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땅, 그리고 사람들*( 1부)

by 신현숙 posted Sep 2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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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탐사 기행 "아름다운 비행"을 쓴 후 많은 분들이 이번 호주 탐사 후기를 기대한다고 말씀하셨지만 멋쩍은 웃음으로 대신하며, 다시는 글을 올리지 않겠노라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기대하시는 만큼 글을 잘 쓸 자신도 없거니와
그냥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익명의 섬'으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존경하는 어느 분이 내게 글을 쓸 것을 계속 채근하셨다..
이유는 한가지..
이번 탐사에 참가한, 그리고 약간은 힘들고 상처받은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위해 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이렇게 글을 올린다..
미숙하고 형편없지만 그래도 작은 단상들을 소제로 나누어 우리의 사랑스런 젊은 총무진들에게 바친다..
당신들이 있어 아름다웠노라고..




1) 호주 서부 내륙의 땅.. 그 서러운 풍경들..-



하늘과 맟닿은 땅..
신비와 전설이 숨어있는 심원의 땅..
가도 가도 끝없는 광활한 땅..
늙은 애보리진의 메마르고 거친 살갗 같은 땅.
저녁 무렵이면 온갖 구름이 빚어내는 환상을 만나는 향연의 땅..
하늘과 땅이 함께 불타는 붉은 땅..땅..땅..



호주의 서부 내륙은 누워있는 땅이었다..
차마 치솟아 오르지 못하고,
누워있는 늙은 여인네의 구부정한 등허리를 닮은 땅이었다..
이미 억겁의 시간으로 더 이상 훼손되어질 것이 없는 메마르고 슬픈 땅이었다..



지쳐버린 산맥들..
태양과 열기에 지쳐버린 산맥들이 겨우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만큼만 
듬성 듬성 누워있고..
여기저기 나무가 마치 보초병 서있듯 불쑥 불쑥 솟아있는 생경한 모습의 계속이다,,
모여 살 수 없는 나무들이다..
물이 흐르지 못하는 척박한 시원의 땅..
그 무엇도 함께 나눌 수 없는 사막의 나무들은
가지 끝자락조차도 서로에게 이르지 못하고 서로를 보듬고 잠들 수조차 없이
먼발치에서 일정 거리로 서로 바라만 보고 서있다..
어쩌다 만나는 풀조차 잔뜩 말라버리고 물기라고는 전혀 없는 ,
잔뜩 독오른 풀들뿐이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여린 살갗을 뚫고 선홍색 줄이 생긴다..
방심하지 말아야한다..

너무나 발가벗고 거침없이 드러낸 이 땅에서
내가 숲이 되고 무성한 풀이 되어 그들을 가리워주고 싶다..
그들에게 아직도 숨겨야 할 비밀이 남아 있는 것처럼..



저녁 무렵이면 언제나 불타오른다..
붉은 바다가 넘실댄다..
구름이 빚어내는 수없이 많은 산과 호수들을 만난다..
구름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올라올라 가다보면
난 저 먼 은하수 저편에 있다는 애보리진의 와람불에 이르고
또 하나의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끝없는 지평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땅..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단 하나의 길.. 길..
길 하나가 세계를 둘로 가른다..
문득, 사람들 하나하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저마다 길을 달리는 수많은 이유들..
길만이 알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들..
원시 대륙..
난 지금 세상의 처음을 향해 달리는걸까..
아니면 세상의 끝을 향해 달리는걸까..


2) 한밤의 콘서트

남반구의 밤하늘을 마주하고 우리는 모여 앉았다..
우리의 시야, 정면으로 별들이 빼곡이 들어찬 까만 밤하늘이 보인다..
마음이 외면으로 향하면 꿈이 되고
마음이 내면으로 향하면 도가 된다던가..
칼 융의 말을 인용한 천도스님..
용맹정진의 이야기들..
참으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기만 하구나..
북경에서 일부러 탐사에 합류한 이은호님의 나이를 넘어선 열정 고백엔
나조차도 왠지 비감함에 목이 메인다..
그리고..전재영 총무와 문경수 총무의 사경을 넘나든 심경의 고백들..
듣고 싶지 않다.. 애써 귀를 막는다..그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다..
그리고..
한 밤의 작은 콘서트..
평산 선생님의 음악 선곡..
외모부터가 범상치 않다 싶더니 음악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시다..
별들이 가득한 밤하늘을 마주 앉아 듣는 '빈센트'의 첫구절..
starry starry night~..
별밤을 마주하고 별이 빛나는 밤에로 시작하는 빈센트를 듣게 되다니..
일순 고흐의 일생이 순간처럼 지나가고 울컥 눈물이 솟구친다..
그리고.  고흐가 죽기 바로 전 해,
그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조카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그렸던 '꽃 핀 아몬드 나뭇가지'의
화사함을 떠올리곤 나의 눈물은 소리없는 오열로 바뀐다..
생애 말기 정신병원 그 속에서  그린 '까마귀 나는 밀밭'의 영상과
그 '꽃핀 아몬드 나뭇가지'의 영상이 오버랩 되면서 그의 영혼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더한다..
그래서 더 운다..
그렇게 마지막까지도 아름답고 화사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영혼을 가지고 있었던
고흐 그가 그렇게 죽어갈 수 밖에 없었는가 하는 생각에 더 슬퍼서 운다..
어쩌면, "천재"란 자기 자신에게만 가혹한 사람을 일컫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한 인간이 무언가에 지닐 수 있는 공격성이 모두 평생 자기 자신에게로만 향하는..
평생을 자기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내면을 향한 공격성만을 지닌 사람을 칭하는 슬픈 말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
"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 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딛고 다시만날 우리들 ..
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우리는 만나야 한다


아~..생각해 보라
바로 눈앞에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갈라진 견우성의 알타히르와 직녀성 베가를 바라 보며
듣게 되는 이 '직녀에게'를...노래와 별이 만나는 순간의 그 애절한 해후를..
이 한밤의 콘서트가 얼마나 가슴 저미도록 서러운 아름다움이었는가를..


3)일등성만 별이더냐..


사람들이 하나 둘 텐트로 들어가고,
그 밤의 정취에 겨워 나 혼자 조용히 하늘을 바라본다..
너무나도 청명한 밤하늘이다..
수없이 많은 별들 사이로 새로 배운 별자리의 일등성들을 찾아 이리저리 밤 하늘을 헤메다가
문득 어느 이름없는 별 하나에 나의 시선이 꽃힌다..
마치 나도 알아달라는 듯 수줍으면서도 빤히 바라보는 깊은 눈빛이다..
순간 부끄러움에 목이 메인다..
어찌 일등성만 별이더냐..
이름없는 수많은 별들,
너희들이 있어
밤하늘이 완성되고,  밤하늘이 그리움으로 넘쳐나는 것을..
하물며 나조차도 이름없는 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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