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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퍼스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마지막 날 밤 비가 내렸다..
텐트안으로도 물이 들어와서 문쪽에서 자던 어린 회원님은 침낭까지 젖어버리고
바깥에 놓여있던 우리들의 운동화는 모두 젖어 버렸다..
추적추적한 습기에 일어날 엄두도 못내고 침낭안에서 부비적거리며 새벽녘을 뒤척이고 있는데
그 새벽녘의 공기를 가르고 새소리가 들려온다..
천상의 소리다..
호주의 새소리는 어찌나 맑고 청아한지..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음을 기쁨에 겨워 노래하듯  
목소리를 굴려가며 온갖 아양을 다떨듯 교태롭기까지 하다..
비오는 날 아침,
축축한 텐트안으로 울려펴지던 어떤 아리아 보다 더 절묘한 '새들의 아리아'에
나의 마음이 햇살을 느낀다..


그리고 퍼스로 돌아오는 마지막 길위..


난 그곳에서 비가 걷히고, 
비를 머금은 잿빛 구름이 끝나고 맑은 하늘이 드러나는 경계를 만난다..
저 확연한 대비가
내가 지나치는 하늘 언저리에서 이루어진다..
신비로왔다..
흐리고 개이는 것이 인간의 마음만은 아니었다..
땅과 하늘에도 생명이 있어
그들에게도 흥망성쇠가 존재하고 처음과 끝을 맞는다..


처음을 알기 위해 왔지만,
난 이곳에서 역설적으로 끝을 만난다..
아.. 너무나 아이러니한 조우이다...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유언..
"죽음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구분은 인간의 고집스런 관념에 의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체감하기는 커녕 이론적으로도 접근하기조차 힘든
보잘 것없는 나에게는 이말은 절대 그 깨달음의 경지에 오를 수 없는 엄청난 화두로만 남을 것임을 안다.

언제쯤이면 나는 내가 소멸되어감에 연연하지 않고
세상 만물과 동질의 원소임을 찬양할 수 있을 것인가..


9))팔랑 귀, 팔랑 눈, 팔랑 마음...


솔직히 말해야겠다..
난 이번 탐사의 길위의 여정이 너무나 버거웠음을....
하와이 탐사를 다녀왔기에 힘들 것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다잡고 왔는데도,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도 더 헤메다 돌아온 기분이다..


나는 고백한다..
때론 하루 최대 800킬로를 달려야 하는 길위의 여정이 너무나 버겁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꼭 이렇게 힘든 일정이어야  하는거냐며,
사람들 모두가 다 박사님처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 전사이고 투사인 줄 아느냐며
남몰래 박사님의 뒤꼭지를 흘겨 보기도 했다는 것을..
이따금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간의 긴장감이 너무나 버거워
어서 빨리 혼자가 될 수있기를 너무나 희망했음을..
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난 내가 왜 그렇게 헤메었던가 이유를 알것도 같다..


듣는대로 혹하는 사람을 팔랑귀라고 한다면,
난 팔랑귀에 팔랑 눈, 팔랑 마음 모두이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머리 속에 각인시키고,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여과없이 마음에 투영시킨다.
하와이에서 따스한 햇살과  아름다운 해변,
사람들의 밝은 웃음을 보면서 풍요로운 마음을 느꼈다면
난 호주 내륙의 사막에서는 슬픔을 보았다..
난 이땅이 슬펐다..
마치 세상의 끝에 다다른 기분이다..
너무나 메마르고 척박한 땅과 붉은 먼지,
말라비틀어질 대로 비틀어진 늙은 애보리진의 얼굴이
너무나 슬퍼 견딜 수 없었다..
그 모습들은 그대로 내 마음속에 투영되고,
난 견딜 수없도록 그 땅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총체적인 세계로서의 삶을 예찬하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천국의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언제나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가끔씩 이렇게 어쩔 수 없이 나는 슬픔을 만난다..
난  아마도 이제 부터 100북스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호주라는 동일한 단어를 말하게 된다 하더라도
영원히 평행선처럼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의미로 얘기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시드니항과 오페라 하우스, 따스한 햇살아래의 골드 비치를 떠올리며 호주를 얘기할 때
난 붉고 벌거 벗은 땅, 붉은 먼지,,
내리꽃히던 무자비한 햇살과 무표정한 애보리진들의 땅 호주를 떠올릴테니 말이다..


허나, 나는 또 고백한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그 시간과 그 사람들을  다시 추억하고  있다는 것을


10)하늘, 땅, 그리고 사람들..


탐사 전 모임들을 이사때문에 참석 못하고,
탐사에 가서야 난 비로소  탐사 대원들을 처음 보게 되었다..
조별 움직임이라 모두를 일일이 다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분들을 보면서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다 나누는 한마디. 한마디에도 그분들의 깊은 연륜과 인품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씩 한분 한분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난 그 얼굴에 새겨진 연륜의 흔적을 본다..
100북스의 힘의 원천이다..
그런 분들이 함께 함으로써  빚어내는 그 엄청난 씨너지야말로 100북스를 끌고 가는 진정한 원동력이다...


탐사에 오신분들은 정말 다양한 분들이었다..
직업도 다양하고,  성격도 다양하고....
허나 그 다양함 속에서 분명한 공통된 속성을 나는 본다..
삶에 대한 열정과 근원에 대한 몰두,그리고 높은 자존감을 ..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자존심과 자긍심의 수평적 일치를 위한 그들만의 씨너지를 생성한다..


모든 것은 통한다는 것을 믿는다..
나이를 먹어 가면 갈수록 진리는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각각의 사람들에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피에로가 아니라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우직하게 사람들이 발견해주기를
한없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가슴저미는 애틋한 진실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의 제각각의 각색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같은 모습,
같은 깊이에서 사람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해서,
우리는 각기 다른 길을 걸어 걸어 가겠지만,
그래도 종국에 가서는 같은 곳에서 만날 것임을 안다..
분명 우리는  같은 것을 찾으러 이곳에 왔을 것이기에..


사랑합니다..
함께 했던 그 모든분들을..
그리고, 영원한 소년의 순수, 우리의 탐사 대장님을..


난 하와이에서는 하늘을 만났으며,
호주에서는 땅을 만났다....
그리고 돌아온 이 자리에서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으로의 회귀는 바로 사람이다..


天/ 地 /人


이 세가지면 세상 만물은 그 숨은 이치의 궤를 같이 하여 함께 흐를 수 있으리라....





 


또다른 후기)
문경수 총무님..전 재영 총무님..
삶에 대한, 100북스에 대한 두분의 지고 지순한 열정을 우리 모두는 압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고 팀에 합류해서도
또 역시나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신 두분의 노고를 우리 모두는 압니다..
그 절박하고, 힘들었던 순간을 쉽게 잊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빨리 치유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우리의 맥가이버 오창석님..
평소 보던 양복차림보다 자유로운 복장속에서 매력이 더 배가됨을 알겠습니다..
아마도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주에서의 매력이 온지당에서 보다 훨씬 더 멋있었음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언제나 말없이 묵묵히 우직한 박승현님..
그래도 이번 탐사에 제일 수확이 좋으셨죠..
벌써 신부감 하나는 확보해 놓으셨으니까..
왠만하면 재윤이 기다려 주세요.. 한 10년 쯤이면 충분하려나..

그리고 영이 총무님..
출발할 때 부터 지친 모습만 봐도 준비과정부터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알겠더군요..
그래도 막판에는 특유의 재기 발랄함을 여지없이 보여주시더군요..
역시나입니다..

그리고 함께 하지 못한 다른 모든 총무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여러분들이 있어 100북스의 지금이 있고 미래가 있음을 압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
    오창석 2009.09.25 19:32
    감사합니다. ^_^
    호주탐사 이후 별명이 생겼습니다.
    맥가이버 오총무..
    오가이버 등등..

    제가 잘해서라기 보단 서호주가 저에게 기회를 준거라 생각합니다.
    몇가지 할 줄 아는게 없는 저에게.. 그 몇가지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거라고요.
  • ?
    서지미 2009.09.25 19:32
    오창석총무는 맥가이버.오가이버.플러스 F4.
    준비된 총무감.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긍정성.적극성.해결성.
    두루두루 갖춘 모습을 보게됩니다.
    오총무 참 괜찮은 사람!!

    문경수총무님.전재영총무님.김영이총무님.
    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짜~~안 해집니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가?"
    따지고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백북스인을 사랑한다는 것 외는.
    "그누가 이들처럼 노력해 보았는가?"
    스스로 자문해 보면서
    말이 아닌 마음으로 이들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우리 총무들의 이유없는 노력 봉사로
    많은 사람들이 백북스다운 공부도 하고.
    좋은 책도 소개받고.학습탐사도 가고.
    가족적인 분위기도 만들어 가는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신현숙님의 깊이있고 아름다운 구절들을 새깁니다.

    ..우리 사랑스런 젊은 총무진들에게 바친다..는
    글쓰기 이유를 밝힌 부분에 마음하나 더 보태어
    애쓰신 총무님들 모두모두.사.랑.합.니.다.
    ..당신들이 있어 백북스가 아름답노라..고.
  • ?
    이홍윤 2009.09.25 19:32
    몇 번씩 보았어요. 참 글이 좋아요
    아주 아름답습니다.

    순수한 마음과 깨끗한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면 감히 쓰지 못할....
    앞으로 젊고 사랑스런 총무들이 용기 백배,아니 천만배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종종 부탁합니다.
  • ?
    김갑중 2009.09.25 19:32
    역설적이게도
    뛰어난 예술작품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고 한다.
    무언가가 자신의 깊은 곳으로 들어 오면서
    " 아, 당했다'하는 달콤한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세계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아차리게 되고 ...
    위대한 예술은 이런 식으로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고 한다.

    현숙님의 3부에 걸친 글을 따라 가면서,
    내 뇌세포들이 받은 상처로 심하게 요동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들끼리 떠오르고 부딪쳐 다시 재편성되는 달콤한 아픔을 느꼈다.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 그들 사이의 사람의 모습으로 정리되는 과정이
    한편의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탐사에서 그들은 놀라운 경험을 하였으며 그 경험은 그들에게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고 싶어했으며, 그들이 받았던 지독한 상처의 치유과정이 하나의 창조과정으로 변하는 모습을 현숙님의 아름다운 글에서 발견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우리의 뇌는 상처받지 않으면 창조할 수 없으며, 마음의 상처가 치유과정에서 쏟아내는 假想들의 절실함이 우리를 감동으로 떨게 한다.

    과학학문에 익숙해 메세지 전달 위주의 소위 이과적 글쓰기에 익숙한 나에게,
    통찰 인문학문의 유현하고 아름다운 울림으로 혼을 흔들어대는 현숙님의 글은 큰 충격을 주었다.

    힘든 여정만큼이나 글쓰기에 남아있는 모든 혼을 쏟아부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글을 쓰시고나서 심한 몸살을 앓지 않을까 걱정이다.

    현숙님은 이렇게 치열하고 절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분일까 궁금했다.
    진정한 의미의 백북스인의 전형은 이런 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 그런가 한번 찾아가 뵙고 차 한잔 나누고 싶은 분이다.
  • ?
    김경식 2009.09.25 19:32
    몸~에 올라왔던 갖가지 느낌들 중
    띄지 않았던 뭔가 읶은 느끼~ㅁ

    섬세한 감각의 글~
    신현숙님, 잘읽었습니다
  • ?
    박승현 2009.09.25 19:32
    하와이에 이은 서호주에서의 학습탐사..
    신현숙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두 번에 걸쳐 같이 학습탐사를 같이 한 저로서는 커다란 행운을 잡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였지만 같이 있었던 저로서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1,2,3 부를 몇 번을 읽어도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하는 좋은 글을 남겨주어 감사합니다.^^
  • ?
    임석희 2009.09.25 19:32
    비오는 오후에 읽는 이 글은 내 안을 따스하게 만들어 줍니다.
    감기도 떨쳐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네요.
    결국 사람이라는 말씀..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읽습니다.
    생각의 시간을 주심에 감사드려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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