궁금증을 피어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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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이고 다른 하나는 <책 읽는 뇌>이다. 제목으로만 어떤 책을 먼저 읽고 싶은지 잠시 판단해보자. 판단하기에 어렵다면, 책의 대체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고 다시 생각해보자.

00BOOK.jpg » 어떤 책을 읽고 싶은가요?


‘인간과 우주에 대해 아주 조금밖에 모르는 것들’

<사이언스>는 창간 125주년을 맞아 우주와 자연, 생명과 의식에 관한 가장 중요한 125개의 질문을 선정했다. 예를 들어, ‘잠자고 꿈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덕성은 뇌에 각인되어 있을까?’ ‘자연이 이토록 복잡하고 아름답고 질서정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같은 질문들인데, 125개의 질문들 대부분 이렇게 보편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가장 위대한 과학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우리 인식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 준다. 이 책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대담한 질문들에, 누구나 흥미로워할 만큼 보편적인 물음에 야심차게 도전하고 있는 무모한 책이며 과학의 최전선에서 과학자들이 인류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다. 덧붙여, 이 책에는 독특하게도 인문학자들이 자연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이 답해 놓은 질문에 논평을 하는 좌담도 수록돼 있다. 원래 다른 분야에 대해 논평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를 깨는 도전이다. 하지만 대화는 유쾌했고, 과학에 대한 따뜻한 조언과 비판이 가득했으며, ‘과학자 아닌 척, 과학자 흉보기’도 달콤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별미가 될 것이다. (출처 : 알라딘)


‘책 읽는 뇌‘

터프츠대학에서 인지신경과학과 아동발달을 연구하는 매리언 울프는 말한다.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 울프는 또한 이 책에서 독서하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의 규명을 통해 아이의 독서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왜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글을 늦게 읽는지, 왜 다섯 살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는 일곱 살에 독서를 시작한 아이보다 성취도가 낮은지, 왜 부모가 아이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지, 왜 아이의 사소한 귀 질환도 쉽게 넘겨서는 안 되는지를 뇌 과학의 근거를 들어가며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녀의 마지막 호기심은 ‘난독증과 창조성의 관계’로 이어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아인슈타인 등 천재적인 창조가들이 난독증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난독증 뇌의 독특한 발달과 창조성의 은밀한 관계를 조심스럽게 점쳐 본다. 어쩌면 난독증 뇌는 신이 인류에게 선사한 최고의 선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원제는 ‘Proust and the Squid(프루스트와 오징어)’이다. 이는 프루스트가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는 점과, 1950년대 과학자들이 행한 오징어 중앙 축색돌기 실험과 난독증 뇌 연구의 유사성 때문이다. 프루스트는 독서의 핵심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사색하는 시간에 있다고 보았고, 빠르게 헤엄치지 못하는 오징어가 행복하게 살아남는 사실과 난독증 뇌의 탄생은 다양한 진화의 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출처 : 알라딘)


읽고 싶은 책이 결정되었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 번 선택을 해보자. 첫 번째 책은 매혹적인 제목으로서 누구나 읽고 싶게 만든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두 번째 책은 딱딱한 제목이지만 독서, 언어에 대한 특정의 주제를 다루고 특정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생물학습모임에서 두 권의 책을 놓고 선호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첫 번째 책을 구입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이유인즉, 간략하게 내용을 빨리 습득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권을 다 읽어본 나는 사실 두 번째 책을 구입하고 소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학계의 질문 125가지에 대한 일부 설명과 마지막 부분에 전체 질문에 대한 저자의 간략한 답은 독자로 하여금 읽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 읽어보면 재미는 있지만 그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짚어가기는 하지만 읽고 나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끔 하지는 않는다. 읽고 난 다음의 반응은 ‘아 그렇구나!’이다.


반면에 언어에 대한 역사, 최근 연구 결과 등을 중심으로 서술한 내용을 읽을 때는 매우 괴로웠다. 내용이 밀도가 있어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쉽게 말하면 재미있지는 않았다. 얻을 수 있는 정보라는 측면에서는 훌륭했다. 이 책 역시 논리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 빈틈없이 독자에게 답을 제공하려는 면이 보였다. 앞의 책과 다른 점이라면 읽고 나서 남는 점이 있었다. 내가 평소에 갖고 있고 궁금했던 ‘언어와 뇌의 관계’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풀어주는 한편 연구결과를 직접 따라가며 믿을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첫 번째 책이 믿을 수 없는 내용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연구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얼마나 정돈된 지식체계를 쌓으며 무지를 걷어왔는지 깨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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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빗대어 이야기를 했지만 자연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는 방법으로서 ‘연구’를 택하지 않고, ‘공부’를 택한 사람들 사이에서 궁금한 것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성향이 높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보인다.


자연과학을 접하면서 궁금한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것,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모임을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궁금한 문제란, 살아오면서 생겼던 궁금증, 혹은 그 누구도 답 해주지 않아 갖고만 있었던 문제를 말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다윈 이전에 찰스 라이엘이 1년 전 진화론을 발표했는데 왜 진화론을 다윈으로만 알려졌는가도 모임에서 나왔는데 문맥상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도킨스 책에는 라이엘과 다윈을 진화론을 같이 발표한 것으로 써서 확실히 알고 싶어졌습니다. 다윈은 발표 20년 전에 종의기원을 써서 부인에게 맡기고 사후에 발표하라고 해놓고 귀족들의 생물모임에서 20년 동안 자연선택을 이미 발표했다고 합니다. 단지 다른 사람의 발표에 자극받아 종의 기원을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이로서 찜찜했던 것이 없어졌습니다. 앞으로 변이, 변종, 자연선택, 지질학 등... 도 확실히 알아갈 것으로 여겨집니다.” [스티브 존스, <진화하는 진화론>을 읽는 모임 뒤에 남긴 한 회원의 댓글에서]


“저는 강연 시간에 본, 교과서 그림 중 ‘형광색 돼지’와 ‘반딧불이 담배’가 무척 신기했습니다.” [2011년 5월 모임 뒤에 남긴 한 회원의 댓글에서]


"어제 제가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노화였습니다. 라디칼 산소를 줄이는 법, 미토콘드리아수를 늘이는 법, 짝풀림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을 이제 실천해볼까요. 소식(균형 잡힌 소식), 운동~, 미토콘드리아는 실종된 S라인도 데리고 돌아올 듯. 물론 이것 말고도 많겠지만 어제 다뤄졌던 것은 이 범주(대사와 열)에서 이해된 부분이여서, 사실 이렇게 쓰는 것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과학은 내일의 과학이 아니다’라는 어록에 힘받공.^^*” [닉 레인, <미토콘드리아>를 읽는 모임 뒤에 한 회원의 댓글에서]


참여자의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평소에 갖고 있던 궁금증에 해당하는 내용은 소소한 면이 많다. 맨 처음 모임에 오게 된 동기를 여쭈면. 생물학적 지식을 공부하고 싶다든가 인간에 대한 궁극적 해답은 과학 특히 생물학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는 대답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교과서와 책을 병행하여, 하나의 주제마다 토론을 하고 공부를 해 나가면 체계적으로 축적된 지식을 받아들이면서 궁금증을 해소하게 된다. 물론 과학에서 인간에 대한 통찰을 한 마디로 요약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 기술에 의해 우리 인간이 얼마나 정돈된 지식 체계를 이용해서 무지의 장막을 걷어왔는지를 알게 되면서 참여자들은 즐거움을 만끽한다.


과학 공부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최근에 노벨상 수상자 발표 뉴스가 있다고 난 뒤에 ‘과학적 호기심’은 대중적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노벨상 심사 위원이자 수상자의 인터뷰 기사를 살펴보면, (한국 과학,어디까지 왔나: 노벨상 심사위원·수상자에게 듣는다) 어린아이들이 과학을 배울 수 있게 해 과학에 대한 동기 부여와 긍정적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댄 셰흐트만 교수는 말한다. 물론 뒷붙여진 말에 따르면 유치원 나이 때 습득 능력이 뛰어나 과학을 받아들이는 데 좋은 조건이라고 했지만 그때만큼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은 곧 어떤 대상에 대한 궁금증의 다른 말이며, 이 궁금증은 한 문제를 푸는 데 강력한 추동력으로 작용한다.



궁금증의 역할은 당신을 과학의 세계로 들어서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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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궁금증으로 시작한 과학 공부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마칠까 한다. 과학 공부를 하면서 모든 궁금증을 한꺼번에 다 해결하려는 태도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다시 말해, 과학은 세상의 모든 현상을 아직 다 설명하지 못한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궁금증에 대한 확실한 답을 신속하게 원하는 대중적 욕구의 속도를 맞추다보면 과학자들은 비약이 섞인 거짓말을 강요받게 될 수밖에 없다. 유명 저널에 실린 논문들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재생산되어 퍼지는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과학 공부에서 궁금증의 역할은 과학 세계에 입장(entrance)하게 하는 데에 있다. 평생의 화두로 지닐만한 내용을 갖고 과학 공부에 임한다면 그만큼 즐거운 일이 없을 것이다. 마치 내가 ‘의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 그 실마리 하나 잡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이 즐거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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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수 2012.11.10 09:41
    Boys! Be curious! ^^

    한결같은 걸음걸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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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규 2012.11.10 09:41
    정남수님// 응원 감사하므니다^^~~

    박성일원장님// 도리여 이런 공간을 마련해 주신 분들과 백북스에 정말 감사합니다. 연재가 곧 마무리 될지도 몰라서... 혹여나 책으로 편집된다면 기쁜 마음을 전하겠습니다. (위 연재는 공동필진입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다른 필진의 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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