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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광’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 전문가급 평론서『음악편력』내 [중앙일보]


“어려울 때마다 음악에서 용기 얻어”
“연주 원했으나 재능 없어 감상
자기 취향대로 즐기는 게 최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50년 음악 인생과 클래식·오페라·뮤지컬 등에 대해 전문가 수준을 뺨치는 해설과 감상 소감을 담은 음악 평론서를 직접 써서 출판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출판사가 ‘닛케이 프리미엄 시리즈 1호’로 기획해 8일 내놓은 200쪽 분량 문고판 『음악편력』이다. 그는 바쁜 정치 생활 속에서도 유명한 음악회는 빠짐없이 관람하고, 저명한 클래식 작곡가의 출생지·묘지를 찾아갈 정도의 음악광이다. 미국의 록음악 수퍼 스타였던 엘비스 프레슬리를 좋아해 자신이 직접 해설을 쓴 CD를 낸 적도 있다.

고이즈미는 아들 셋이 있지만 20여 년 전 이혼한 후 지금까지 독신이다. 그는 좌충우돌식 발언으로 정계에선 헨진(變人·이상한 사람), ‘외로운 늑대’란 별명도 얻었다. 이런 그에게 유일한 즐거움이자 그를 지탱해주는 힘은 음악이었다고 한다. 고이즈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해박한 음악 지식은 물론 음악과 정치 철학도 밝혔다. 동료 정치인들과 가라오케에 자주 출입하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2001년 5월부터 5년5개월간 장기 집권했다.

고이즈미는 “음악을 떼어놓고는 내 인생을 이야기할 수 없다”며 자신의 음악세계를 풀어나갔다. 그가 처음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다. 그는 “학교에 입학했더니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음악 선생으로 와 있었다. 학생들로 오케스트라단을 구성하려던 선생님은 나에게 바이올린을 해보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첫 연주는 하이든의 ‘장난감 교향곡’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바이올린 연주를 중단했다. 그는 “당시 유명했던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를 듣고 내 솜씨가 얼마나 서툰지 알게 되면서 절대로 음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바이올린이 재미있어 고교 때까지는 매일 조금이라도 바이올린을 켰다”고 밝혔다.

바이올린 연주가의 꿈을 접은 그는 음악 감상 쪽으로 전환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트(협주곡)’를 우연히 듣고는 즉시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처음으로 LP판을 사기도 했다. 당시 소니뮤직인터내셔널에서 나온 이 레코드를 지금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때부터 모차르트·바그너·비발디·베르디·시벨리우스·슈만·쇼팽·차이콥스키·바하·슈베르트·라흐마니노프 등 전설적인 클래식 작곡가들의 명곡들을 섭렵했다.

그는 “이들의 대표 작품들은 판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들었다. 그러다 보니 특정 부분이 잠깐 나와도 어느 작곡가의, 어느 곡인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또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천재 연주자이자 작곡도 하는 파가니니를 가장 좋아한다. 그의 ‘협주곡 제1번’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정말 바이올린 소리가 맞는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총리 재직 당시 독일을 방문했을 때 오페라 ‘탄호이저’를 5시간에 걸쳐 관람하며 ‘음악 외교’를 펼치기도 했던 그는 오페라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오페라는 사랑이다. 거기에는 질투도, 증오도, 죽음도 있다. 권력도 사랑 앞에서는 덧없기만 하다”면서 베르디의 ‘돈 카를로’를 추천했다. 또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들으면 인생에는 물어보지 않는 편이 좋은 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도 밝혔다.

그는 정치에 대해선 “흔히 총리를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하지만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지휘자를 따르지만 총리는 야당을 비롯해 온갖 반대 세력과 싸우기 때문에 전혀 다른 직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음악과 정치 행보는 달랐다. 그는 클래식 중에서도 협주곡을 유난히 좋아한다고 밝혔지만 총리 재임 중 국내에서는 개혁, 아시아에서는 역사 인식 때문에 ‘불협화음’을 냈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구태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나섰고,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했다. 우정성을 민영화할 때는 자민당 내에서도 반발이 많자, 중의원을 해산하기도 했다. 이때 그를 북돋워준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그는 “어려울 때마다 뮤지컬 ‘라 만차의 남자’의 주제곡들을 들으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웠다”고 밝혔다. “돈키호테의 주제가 ‘이룰 수 없는 꿈’을 흥얼거렸다. ‘꿈은 이루기 어렵고, 적들은 무수히 많고, 가슴에는 슬픔을 숨기고 나는 용감하게 나간다’고.”








그는 “총리직은 괴로운 자리다. 언제나 수많은 적과 싸워야 한다”며 총리직에 재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음악 감상 방법에 대해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즐겨라”며 50년 동안 터득한 감상 요령까지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장례식에선 이탈리아 출신 영화음악가인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이 들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의 결말에서 “총리의 직책에서 해방됐다. 이제는 수많은 적과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앞으로는 그동안 마음에만 묻어뒀던 명곡이나 새로운 명곡을 찾아서 음악 편력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며 음악에 대한 끊이지 않는 사랑을 표현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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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유정 2008.05.13 07:17
    음...역시.......좋은정보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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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근호 2008.05.13 07:17
    이동선 사장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꿈은 이루기 어렵고, 적들은 무수히 많고, 가슴에는 슬픔을 숨기고 나는 용감하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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